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강북구 미아동 삼양로 주변.
재개발 아파트를 갖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재개발구역의 집이나 땅을 사서 조합원 자격을 승계받아 아파트 분양권을 얻는 방식이다. 즉, 조합원 지분(속칭 딱지) 투자다. 다른 하나는 재개발구역의 조합원들에게 배정하고 남은 물량을 청약통장을 이용해 일반분양을 받는 방법이다.
재개발 지분 투자는 재건축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 또한 청약통장이 없어도 로열층을 배정받을 수 있으며, 일반분양보다 싸게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재개발 투자는 알려진 것만큼 쉽지 않다. 사업 절차가 복잡한 데다 같은 지분일지라도 시세와 추가부담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전 지식 없이 무턱대고 달려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아무런 준비 없이 재개발에 손을 댔다가 자금이 묶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합원 지분 거래하는 절차
조합원 지분을 살 때는 파는 사람이 조합원 자격이 있는지와 사려는 물건에 하자가 없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확인할 서류는 등기부등본, 조합원 명부, 토지이용계획 확인원, 무허가 건물 확인증이다. 등기부등본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토지의 분할 및 합병 여부를 알기 위해서도 등기부등본은 꼭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을 보고 땅 크기를 따져 아파트 분양 대상이 되는 조합원인지, 현금청산 조합원인지 구분해야 한다. 조합원 명부는 토지와 건물 면적, 조합원 자격 여부, 재개발 동의 여부를 써놓은 서류다. 조합원 명부에 들어 있지 않으면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민원이나 주민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바람에 지구지정이 취소되거나 주거환경개선지구로 바뀌는 수가 있다. 따라서 지분을 구입할 때는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을 통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재개발 지분의 투자수익을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일반적인 산출 방식으로 비례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재개발로 인해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얻게 되는 이익의 비율로, 관리처분 총회에서 결정한다. 비례율 100%라 함은 재개발 후 종전 자산가치와 맞먹는 사업이익이 생긴다는 뜻이다. 개별 건물과 토지의 지분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하면 조합원 권리가액이 나온다.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뺀 금액이 곧 부담금이다. 추가부담금은 예정 평형을 분양받기 위해 입주 때까지 납부해야 하는 일반분양의 중도금과 같은 금액이다. 추가부담금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확정된다.
재개발 지분은 비슷한 조건인데도 시세가 다른 경우가 많다. 평가보상액의 기준이 되는 감정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도로가 북쪽에 접해 있고, 모양이 정방형인 땅이 감정평가에서 좋은 값을 받는다. 또 조합원 수가 많지 않은 곳일수록 좋다. 유망 지역이라도 조합원 수가 많으면 일반분양분이 적어 개발이익이 떨어진다.
2004년 12월23일 거행된 은평뉴타운 착공식(왼쪽)과 서울 진관내동 은평뉴타운 홍보관을 찾은 시민들.
재개발구역은 한강을 끼고 있거나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곳, 뉴타운으로 개발되고 있는 곳, 산과 공원을 끼고 있는 곳이 무난하다. 한강을 볼 수 있는 재개발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성동구 옥수동과 금호동이 대표적이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재개발구역은 아주 많다. 역세권이면서 주변에 산과 공원을 낀 곳이면 더없이 좋다. 북한산과 가까운 서울 성북구 정릉동, 관악산을 볼 수 있는 관악구 신림동, 개운산을 끼고 있는 성북구 종암동, 달마산과 이웃한 동작구 흑석동과 상도동이 여기에 속한다.
교통이 좋은 곳으로는 서울 마포구 일대의 재개발구역을 꼽을 수 있다. 공덕동·신공덕동·용강동·대흥동 일대가 모두 아파트촌으로 재개발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가 대부분 삼성래미안이어서 삼성타운이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다.
서울에서 2억원 미만으로 살 만한 재개발 지분도 꽤 있다. 성북구 월곡1구역, 성동구 옥수12구역, 전농답십리뉴타운 등지의 10평대 지분은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뉴타운 투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뉴타운은 계획적으로 개발하고, 특수목적고 등 우수 학교를 유치한다는 점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뉴타운 가운데 주목할 곳은 용산구 이태원, 한남, 보광동 일대 한남뉴타운이다. 한강은 물론 남산 조망이 가능한 데다 강남과도 가까워 뉴타운 중에서도 최고의 노른자위로 꼽힌다. 한남1, 2구역과 보광1, 2, 3구역, 동빙고구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한남1구역이 으뜸이다. 이곳의 지분값은 10평 안팎의 소형이 평당 200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지만 빼어난 입지 덕에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용산 일대도 미군기지 이전, 용산개발 등으로 더 오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한남뉴타운 역시 용적률과 층고 제한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적어도 5년 이상은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
시범단지 중 하나인 은평뉴타운도 유망한 편이다. 은평구 진관내·외동, 구파발동 일대로 모두 1만4000여 가구가 들어서는데 올해 안에 처음으로 일반분양을 한다. 은평뉴타운은 30만평의 진관근린공원을 합치면 녹지면적이 개발면적의 50%나 된다. 여기에 북한산국립공원, 갈현근린공원, 서오릉자연공원, 창릉천 등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마디로 청정 주거단지인 셈이다.
3차 뉴타운 후보지 중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이 많다. 동작구 흑석동, 은평구 수색동·증산동, 동대문구 이문동·휘경동, 서대문구 북아현동 등은 개발이 시작된 2차 뉴타운과 붙어 있어 발전 잠재력이 크다.
재개발 지분 투자가 장점이 많긴 하나 어두운 구석도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지분 쪼개기’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개발 기본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았는데도 투자가치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지분 쪼개기를 부추긴다.
지분 쪼개기의 흔한 방법은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세대주택은 구분등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역 지정을 받기 전에 용도변경을 하는 다가구주택이 급증하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재개발구역은 지분 쪼개기가 절정에 이르면서 사업 초기보다 조합원 수가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강북구 미아동 일대의 재개발구역도 조합원 수가 크게 늘어났다. 무허가 건물이 많아 조합원 수가 많은 지역은 일반분양분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또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거나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불량 지분도 조심해야 한다. 국공유지 내 무허가 건물이 불량 지분으로 나도는 사례가 간혹 있다.
전반적으로 뉴타운 건축 규제는 많이 풀렸지만 지분(땅) 구입은 까다로워진다. 올 하반기부터 강북 뉴타운에서 6평 이상 땅을 살 때는 구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54평 이상만 허가를 받으면 된다. 서울 뉴타운에서 6평 이상 필지는 전체의 88%에 이른다. 따라서 투기적 거래는 위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