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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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 근사한 결말

  • 이서원 영화평론가

    입력2006-06-12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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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스토리, 근사한 결말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

    볼프강 페터센 감독이 만든 ‘포세이돈’이 개봉됐다. 유난히 ‘수중전’을 좋아하는 페터센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배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유람선 ‘포세이돈’도 엄청난 재난을 만난다. 쓰나미로 인해 배가 180도로 뒤집히는 것이다. ‘유보트’에서처럼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거나 ‘퍼펙트 스톰’에서처럼 폭풍우에 휘말려 사라지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항해의 역사는 재난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이 배를 만든 뒤로 침몰과 익사는 부록처럼 따라다녔다. 아무리 인간의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배들이 현대화해도 재난의 그림자는 피해 가기 어렵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아무나 붙잡고 알고 있는 배 이름 하나만 대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타이타닉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처녀항해 때 침몰한 실패작이 모든 배들의 대표가 된 것이다.

    뻔한 스토리, 근사한 결말

    ‘포세이돈’(2006)

    타이타닉은 프리마돈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이 사건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는데, 현대 관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영화는 역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일 것이다. 분명 재미있는 영화지만 이 작품의 요란한 멜로드라마에 진력이 난 사람들이라면 더욱 차가운 저널리스트의 관점으로 이 사건을 바라본 1958년 영국 영화 ‘타이타닉 호의 비극(A Night to Remember)’을 선호할 것이다. 또 1953년에 진 네굴레스코 감독에 의해서도 ‘타이타닉’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는 거창한 세트에도 담담한 가정극에 가깝다. 이 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1921년에 만들어진 독일 영화 ‘In Nacht und Eis’에서부터 캐서린 제타 존스가 나오는 1995년작 텔레비전 영화에 이르기까지 끝도 없다.

    이제 타이타닉의 비극은 거의 오페라 수준에 가까워졌다.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순간은 토스카가 마지막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과 비견된다. 다들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아리아는 언제나 근사하다.

    다른 해양 재난영화이면서 ‘포세이돈’의 원작인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년)는 어떨까. 당시엔 ‘번들거리는 스펙터클로 빈약한 각본을 감춘 영화’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다시 보면 페터센의 ‘포세이돈’보다 훨씬 알맹이가 있는 영화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셜리 윈터즈(벨르 로즈 역)의 잠수 장면이 없는 ‘포세이돈’이 어떻게 ‘포세이돈’일 수 있겠는가?



    침몰 이후의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라이프보트’가 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침몰 순간을 클라이맥스로 잡는다면, 이 영화에서는 침몰이 도입부다. 유보트에 의해 침몰된 여객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한 명의 독일 장교. 과연 이 아슬아슬한 조합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러나 가장 끔찍한 해난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마도 ‘드라큘라’ 영화가 아닌가 싶다. ‘노스페라투’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는 자연이 아닌 무자비한 초자연적 괴물에 의한 선상 재난을 보여준다. 이 영화들에서 배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폭풍우나 쓰나미가 아니라 밤마다 기어나와 선원들의 피를 빨아먹는 굶주린 뱀파이어다. 다행히도 이런 재난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난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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