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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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는 국민 심정 아는가

  •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입력2006-11-13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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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받는 국민 심정 아는가
    인간의 욕심이란 게 끝이 없는 법이다. 기본 의식주가 충족되고 나면 그 다음엔 더 잘나고, 더 멋진 것을 찾게 마련이다. 자식에게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이것이 살아가는 재미이고, 의욕을 갖고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욕심이 아무리 자연스러운 인간심리라고 해도,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참여정부 집권 후 전국적으로 24%, 서울은 40%, 강남은 무려 60%나 집값이 올랐다. 이런 사태라면 정부가 무너져야 한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느 야당 정치인의 말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청와대 비서관의 말이란다. 누가 했든 옳은 말이다.

    강남 집값을 때려잡겠다고 호언한 대통령은 반대로 강남 집값을 ‘명품’으로 만들어버렸다. 따지고 보면 이 정부가 해온 일 중 가장 깊고 어두운 그늘을 남긴 것이 강남을 명품으로 만든 일이 아닐까 싶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속담이 불변의 진리임을 온 국민에게 확인시켰다. 강남에, 서울에, 수도권에 살고 있지 않은 대다수 국민은 지금 스스로를 ‘짝퉁’으로 비하하며 속 쓰려 하고 있지 않은가.

    이 정부가 만든 ‘명품’은 또 있다. 일부 대학은 이미 명품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본고사나 통합논술은 안 된다는 교육부 지침은, 나머지 대다수 대학들을 ‘짝퉁’으로 남겨놓음으로써 이들을 더 확실한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교육부는 또 특목고도 명품으로 만들어놓았다. 이 와중에 특목고 대비 학원도, 논술학원도 새롭게 명품 대열에 끼려고 안간힘을 쓴다. 너도나도 기를 쓰고 처자식을 외국에 내보내는 조기유학 바람은 어떤가. ‘기러기 아빠’의 외로움과 희생, 고통을 훗날 자식들은 알아줄 것인가.



    서민을 위한다는 참여정부가 서민은 쳐다보기도 어려운 명품을 그토록 열심히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하랴. 국민은 단지 심하게 열을 받고 있을 뿐이다.

    요즘 벌어지는 일 잘못돼도 한참 잘못

    그래, 국민이 못나서, 허영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부동산정책이든 교육정책이든 갈수록 꼬이기만 하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치자.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에 핵실험까지 감행하는 마당에 태평스럽게만 들리는 대통령과 장관들의 말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힘 가진 분들 말대로 이 모두를 과장하고 왜곡하는 언론 탓으로 돌려도 정말 괜찮을까?

    잘난 분들이 하는 일이니 국민은 무슨 깊은 뜻이 있겠거니 하고 구경만 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분들이 월급 받고 대접받는 것은 국민이 낸 세금 덕분이라는 점 말이다. 국민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대신 큰 혼란 없이 현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 나아지길 바라고 또 애쓰며 산다.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고, 내 자식이 더 나은 교육을 받길 바라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자연스러운 욕심이다. 이런 욕심이 제대로 인정받고, 노력에 따라 성취 가능한 일이 될 때 인간은 자기보다 못한 이웃에 마음을 쓸 여유가 생긴다. 이 정부는 국민의 그런 소박한 꿈을 진지하게 고려라도 해봤는지 묻고 싶다.

    상대적 박탈감에 가위 눌리는 국민의 정신건강이 심히 걱정스럽다. 스스로를 ‘짝퉁’으로 여기는 국민에게 자기보다 못한 이웃을 생각할 여유란 없다. 그러면 공동체적 삶은 갈수록 팍팍해진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 보면 국민은 이 정부가 정말 무너져야 한다고 믿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정부의 어느 구석에서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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