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24일 새벽. 한반도가 온 국민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한국과 스위스의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서 한국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시내 곳곳의 대형 전광판에는 ‘한국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띄워졌고, TV에선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와 함께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이 계속 방영됐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승리의 함성을 질렀고 지나가던 차들은 경적을 울려 이에 화답했다. 온 국민은 4년 전의 환희를 다시 맛보았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만만치 않은 상대들인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겨뤄 월드컵 16강, 아니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원창 축구전문기자가 쓴 이 책 ‘투혼’은 바로 이런 염원에서 쓰여졌다. 제목 ‘투혼’은 대표팀 유니폼에 새겨진 글귀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다. 저자는 2002년의 즐거운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한편 2006년 월드컵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다.
저자는 한국 축구의 힘을 ‘신바람 디지로그’로 표현했다. 아날로그적 강인한 정신력에 데이터와 과학이 겸비된 디지털 전략을 접목시켰다는 것. 이런 관점에서 한국 축구는 4년 전보다 더욱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아드보카트, 베르베크, 홍명보 등 코칭스태프는 2002년보다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요소로 한국 선수들을 단련시켰고, 박지성·이영표 등 해외파 선수들은 유럽 빅리그에서의 경험으로 한층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잡다한 월드컵 상식이 가득하다. 굳이 첫 장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목차를 보고 눈길 가는 제목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목차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들이 많이 있다. ‘스리백·포백 논쟁에서 벗어나자’ ‘치열했던 주전 경쟁’ ‘히딩크 효과 전 세계로 확산’ ‘왼발잡이 스페셜리스트를 주목하라’ 등은 축구전문가의 명쾌한 해설과 예리한 분석이 돋보인다.
이 가운데 ‘킬러를 가르는 기준’을 살펴보자. 가뜩이나 킬러 부재에 시달리는 판에 이동국마저 부상당한 형국이라 자연스럽게 눈이 먼저 간다.
“스트라이커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A매치 경기당 0.4골이다. 0.4골 이상을 넣었을 때 킬러의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역대 킬러 중에는 차범근(0.45골), 황선홍(0.49골), 김도훈(0.42골), 최용수(0.4골) 등이 이 기준을 통과한다. 현역 가운데에는 이동국이 0.34골로 가장 높지만, 그는 부상 때문에 독일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뒤 10여 년간 줄곧 축구기자로만 일해왔다. 그 때문에 많은 축구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그는 이 책에 태극전사들과의 개인적 추억담을 실었다. 이천수를 고교 시절부터 취재해오면서 가까워진 사연에서부터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무행을 택했던 이을용의 성공 스토리, 포항 스틸러스에 첫 입단해 대선배 황선홍과 한 방을 썼던 이동국의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이밖에 아드보카트의 군기잡기와 등번호에 얽힌 세계 유명 선수들의 일화, 투박(Two Park) 박지성과 박주영, 독일월드컵 출전 32개국의 전력 분석 및 경기일정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6월 한 달은 수많은 축구 마니아들이 밤잠을 설치며 ‘월드컵 올빼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꼭 필요할 것 같다. 월드컵의 ‘교과서’이기 때문. 교과서 없이 수업에 들어가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최원창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400쪽/ 1만2000원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만만치 않은 상대들인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겨뤄 월드컵 16강, 아니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원창 축구전문기자가 쓴 이 책 ‘투혼’은 바로 이런 염원에서 쓰여졌다. 제목 ‘투혼’은 대표팀 유니폼에 새겨진 글귀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다. 저자는 2002년의 즐거운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한편 2006년 월드컵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다.
저자는 한국 축구의 힘을 ‘신바람 디지로그’로 표현했다. 아날로그적 강인한 정신력에 데이터와 과학이 겸비된 디지털 전략을 접목시켰다는 것. 이런 관점에서 한국 축구는 4년 전보다 더욱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아드보카트, 베르베크, 홍명보 등 코칭스태프는 2002년보다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요소로 한국 선수들을 단련시켰고, 박지성·이영표 등 해외파 선수들은 유럽 빅리그에서의 경험으로 한층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잡다한 월드컵 상식이 가득하다. 굳이 첫 장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목차를 보고 눈길 가는 제목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목차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들이 많이 있다. ‘스리백·포백 논쟁에서 벗어나자’ ‘치열했던 주전 경쟁’ ‘히딩크 효과 전 세계로 확산’ ‘왼발잡이 스페셜리스트를 주목하라’ 등은 축구전문가의 명쾌한 해설과 예리한 분석이 돋보인다.
이 가운데 ‘킬러를 가르는 기준’을 살펴보자. 가뜩이나 킬러 부재에 시달리는 판에 이동국마저 부상당한 형국이라 자연스럽게 눈이 먼저 간다.
“스트라이커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A매치 경기당 0.4골이다. 0.4골 이상을 넣었을 때 킬러의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역대 킬러 중에는 차범근(0.45골), 황선홍(0.49골), 김도훈(0.42골), 최용수(0.4골) 등이 이 기준을 통과한다. 현역 가운데에는 이동국이 0.34골로 가장 높지만, 그는 부상 때문에 독일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뒤 10여 년간 줄곧 축구기자로만 일해왔다. 그 때문에 많은 축구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그는 이 책에 태극전사들과의 개인적 추억담을 실었다. 이천수를 고교 시절부터 취재해오면서 가까워진 사연에서부터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무행을 택했던 이을용의 성공 스토리, 포항 스틸러스에 첫 입단해 대선배 황선홍과 한 방을 썼던 이동국의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이밖에 아드보카트의 군기잡기와 등번호에 얽힌 세계 유명 선수들의 일화, 투박(Two Park) 박지성과 박주영, 독일월드컵 출전 32개국의 전력 분석 및 경기일정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6월 한 달은 수많은 축구 마니아들이 밤잠을 설치며 ‘월드컵 올빼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꼭 필요할 것 같다. 월드컵의 ‘교과서’이기 때문. 교과서 없이 수업에 들어가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최원창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400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