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가장 유행한 아이템은 뭐니 뭐니 해도 ‘프릴과 레이스가 달린 화이트 블라우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초봄부터 거리에는 19세기 유럽 귀부인들이나 입었을 법한 화려한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들이 넘쳐났다.
여름이라고 해서 이런 ‘로맨틱’ 물결이 수그러들 성싶지는 않다. 올여름에는 날씬하고 우아한 실루엣의 원피스, 레이스나 코사지 등 여성적인 디테일, 쉬폰처럼 비치는 소재, 란제리 룩 등이 두드러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모두 봄의 거리를 휩쓸었던 로맨티시즘의 연장선상에 있는 스타일이다.
빅토리아, 로코코의 공주풍 디자인이 브랜드 컨셉트인 ‘레니본’의 윤영주 이사는 “전년보다 올해 매출이 15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윤 이사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벨벳 재킷과 블라우스를 중심으로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고. 패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로맨티시즘은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화장기 없는 전문직 여성은 가라”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오랫동안 로맨티시즘이 유행하는 것일까? 왜 여성들은 때 아닌 낭만주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까? 물론 ‘세기말의 미니멀리즘에 이은 세기초의 낙관주의와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로맨티시즘이 유행하는 것’이라고 교과서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해석의 여지가 있을 듯싶다.
홍익대 간호섭 교수(패션디자인)는 이와 관련해 흥미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여성이 자신의 여성성을 숨기고 경쟁해야만 했던 과거의 남성 위주 사회와는 달리, 이제는 여성들이 로맨티시즘으로 여성성을 마음껏 과시해도 불리하지 않게 사회가 변화했다는 것. “여성 총리 시대를 맞을 만큼 여성들의 사회적 신분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여성들이 핫핑크나 레드 등 화려한 컬러를 사용하거나 ‘네오 빅토리안 룩’ 같은 여성성이 강하게 부각되는 스타일을 입는 게 더 이상 터부시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연세대 이지현 교수(패션디자인)는 이와는 약간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이 여성성을 강조해서 그리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지도층 여성은 남성의 이미지를 차용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성적인 특질 자체가 ‘메트로섹슈얼’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서 그런 특질을 차용하는 여성들의 패션 역시 한층 여성적으로 보이게 된 것 아닐까요.”
그 어떤 쪽으로 해석하든 공통적인 것은 ‘능력 있는 여성은 꾸미기도 잘한다’는 새로운 선입견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두꺼운 안경을 쓴 전문직 여성’이라는 식의 생각은 구시대의 산물일 뿐이다. 오히려 패션과 화장, 헤어스타일 등에 정통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줄 아는 여성이 진짜 능력 있는 여성 대접을 받는다. 패션 정보 컨설팅 회사인 퍼스트뷰 코리아의 이정민 이사는 “격식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여성성이 강조된 옷차림을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또 “이제는 남성도 옷 잘 입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인데 하물며 여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올해의 거센 로맨티시즘은 무채색의 슈트를 벗어던지고 우아한 여성으로 변신하려는 여성들의 변신 노력과 ‘여성다운 여성’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의 변화한 분위기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몸의 실루엣이 강조되고 로맨틱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올해의 유행 경향은 날씬하고 키 큰 여성이 아니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직장여성들이 이 같은 로맨티시즘을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패션 전문가들은 “슈트를 고수하되 이너웨어와 액세서리에 변화를 주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관리자층이나 금융, 법조계 등에서는 슈트를 입는 것이 여전히 기본적인 룰이지요. 하지만 탑이나 저지, 니트 등 실루엣이 강조되는 이너웨어를 갖추면 재킷을 벗고 화려한 귀고리 하나 정도만 바꿔줘도 바로 애프터 드레스로 변신이 가능합니다.” 간호섭 교수의 조언이다. 또 로맨틱 룩을 소화하기 어려운 체형이라면 핸드백이나 구두 등의 소품으로 트렌드를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공부만 잘하면, 일만 잘하면 모든 게 다 용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부와 능력은 ‘기본’이고 옷도 잘 입고 매무새까지 남달라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어찌 보면 무엇 하나만 잘하면 되던 과거가 차라리 낫지 않았나 하는 묘한 향수가 들기도 한다.
여름이라고 해서 이런 ‘로맨틱’ 물결이 수그러들 성싶지는 않다. 올여름에는 날씬하고 우아한 실루엣의 원피스, 레이스나 코사지 등 여성적인 디테일, 쉬폰처럼 비치는 소재, 란제리 룩 등이 두드러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모두 봄의 거리를 휩쓸었던 로맨티시즘의 연장선상에 있는 스타일이다.
빅토리아, 로코코의 공주풍 디자인이 브랜드 컨셉트인 ‘레니본’의 윤영주 이사는 “전년보다 올해 매출이 15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윤 이사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벨벳 재킷과 블라우스를 중심으로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고. 패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로맨티시즘은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화장기 없는 전문직 여성은 가라”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오랫동안 로맨티시즘이 유행하는 것일까? 왜 여성들은 때 아닌 낭만주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까? 물론 ‘세기말의 미니멀리즘에 이은 세기초의 낙관주의와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로맨티시즘이 유행하는 것’이라고 교과서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해석의 여지가 있을 듯싶다.
홍익대 간호섭 교수(패션디자인)는 이와 관련해 흥미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여성이 자신의 여성성을 숨기고 경쟁해야만 했던 과거의 남성 위주 사회와는 달리, 이제는 여성들이 로맨티시즘으로 여성성을 마음껏 과시해도 불리하지 않게 사회가 변화했다는 것. “여성 총리 시대를 맞을 만큼 여성들의 사회적 신분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여성들이 핫핑크나 레드 등 화려한 컬러를 사용하거나 ‘네오 빅토리안 룩’ 같은 여성성이 강하게 부각되는 스타일을 입는 게 더 이상 터부시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연세대 이지현 교수(패션디자인)는 이와는 약간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이 여성성을 강조해서 그리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지도층 여성은 남성의 이미지를 차용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성적인 특질 자체가 ‘메트로섹슈얼’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서 그런 특질을 차용하는 여성들의 패션 역시 한층 여성적으로 보이게 된 것 아닐까요.”
그 어떤 쪽으로 해석하든 공통적인 것은 ‘능력 있는 여성은 꾸미기도 잘한다’는 새로운 선입견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두꺼운 안경을 쓴 전문직 여성’이라는 식의 생각은 구시대의 산물일 뿐이다. 오히려 패션과 화장, 헤어스타일 등에 정통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줄 아는 여성이 진짜 능력 있는 여성 대접을 받는다. 패션 정보 컨설팅 회사인 퍼스트뷰 코리아의 이정민 이사는 “격식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여성성이 강조된 옷차림을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또 “이제는 남성도 옷 잘 입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인데 하물며 여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올해의 거센 로맨티시즘은 무채색의 슈트를 벗어던지고 우아한 여성으로 변신하려는 여성들의 변신 노력과 ‘여성다운 여성’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의 변화한 분위기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몸의 실루엣이 강조되고 로맨틱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올해의 유행 경향은 날씬하고 키 큰 여성이 아니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직장여성들이 이 같은 로맨티시즘을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패션 전문가들은 “슈트를 고수하되 이너웨어와 액세서리에 변화를 주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관리자층이나 금융, 법조계 등에서는 슈트를 입는 것이 여전히 기본적인 룰이지요. 하지만 탑이나 저지, 니트 등 실루엣이 강조되는 이너웨어를 갖추면 재킷을 벗고 화려한 귀고리 하나 정도만 바꿔줘도 바로 애프터 드레스로 변신이 가능합니다.” 간호섭 교수의 조언이다. 또 로맨틱 룩을 소화하기 어려운 체형이라면 핸드백이나 구두 등의 소품으로 트렌드를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공부만 잘하면, 일만 잘하면 모든 게 다 용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부와 능력은 ‘기본’이고 옷도 잘 입고 매무새까지 남달라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어찌 보면 무엇 하나만 잘하면 되던 과거가 차라리 낫지 않았나 하는 묘한 향수가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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