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몰래카메라’의 진행자 이경규.
방송위가 간접광고라고 밝혔지만, 4월 방송된 문제의 ‘돌아온 몰래카메라-신현준편’은 간접광고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날 ‘돌아온 몰래카메라’는 직접광고나 다름없을 정도로 신현준이 주연한 영화 ‘맨발의 기봉이’ 선전에 열을 올렸다. 제작진은 ‘맨발의 기봉이’ 포스터로 꾸민 ‘기봉이 버스’를 마련했고 연기자 20여 명, 공포탄 수십 발, 가짜 경찰과 경찰차까지 동원한 물량 공세를 장장 41분48초간이나 계속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현준 씨가 ‘맨발의 기봉이’ 홍보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맨발의 기봉이’가 서울까지 왔습니다” “기봉이 파이팅!” 등 진행자와 출연자의 광고성 멘트가 방송 내내 난무했다. 이런 ‘직접광고’들이 마침내 징계의 철퇴를 맞은 것.
이런 현상은 비단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간접광고는 지상파, 케이블, 위성 TV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에 만연해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SBS ‘야심만만’, KBS ‘상상플러스’, MBC ‘놀러와’ 등 주중·주말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정보 프로그램, 심지어 주부 대상의 아침 프로그램들까지 특정 영화나 가수의 음반 선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시청자들도 이젠 오락 프로그램에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연예인이 있으면 으레 ‘영화나 음반 홍보하러 나왔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방송 내내 영화와 음반의 직·간접적인 홍보에 열을 올린다. 오락 프로그램의 기능이 오락보다도 ‘홍보’에 더 큰 가중치가 주어진 상황이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
최근에는 새 음반을 냈거나 영화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2주 연속 출연하는 관행이 보편화되는 바람에 특정 스타의 방송 출연 횟수가 2배수로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솔로 2집 앨범을 낸 이효리가 MBC ‘스타 스페셜’에 3주 연속 출연하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도 있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음반을 출시한 스타 가수나 새 영화에 나온 배우들이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횟수는 적게는 5회에서 많게는 30회에 이른다. 같은 시간대의 방송 3사 주말 오락프로그램에 한 연예인이 동시에 출연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정 스타의 오락 프로그램 출연 독점은 직·간접광고의 폐해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있다. 말 그대로 방송 전파의 낭비다. 방송 제작진은 차라리 오락 프로그램의 이름부터 ‘스타 홍보 프로그램’으로 바꿔라. 그것이 시청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