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05:00 기상 후 경포해변에서 해돋이 감상→05:30~06:30 경포호 산책→07:00~08:30 짐 정리 후 아침식사(초당두부마을의 순두부)→09:00~11:30 경포 주변의 문화유적 답사(선교장, 경포대, 허균 생가, 강문동 진또배기 등)→12:00~17:00 단오장에서 점심식사 후 단오굿을 비롯한 단오제 행사 관람→17:30 동해고속도로 강릉IC 진입
해마다 단오(음력 5월5일)가 가까워지면 대관령 동쪽 강릉 땅에서는 축제의 열기가 점차 고조된다. 무려 천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강릉단오제 본행사가 머지않은 탓이다.
천중절, 수릿날으로도 불리는 단오는 1년 365일 중에서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한다. 단오는 옛날부터 설, 추석, 한식과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로도 꼽혀왔다. 이날에는 수리취를 넣어 만든 수리취떡(일명 ‘애엽병’)과 쑥떡 등을 만들어 먹었고 그네뛰기, 씨름, 탈춤 등의 전통놀이도 즐겼다.
언젠가부터 단오는 잊혀진 명절이 되었다. 액을 물리치기 위해 단옷날에 남자들이 창포뿌리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모습도, 여자들이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붉게 물들인 창포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꽂던 단오 풍속도 어느 틈엔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강릉단오제는 여전히 해마다 열린다. 심지어 군중집회가 엄격히 금지됐던 일제강점기에도 한 해도 빠짐없이 열렸다고 한다.
오늘날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 수많은 향토축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유서도 깊어 1967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선정됨으로써 세계적인 전통축제로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선정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올 강릉단오제는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더욱 성대한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릉단오제는 이미 5월2일부터 시작됐다. 음력 4월5일인 이날에는 옛 강릉시청 옆 칠사당에서 단오제에 쓰일 술을 빚는 신주근양(신주빚기) 의식이 엄숙하게 거행됐다. 그리고 음력 4월15일에는 대관령 산신당과 국사성황당에서 산신제와 국사성황제가 열렸고 이어 구산서낭제, 학산서낭제, 국사여성황사봉안제 등의 제의가 온종일 계속됐다. 본행사는 강릉 남대천 둔치 단오장에서 단오 전후로 닷새동안 열린다. 올해는 5월29일 저녁 영신제로 시작, 6월2일 저녁 송신제와 함께 막을 내린다.
강릉단오제 핵심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교식 제사와 단오굿으로 이루어진 종교의례, 관노가면극·농악·그네타기·씨름 등의 민속놀이, 그리고 연인원 100만명 이상의 구경꾼들을 상대로 하는 난장(亂場)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단오굿.
사람들의 소원을 적은 오색 천이 가지마다 빼곡히 묶여 있는 신목. 국사성황신, 즉 범일국사의 신체(神體)인 이 나무는 단오제 마지막 날 소제 때 불태워진다(왼쪽 사진).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굴산사 옛터에 남아 있는 당간지주. 우리나라 당간지주 가운데 가장 크다.
단오굿을 이끄는 무당들은 모두 사설, 춤사위 등의 예술적 기량이 뛰어난 세습무다. 그래서 굿당에 운집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굿판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관객들은 무당의 사설에 따라 울고 웃고 굿거리 장단에 맞춰 추임새를 보이기도 하며 몰입한다. 난장에서 파는 올챙이국수나 팥죽 한 그릇을 사먹는 데는 그지없이 인색한 아낙네들이지만,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소지 한 장 올리거나 무당에게 복전을 건넬 때는 허리춤 깊이 감춰둔 쌈짓돈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단오제에 참여하는 강릉 주민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다. 신에 대한 외경심, 그리고 ‘강릉단오제’라는 전통축제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이 축제의 중요한 주체이기도 하다. 강릉시민뿐만 아니라 외지 관광객들도 5월29일의 영신행렬에 단오등을 들고 동참할 수 있다. 그리고 강릉시민들이 내놓은 신주미(神酒米)로 빚은 ‘단오신주’를 무료로 맞볼 수 있는 시음장이 강릉 시내 곳곳에 마련된다.
단오굿과 함께 강릉단오제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인 관노가면극은 대사 없이 춤과 동작만으로 펼지는, 국내 유일의 가면무언극이다. 구한말 말까지는 관노라는 특수한 신분 계층에 의해 행해졌으나, 현재는 ‘관노가면극보존회’라는 민간단체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양반광대, 소매각시, 장자마리, 시시딱딱이 등이 등장하는 이 탈놀이는 소매각시를 둘러싸고 양반과 시시딱딱이가 사랑싸움을 벌이다가 양반이 이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모두 다섯 마당으로 진행된다. 그밖에도 각종 특산품과 공산품, 그리고 팔도 향토음식을 파는 단오 난장과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서커스단도 강릉 단오장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강릉단오제의 볼거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닷새간이나 계속되는 본행사 기간에 단오장에만 머물 수는 없다. 예로부터 영동지방의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던 강릉에는 수려한 자연풍광과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강원도 제일의 양반가옥으로 손꼽히는 선교장과 율곡 이이가 탄생한 오죽헌, 당대의 혁명가이자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초당동 생가, 대관령국사성황신으로 추앙받는 범일국사가 세웠다는 굴산사 옛터, 우리나라 옛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대관령 옛길 등은 일부러라도 꼭 한번 찾아가볼 만하다.
경포해수욕장에서 맞이한 장엄하고 화려한 해돋이(왼쪽 사진). 강원도 최고, 최대 양반집으로 손꼽히는 선교장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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