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뉴스1]
李 퇴진 여론 53.4%
이 대표의 처지는 최근 1년 사이 급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시사리서치가 ‘시사저널’ 의뢰로 6월 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3.4%가 ‘이 대표가 일찍 물러나고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답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가 최근 성 상납 의혹 등을 받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기 보장 여론은 42.2%고 4.4% 응답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 징계 여부는 국민의힘 내에서 최대 관심사다. 윤리위의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순이다.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만일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이상 징계를 받고 불명예 퇴진한다면 국민의힘은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를 받더라도 이 대표의 향후 정치 인생에 큰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당대표 징계’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원구 출마 등 차기 행보를 계획 중인 이 대표 처지에서는 징계 자체를 피해야 한다.
상황은 이 대표에게 유리하지 않다.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6월 22일 ‘증거인멸 의혹 관련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가 결정됐다. 김 실장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제보자 장 모 씨를 만나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주며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리위는 추가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측근에 징계 조치가 내려진 만큼 이 대표 역시 경고 등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윤리위, 배후 있는 것 아니냐”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그에게도 포에니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내 정치 싸움”이라며 “망치와 모루도 전장에서나 쓰이는 것이지 안에 들어오면 뒤에서 찌르고 머리채 잡는 거 아니겠나”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니발의 숙적 스키피오에 자신을 빗댄 것이다. 스키피오는 2차 포에니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이 대표의 나이인 37세에 로마 최고 명예직인 감찰관에 올랐지만 이후 정적들의 견제를 받다 원로원을 떠났다.이 대표 역시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거푸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최근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혁신위원회(혁신위) 출범을 앞두고 갈등에 불이 붙었다. 이 대표가 혁신위 구성 계획을 발표하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인 정진석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권 여당으로 든든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 노선, 방식, 비전을 토론하는 자리가 우선적으로 마련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도 “당대표 몰아내자고 대선 때 방에서 기자들 들으라고 소리친 분을 꾹 참고 우대해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맡겼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1년 내내 흔들어놓고 무슨 싸가지를 논하는가”라며 ‘정치 선배’임을 거론한 정 의원을 비판했다. 이후로도 이 대표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최고위원과 최고위원회의에서 언성을 높이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이 대표를 토사구팽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최근 윤리위 행보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구심을 보이는 시각이 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분이 윤리위 뒤에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 특정 당권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개인에 대한 호오가 크게 갈리는 것과 달리, 그의 정책이나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적잖다. 광주 표심을 겨냥한 ‘서진 정책’ 외에도 최근 집중하고 있는 혁신위에 대한 여론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6월 18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출범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긍정 여론이 51.3%로 부정(37.1%) 보다 높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승리의 공로가 있는 만큼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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