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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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뮤지컬 ‘젊음의 행진’ 아련한 추억을 듣다

  •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18-05-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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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PMC프러덕션]

    [사진 제공 · ㈜PMC프러덕션]

    지금이야 스마트폰만 켜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기 스타들의 무대를 보려면 TV 음악프로그램을 기다려야 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보고 싶었던 가수의 무대가 지나가버려 울상을 지을 때도 있었다. 대표적 인기 음악프로그램으로 1981~94년 방송된 ‘젊음의 행진’을 꼽을 수 있다. ‘젊음의 행진’은 당대 최고 스타뿐 아니라 장안의 화제인 신예가수들의 등용문이었고, 쟁쟁한 인기 스타들이 MC를 도맡았다. 

    ‘젊음의 행진’이 가진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린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 무대에 올랐다. 2007년 초연한 이래 이번이 10번째 공연인 ‘젊음의 행진’은 주크박스 뮤지컬(대중음악이 흘러나오는 음악상자 Jukebox처럼 기존 히트곡을 모아 하나의 스토리로 엮은 뮤지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정적 무대를 선사한다. 

    남녀 주인공은 1990년대 인기 만화 ‘영심이’의 주인공이던 오영심(신보라·김려원 분)과 왕경태(강동호·김지철 분)다. 우리 기억 속에 실수만발 중학생인 이들이 뮤지컬에서는 36세 어른으로 우연히 조우한다. 천방지축 영심이는 공연기획자가 돼 ‘젊음의 행진’이라는 콘서트를 야심차게 준비해 무대에 올린다. 영심이가 기획한 극중 콘서트 ‘젊음의 행진’은 그때 그 시절을 빛낸 최고 히트곡으로 꾸며져 관객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1987년 발매된 고(故)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부터 2000년 소찬휘의 ‘Tears’까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곡을 엄선했다. 과거와 현재로 시공간이 이동하는 가운데 신나는 34개 히트곡이 싱크로율 100%로 당시 분위기를 재현하고 관객은 향수에 젖는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여전하다. 다소 엉뚱하지만 발랄하고 적극적인 영심이는 자신만을 일편단심 쫓아다니던 찰떡궁합 경태를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의도적으로 피했다. 대학 입시에 실패해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경태에게 보이기 싫었던 것이다. 18년 전 공중전화 박스에서 영심이를 애타게 부르던 경태가 이번에는 과연 도망가려는 영심이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한 시절을 풍미하던 반가운 음악과 함께 관객은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며 미소를 머금는다. 그리고 이들처럼 추억 속 친구를 우연히 만나 유쾌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여운을 느끼며 한동안 공연장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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