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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맞춤여행|전남 담양

竹香 가득한 정자 오르면 詩心이 절로

  •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竹香 가득한 정자 오르면 詩心이 절로

竹香 가득한 정자 오르면 詩心이 절로

금성산성의 내남문에서 바라본 외남문과 담양호.

전남 담양군은 대나무골이다. 어디를 가도 대숲이 있다. 무성한 대숲은 사람들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담양에는 옛 시인묵객과 선비들의 자취가 서린 정자와 원림(園林)이 유달리 많다. 대나무는 선비들이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니만큼, 어쩌면 대나무골 담양에 조선 선비들의 자취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담양 땅에 남은 정자나 원림으로는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명옥헌, 면앙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짜임새 있고 멋스럽기로 첫손 꼽히는 곳은 남곡 지곡리에 자리한 소쇄원이다. 조광조의 제자였던 소쇄옹 양산보(1503~1557)가 조성한 이 정원은 ‘우리나라 전통 원림의 백미’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해서 규모가 대단한 곳은 아니다. 전체 면적이 1400평에 불과하지만 무엇보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완벽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때 10여 채에 이르던 소쇄원 부속건물은 이제 제월당, 광풍각, 대봉대만 남았다. 쓸쓸해 보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섰지만 오히려 건물과 자연 사이의 공간이 넉넉해서 전체 분위기가 훨씬 자연스럽고 여유롭다. 이런 소쇄원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마치 딴 세상에 들어선 듯한 감흥에 젖는다. 그리 길지 않은 대숲 길과 산책로를 찬찬히 걸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노라면, 자신과 옛 건물과 자연이 하나 된 듯한 경지도 잠깐이나마 누릴 수 있다.

소쇄원 들머리에서 큰길을 따라 광주호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개울 건너편의 언덕에 자리잡은 환벽당이 보인다. 인근의 식영정, 고서면 원강리의 송강정과 함께 송강 정철(1536~1593)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꼽히는 환벽당은 송강이 어린 시절 학문을 익힌 곳이다. 환벽당 맞은편의 가사문학관 앞을 지나면 금세 식영정 어귀에 이른다. 송강은 이곳 솔숲에 자리잡은 식영정에서 자신의 대표작 ‘성산별곡’을 지었다.

소쇄원·식영정·환벽당 등 멋스럽고 운치있는 유적 가득



식영정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고서면 후산마을에는 수백 년 묵은 배롱나무와 노송이 장관을 이루는 명옥헌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사실 삼복염천에 굳이 담양의 원림을 둘러보는 것은 명옥헌의 배롱나무꽃을 구경하기 위함이다.

자미화(紫薇花), 백일홍, 목백일홍 등으로 불리는 배롱나무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약 100일 동안이나 잇따라 피고 지는 붉은 꽃이 매혹적이다. 정열의 춤을 추는 무희 같기도 하고, 지체 높은 가문의 조신한 규수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무희든 규수든, 만개한 배롱나무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바로 이곳 명옥헌은 오래된 배롱나무 고목들이 숲처럼 우거져 있어 여름 내내 섬뜩한 꽃불이 사그라지지 않는 곳이다.

명옥헌의 지척에 자리한 창평은 송강이 감성과 시심(詩心)을 키운 땅이다. 16세 때 할아버지 묘가 있는 창평으로 내려온 송강은 기대승 김인후 송순 임억령 등 호남의 여러 대학자와 문인들에게 학문과 시를 체계적으로 배웠다. 지금도 창평에 가면 고풍스런 멋이 느껴진다. 옛날 방식으로 창평엿과 창평한과가 제조되고, 지난해 6월 등록문화재 제265호로 지정된 삼천리 삼지천마을의 오래된 돌담길도 운치 있다.

竹香 가득한 정자 오르면 詩心이 절로

우리나라 전통원림의 백미로 꼽히는 소쇄원의 광풍각(왼쪽), 배롱나무 고목들이 붉은 꽃불을 피워 올린 명옥헌의 여름날 풍경.

우리나라 가사문학 중 최고봉으로 꼽히는 ‘면앙정가’의 산실인 면앙정(봉산면 제월리)을 둘러본 뒤에는 담양읍내로 향한다. 담양은 가로수길이 근사하기로 대한민국에서 첫손가락 꼽히는 고장이다. 소쇄원 근처 자미탄 개울가에는 배롱나무꽃이 여름 내내 피고 지고, 담양읍을 중심으로 사통팔달 뻗은 여러 국도변에는 원추형으로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열병하듯 늘어섰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가운데 꼭 가봐야 할 곳은 담양읍에서 순창군 경계지점까지의 24번 국도 구간이다. 아름드리 고목이 촘촘히 늘어서 근사한 숲 터널을 이뤘다. 이곳에는 메타세쿼이아길 못지않게 아름답고 운치 있는 산책로가 또 있다. 담양읍내를 휘감아 도는 담양천 제방에 2km쯤 늘어선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이 그것이다.

관방제림이 있는 담양읍내에서 서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추월산(731m)과 금성산(603m)이 우뚝하다. 그중 금성산 정상 부근의 암봉과 산허리에는 삼한시대 처음 축조됐다는 금성산성이 둘러져 있다. 튼실하게 축조된 성 자체도 볼만하지만, 무엇보다 주변의 산자락과 들녘과 마을을 죄다 끌어앉은 조망이 일품이다.

찻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책하듯 가벼운 기분으로 20여 분만 걸으면 이 산성 관문인 외남문에 당도할 수 있다. 일단 이곳에만 올라서도 가슴이 뻥 뚫릴 듯 상쾌한 조망을 누릴 수 있다. 담양호 건너편 추월산은 손에 닿을 듯 가깝고, 멀리 광주 무등산과 광양 백운산까지도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2km 가까운 성벽길은 지형에 따라 율동감 있게 오르내려 산책을 겸한 등산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 추천 일정 |



[첫째 날] 06:30 서울 톨게이트 통과`→`10:00 호남고속도로 창평IC(서울 톨게이트에서 282km) 통과`→`10:00~10:40 창평면 소재지 삼지천마을로 이동, 돌담길 산책`→`10:40~11:20 창평면 소재지~고서면 후산마을 거쳐 명옥헌 구경`→`11:20~12:40 후산마을 입구(좌회전)~고서사거리(좌회전, 887번 지방도)~광주댐 경유해 소쇄원(061-382-1071) 주차장 도착, 소쇄원 관람`→`12:40~13:20 점심식사(흑두부보쌈 또는 붕어찜)`→`13:20~14:30 환벽당, 가사문학관, 식영정 등 관람`→`14:30~15:10 식영정~고서사거리(직진)~원강교차로(29번 국도, 담양 방면)~유산교차로(좌회전) 등 거쳐 송강정 답사`→`15:10~15:40 송강정~유산교차로(29번 국도, 담양 방면)~연동육교(887번 지방도, 봉산 방면) 등 경유해 면앙정 답사`→`15:40~18:00 담양읍내로 이동, 담양천변의 관방제림과 죽녹원(061-380-3244) 산책`→`18:00~ 숙소에 여장을 푼 뒤 저녁식사(떡갈비 또는 돼지숯불갈비)

[둘째 날] 08:00~08:30 담양읍(24번 국도, 순창 방면)~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거쳐 금성면 석현리 도착`→`08:30~09:20 아침식사(댓잎두부전골)`→`09:20~09:30 석현리(24번 국도, 순창 방면)~원율삼거리(좌회전, 금성산성 방면) 거쳐 금성산성 주차장 도착`→`09:30~12:00 금성산성 성벽 일주 후 주차장 도착`→`12:00~12:20 금성산성 주차장~원율삼거리~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거쳐 담양읍내 도착`→`12:20~13:20 점심식사(대통밥과 죽순회무침)→ 13:30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IC 진입


| 여행 정보 |




[숙박] 담양군 금성면의 금성산성 어귀에 자리한 담양리조트(061-380-5000)는 호텔, 온천, 수영장, 수목원, 커피숍, 한식당 등을 갖춘 종합휴양리조트다. 담양읍내에는 파레스모텔(061-381-6363), 그린파크(061-383-5858) 등 모텔이 많고 소쇄원에 가까운 남면 소재지에는 럭키하우스(061-381-3312), 베스트모텔(061-383-8800) 등이 있다. 금성면 원율리의 금성통나무펜션(061-381-2376)과 산아래펜션(061-381-1600)도 시설이 깔끔한 편이다.
竹香 가득한 정자 오르면 詩心이 절로

한상근대통밥집의 대통밥과 죽순회무침.



[맛집] 대나무골 담양에는 죽순요리 전문점과 내력 깊은 떡갈비집이 여럿 있다. 담양읍 외곽의 한상근대통밥집(061-382-1999)과 민속식당(061-381-2515), 월산면 소재지의 죽림원(061-383-1292) 등은 대통밥과 죽순요리를 잘하는 집이고, 신식당(061-382-9901)과 덕인관(061-381-7881)은 떡갈비 전문점이다.

그 밖에 관방제림 어귀의 진우네집국수(잔치국수 061-381-5344), 담양읍사무소 근처의 승일식당(돼지숯불갈비 061-382-9011), 소쇄원 근처의 달맞이흑두부(흑두부요리 061-381-5255)와 성산산장(붕어찜 061-383-1045), 창평시장 안의 창평국밥(061-381-8253) 등도 남도의 깊은 손맛과 푸짐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집들이다.




주간동아 2007.08.21 599호 (p74~75)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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