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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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은 영구, 흥행사 다시 쓴다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8-13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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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하지 않은 영구, 흥행사 다시 쓴다
    영화 ‘디워(D-WAR)’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려던 영화들은 ‘이무기의 공습’에 지레 겁먹고 개봉을 늦추는 분위기다. ‘꿈의 1000만명’을 향한 질주에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영화를 만든 심형래 감독(사진)은 누구나 알다시피 코미디언이다. 1980~90년대 그는 천부적 기질로 ‘영구’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한 시대를 풍미했다. 많은 코미디언 후배들이 기계충 먹은 머리 스타일에 ‘띠리디 띠디디~’를 불러대던 ‘영구’를 패러디해 코미디계에 입문했을 정도. 그가 남긴 족적은 그렇게 짙고 깊다.

    그러나 천재 코미디언이란 타이틀은 15년차 영화감독인 그에게 ‘독’이었다. 영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영화감독 심형래’는 어색했다. ‘원죄’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는 비충무로 출신이다. 태생적 한계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심형래가 만들면 접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우뢰매’ 시절 빨간 내복을 입고 다녀서인지, 내가 하면 40∼50% 깎이는 측면이 있다.”

    1993년 심 감독은 영화사를 만들었다. ‘영구아트무비’였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영구와 공룡쭈쭈’ ‘티라노의 발톱’ ‘드래곤 투카’ 등을 출시했다. 하지만 삼류라는 평이 따라다녔다. 99년 내놓은 회심작 ‘용가리’가 잠시 주목받았지만, 결국 참패로 끝났다.



    그러나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지 않던가. ‘용가리’는 심 감독에게 면역주사가 됐다. 하염없이 추락하던 ‘신지식인’은 그때의 실패를 발판 삼아 7년 만에 3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디워’를 들고 우리 앞에 다시 섰다.

    ‘디워’는 영화사에 남을 만한 걸작은 아니다. 심 감독 본인도 “가족영화다.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단순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디워’를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는다. 저질 영화, 한국판 꼴통 민족주의라는 비아냥거림이 난무한다. 심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가 직접 썼다는 ‘디워’의 엔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용가리’를 만들며 지새운 밤이 며칠이던가.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제 ‘디워’에서 나는 우리만의 기술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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