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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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닥터’ 김명철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고양이 기르고 싶다고?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

입양 전 꼭 확인해야 할 준비 리스트

  • | 수의사·백산동물병원 원장 grrvet@naver.com

    입력2018-05-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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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야생성이 있기 때문에 
매일 일정 시간 사냥놀이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shutterstock]

    고양이는 야생성이 있기 때문에 매일 일정 시간 사냥놀이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shutterstock]

    최근 들어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해시태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자주 보인다. 그만큼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일 테다. 애묘인의 한 사람으로서 신나는 일이지만, 동시에 무분별하게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애견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2000년 초반처럼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면 자칫 유기묘의 증가나 반려고양이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고양이를 키우기로 마음먹은 분들을 위해 사전에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얘기하고자 한다.

    스스로 준비됐는지 묻고 또 묻기

    “앞으로 한 고양이의 생명을 20년간 책임질 것이며, 그 고양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각오가 돼 있는가?” 

    먼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데려오기 최소 한 달 전부터 고양이의 기본 습성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3가지 요소로 의식주를 꼽듯 고양이를 맞이할 때도 이는 똑같이 적용된다.

    고양이의 ‘의(衣)’

    고양이는 털 있는 동물이기에 사람처럼 매일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많은 애묘인이 힘들어 하는 것처럼 털이 많이 빠진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해둬야 한다. 특히 털이 긴 장모종은 매일 빗질해주지 않을 경우 털이 엉켜 피부가 상한다. 심하면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기도 한다. 고양이털을 빗길 전용 브러시와 빗질을 해줄 하루 10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양이의 ‘식(食)’

    건식, 습식을 떠나 대중적인 사료라면 믿고 선택해도 좋다. [shutterstock]

    건식, 습식을 떠나 대중적인 사료라면 믿고 선택해도 좋다. [shutterstock]

    고양이 음식은 일반적으로 건식사료와 습식사료(캔사료), 그리고 간식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어떤 사료를 먹일지 고민되기 마련이다. 시중에서 파는 일반 사료는 모두 고양이의 기본 단백질 섭취 요구량을 채우고 미량의 영양소들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대중적인 사료를 선택하면 쉽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고양이에게 먹여 검증된 사료는 어찌됐건 안전성이 보장됐다고 보면 된다. 

    혹자는 습식사료를 간식으로 생각하거나 비만의 원인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1일 1~2회 습식사료를 주면 오히려 다른 간식을 챙겨주지 않아도 고양이에게 다양한 식(食)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수분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므로 새끼고양이일 때부터 먹일 것을 권한다. 

    자신의 경제형편을 고려하고 사료에 관한 평들을 자세히 읽어본 뒤 새로 오는 고양이에게 어떤 사료를 먹일지 미리 정해두면 좋다. 또 먹이와 물을 담을 식기도 중요한데, 플라스틱 식기는 흠집이 난 곳에 세균이 증식할 수 있으므로 사기나 스테인리스 제품을 추천한다.

    고양이의 ‘주(住)’

    고양이는 수시로 빗질을 해주는 것이 좋고, 수직 공간 놀이터를 설치해줘야 한다. [shutterstock]

    고양이는 수시로 빗질을 해주는 것이 좋고, 수직 공간 놀이터를 설치해줘야 한다. [shutterstock]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집 안 환경에 따라 삶의 질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특히 고양이는 개에 비해 야생성이 많이 남아 있어 이 부분을 잘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 먼저 고양이가 수직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가구 배치에 신경 써야 한다. 수직 공간 놀이터인 캣타워를 미리 준비하면 좋다. 본인의 영역을 표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스크래처도 필수다. 

    고양이는 배변과 배뇨를 모래 화장실에 하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의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 모래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해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보통은 응고형 모래를 많이 사용한다. 모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화장실 위치와 개수다. 화장실 위치는 사람의 동선과 겹치지 않는 조용한 곳이 좋다. 만약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면 화장실은 n+1개를 준비해야 고양이 간 불필요한 다툼이나 배변·배뇨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애완동물이기 전 가족

    의식주는 물론, 하루 중 얼마만큼의 시간을 고양이에게 할애할 수 있을지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양이를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삶의 일부를 함께하는 가족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루 중 최소 30분가량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고양이는 특히 매일 규칙적으로 보호자와 함께 사냥놀이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다. 개에게 산책이 필요하다면 고양이에게는 보호자와 하는 사냥놀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고양이가 사냥놀이를 할 수 있는 장난감으로는 보호자가 직접 놀아주는 고양이 낚싯대와 어묵꼬치 등이 있고, 고양이 혼자 놀 만한 장난감도 다양하다. 보호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장난감과 혼자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적절히 준비하고 잘 활용해야 고양이의 지루함을 덜어줄 수 있다. 하루하루 생활이 무료하면 고양이는 여러 질병 또는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호자는 장난감과 놀이시간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당신은 고양이와 함께 살 준비가 돼 있는가.”


    고양이 전문 수의사인 김명철 백산동물병원 원장의 격주 칼럼 ‘세·모·고’가 시작됩니다. 고양이에 관한 모든 것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전해드립니다. 고양이에 대한 궁금증을 ‘주간동아’(weeklydonga@naver.com)로 보내주시면 선별해 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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