‘포세이돈 어드벤처’(1972)
항해의 역사는 재난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이 배를 만든 뒤로 침몰과 익사는 부록처럼 따라다녔다. 아무리 인간의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배들이 현대화해도 재난의 그림자는 피해 가기 어렵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아무나 붙잡고 알고 있는 배 이름 하나만 대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타이타닉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처녀항해 때 침몰한 실패작이 모든 배들의 대표가 된 것이다.
‘포세이돈’(2006)
이제 타이타닉의 비극은 거의 오페라 수준에 가까워졌다.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순간은 토스카가 마지막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과 비견된다. 다들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아리아는 언제나 근사하다.
다른 해양 재난영화이면서 ‘포세이돈’의 원작인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년)는 어떨까. 당시엔 ‘번들거리는 스펙터클로 빈약한 각본을 감춘 영화’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다시 보면 페터센의 ‘포세이돈’보다 훨씬 알맹이가 있는 영화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셜리 윈터즈(벨르 로즈 역)의 잠수 장면이 없는 ‘포세이돈’이 어떻게 ‘포세이돈’일 수 있겠는가?
침몰 이후의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라이프보트’가 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침몰 순간을 클라이맥스로 잡는다면, 이 영화에서는 침몰이 도입부다. 유보트에 의해 침몰된 여객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한 명의 독일 장교. 과연 이 아슬아슬한 조합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러나 가장 끔찍한 해난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마도 ‘드라큘라’ 영화가 아닌가 싶다. ‘노스페라투’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는 자연이 아닌 무자비한 초자연적 괴물에 의한 선상 재난을 보여준다. 이 영화들에서 배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폭풍우나 쓰나미가 아니라 밤마다 기어나와 선원들의 피를 빨아먹는 굶주린 뱀파이어다. 다행히도 이런 재난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