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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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만난 고구려 ‘상쾌한 출발’

  •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24@hanmail.net

    입력2006-05-29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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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극장에서 만난 고구려 ‘상쾌한 출발’

    ‘주몽’

    MBC 월화 드라마 ‘주몽’이 기대와 우려 속에서 5월15일 첫 방송을 내보냈다. 일단 출발은 성공적이다. 1, 2회 시청률은 16~19%. 이만하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높은 셈이다.

    ‘주몽’에 대한 기대는 단순히 드라마 자체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1964년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설화를 극화한 16부작 ‘국토만리’(박신민 극본, 김재형 연출)로 사극 역사가 시작된 이래, 주로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던 사극의 지평이 고려, 백제를 거쳐 이제 1400~2100년 전의 고구려 역사까지 소재로 삼을 만큼 확장됐기 때문이다. ‘주몽’은 전인미답의 시대를 드라마화한다는 설렘에 더해 앞으로 등장할 고구려 사극 ‘연개소문’(SBS, 6월), ‘대조영’(KBS, 8월), ‘태왕사신기’(올 연말이나 내년 초 방송 예정)의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처음인 만큼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크다. 고구려 시대에 대한 고증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같은 고증의 어려움은 역사와 상상력의 부조화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역사와 상상력의 부조화는 역사 왜곡, 극적 재미의 반감, 박제된 역사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60부작 속에 기원전 108년부터 기원전 37년까지를 담아낼 예정인 ‘주몽’의 1, 2회는 우려보다 기대에 무게를 싣게 했다.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은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 해모수(허준호)와 유화(오연수), 금와(전광렬) 등이 펼치는 삼각관계의 멜로 라인, 그리고 한나라의 폭압을 거부하는 해모수의 영웅적 행동에서 느껴지는 강한 남성성 등 남녀 시청자 모두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요소를 총동원한 덕분이다.

    물론 해모수, 금와 등 등장인물들의 영웅성과 카리스마를 드러내려다 보니 인물들이 정형화됐다는 문제점은 있었다. 그러나 역사와 상상력의 부조화 징후는 걱정만큼 크지 않았다. 제작진이 앞으로 1, 2회처럼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몽’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탄탄한 내러티브와 역동적인 캐릭터로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주몽’이 현재 우리의 상황과 국민적 정서에 대한 발전적인 방향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느냐도 드라마의 성공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고구려 시대의 인물을 다룬다는 것은 조선시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시대가 멀고 가까우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를 벗어나서 만주벌판으로 치달아 광활한 영토를 통치했던 고구려 시대는 우리 역사에서 진취적 기상이 가장 높았던 때다. 이런 점에서 고구려라는 소재는 최근 독도문제와 한-중 간의 동북공정 문제로 인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국민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각인시켜줄 소재인 동시에, 자칫 국수주의적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인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작가 최완규와 정형수는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삼국유사’ 등에도 고구려 건국에 관한 서술은 단 몇 줄이다. 학설과 주장도 제각각이다. 이것은 드라마의 제약 원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를 펼칠 공간이 넓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민족적 자긍심을 강조할 계획은 없다.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드라마는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가 “역사는 어제와 오늘의 대화”라고 정의했듯이 ‘주몽’이 박제된 고구려 시대와 인물의 전시장이 아닌 오늘의 의미로 살아날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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