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저녁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모습. 참패가 보도되자 선거운동원들이 모두 자리를 떴다.
응답자들은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응답자 가운데 33.4%가 ‘부동산 및 경제 정책 실패가 선거 패인’이라고 응답했으며, 61.6%는 정부의 8·31 및 3·30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해 ‘효과가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 또 70.6%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를 추궁하는 자세를 보였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51.7%는 우리당의 선거 참패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의 성격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정상적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도 53.1%나 돼 선거 참패와 국정운영은 별개로 보는 균형감각을 보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탈당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응답도 45.8%나 됐다. 결과적으로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은 ‘노 대통령은 우리당을 탈당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한편, 독선적으로 추진해온 부동산 및 경제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선거 결과 관계없이 정상 국정운영 가능” 53.1%
‘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구체적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중 33.4%는 ‘부동산 및 경제 정책의 실패’를 원인으로 꼽았다. 남성(34.2%)과 여성(32.6%) 공히 이 질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연령대별로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커지는 30대(39.8%)와 40대(39.2%)의 불만이 가장 높았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및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서울(34.3%)과 인천·경기(36.6%)보다 부산과 울산·경남(44.1%)이 더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지역의 경기침체 심화로 인한 구직난 등에 대한 불만이 여론조사 수치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참여정부의 출범 초부터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무능한 리더십과 독선, 독주에 대해 국민은 수시로 회초리를 들었지만, 정부 여당은 국민의 이런 경고를 외면해왔다. 이번 선거는 이런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응징이라는 의미도 컸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27.5%가 ‘참여정부의 오만과 독선, 무능한 리더십’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대도시(24.9%)보다 중소도시(28.4%)나 읍·면·동(35.2%) 등 소지역으로 갈수록 참여정부의 ‘독주’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화이트칼라(38.6%)의 분노는 블루칼라(26.0%)를 압도했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대학 재학 이상 30.0%) 비판의 수위도 높고 날카로웠다.
참여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인사 실패도 선거의 향배를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13.4%가 ‘인사 실패가 선거 실패의 원인’이라고 응답하고 나선 것. 특히 대전을 비롯한 충청지역 조사 대상자 가운데 32.7%가 참여정부의 인사정책 실패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 9.3%의 서울과 다른 기류를 보였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의 응답자들은 5.3%만이 인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 코드 및 보은(報恩)인사 등에서 부산과 울산·경남이 수혜지역이었음을 시사했다.
참여정부의 대북 및 외교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은 상대적으로 무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6.5%만이 ‘참여정부의 무리한 대북 및 외교 정책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대답한 것. 인천과 경기(4.9%) 응답자들의 경우 참여정부의 대북·외교 정책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보인 반면, 군부대가 많은 강원(제주)의 응답자 가운데 25.0%는 대북 및 외교 정책 실패를 선거 참패의 요인으로 지적, 지역적 편차를 보였다.
우리당이 내세운 지방선거 후보들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어떨까. 응답자들은 후보들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공천해 우리당이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가운데 7.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무직(無職)인 응답자 가운데 20.4%가 ‘우리당 후보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답변해 시각차를 노출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탄핵의 성격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조사 대상자의 51.7%는 ‘탄핵의 성격이 있다’고 응답했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4년 3월 국회에서 탄핵을 당한 노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두 번째 정치적 탄핵을 받게 된 셈이다. ‘탄핵이 아니다’라는 응답은 40.9%.
노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강원과 제주(56.3%), 부산과 울산·경남(55.2%), 대전과 충청(55.8%), 인천·경기(51.3%), 서울(51.1%) 순으로, 탄핵 정서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보여줬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지는 남성(47.4%)보다 여성(56.0%)이 더 강했다. 직업별로는 주부 59.5%로 가장 높은 탄핵 의지를 드러냈고, 학생(55.5%)들도 그에 못지않은 탄핵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노 대통령의 탄핵으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응답한 쪽은 소수였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그룹은 역시 20대(50.7%)였고, 강원·제주의 경우 25.0%만이 탄핵에 반대했다.
‘탄핵의 성격이 있다’고 응답한 조사 대상자 가운데 투표를 한 사람은 52.6%로 과반이 넘었다. 그러나 ‘탄핵이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을 옹호한 응답자 가운데 투표를 한 사람은 39.7%에 불과했다.
여성과 화이트칼라, 20대서 정책 불만 가장 높아
그렇다면 사실상 정치적 탄핵이라고 진단한 응답자들은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조사 대상자 가운데 53.1%가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고 응답, 탄핵의 감정을 조절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탄핵의 연장선상에서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응답자도 39.3%나 나왔다. 이 가운데 대전과 충청(61.5%)의 경우, 노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역할을 기대하는 바람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돼 행정수도 등과 관련한 참여정부의 변함없는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5월31일 김한길 원내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우리당 당사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다가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광주·호남의 경우 57.0%가 노 대통령의 탈당에 찬성했다. 대전과 충청(50.0%), 대구와 경북(540.5%)도 노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강원과 제주는 25.0%만이 탈당에 찬성, 노 대통령과 우리당을 한 묶음으로 보는 시각을 노출했다. 화이트칼라의 경우 51.5%가 노 대통령과 우리당의 결별에 동의했다.
정부는 8·31 부동산 대책에 이어 3월 재건축개발 이익환수와 주택거래신고제 등을 포함한 3·30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우리당의 참패를 몰고 온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61.6%가 ‘투기억제를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답변했다. 또 조사 대상자 가운데 70.6%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많으므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부동산 정책이 ‘효과가 있다’(27.5%)거나 ‘부작용이 있더라도 부동산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23.9%)는 응답자는 많지 않았다.
2005년 8월31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부동산대책 발표. ‘주간동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부동산 정책에 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버블세븐’을 잡아 여타 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서울 시민들은 큰 신뢰감을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조사 대상자 가운데 67.5%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서울지역 응답자 중 74.4%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 정부와 시각차를 노출했다. 20대(79.1%)와 학생(79.3%), 주부(70.5%)가 대안 모색을 주장하는 주된 답변층이었다. 대전·충청 지역 응답자 가운데 71.2%도 ‘대안을 모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