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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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뭐기에” … 뉴스거리 된 뉴스 진행자

  • 입력2006-05-24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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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크털로 장식한 로베르토 카발리 코트, 샤넬 핸드백, 루이13세 코냑, 세이블 캐시미어 숄, 발렌티노 스카프….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의 부인 신은경 씨가 성낙합 전 서울 중구청장의 인척에게서 건네받았다는 선물들은 명품 투성이다. 언론은 이를 ‘명품 8종 세트’로 명명했다.

    차분한 목소리와 단아한 외모가 돋보였던 신은경 아나운서. KBS 입사 5년 만에 ‘아나운서의 꽃’인 9시 뉴스 여성 앵커 자리를 꿰찬 그는 이후 5년간이나 같은 자리를 지키면서 뭇 남성의 우상(偶像)이 되었다.

    하지만 갖가지 루머에도 아랑곳없이 1995년 18세 연상의 박 의원과 결혼한 그는 ‘정치인의 아내’로서 몸을 한껏 낮췄다. 그의 헌신적인 내조 덕에 박 의원이 결혼 이듬해 총선에서 당선됐고 4선의 야당 중진 자리에까지 오른 일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신 씨가 달러로 가득 찬 돈가방에다 ‘명품 세트’까지 덥석 받았다니 사람이란 참으로 모를 존재다. 그 스스로 시대를 풍미한 ‘스타’여서 명품에 눈이 어두워진 걸까.

    “공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범 의원 부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놓고 검찰이 고심하고 있습니다. … 보도에 쭛쭛쭛 기자입니다.”(앵커)



    한때 수많은 범법 뉴스를 자신의 입으로 전했던 신 씨는 이 같은 앵커의 멘트를 듣고 어떤 상념에 잠겼을까. ‘우상의 추락’은 보기 흉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5·31 지방선거에서 경남 거창군의원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와 당원 2명이 유권자에게 돈을 돌리다 검찰에 현행범으로 구속되자 민노당은 즉각 사과했다. 당은 이들을 당적에서 제명하고 공천도 철회했다.

    언제부터 민노당에 돈이 넘쳐났을까. 이번 일은 창당 6년 만에 최초로 발생한 ‘금품 살포’라는 점에서 민노당 측은 매우 안타까울 것이다. 서민과 노동자층의 지지를 업고 줄곧 ‘정책정당’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다른 당의 공천비리에 맹공을 가해온 당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었다.

    입이 열 개가 아니라 열한 개면 어떤가. 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죄뿐. 더 절실한 것은 정작 뿌려야 할 공약 대신 돈을 뿌릴지도 모를 ‘검은손’이 몇 개나 더 숨어 있는지 공천 시스템부터 차근히 재검증하는 일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지지자들에게 진정으로 속죄하는 길이다.

    민주노동당은 언론이 ‘민노당’이란 약칭을 쓰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줄여서 쓰련다. 민(民)·노(怒)·당(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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