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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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과 왜건, 드디어 “으랏車車!”

날렵한 스타일과 실용성 무기로 조용한 바람몰이 …7월 시판 현대 ‘i30’ 인기 예감

  • 석동빈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mobidic@donga.com

    입력2007-08-14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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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치백과 왜건, 드디어 “으랏車車!”

    현대의 유럽형 해치백 i30.

    한국은 그동안 해치백과 왜건의 무덤이었다. 세단을 타야 ‘폼’이 난다는 소비자들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련된 디자인의 수입 해치백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해지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 번도 햇빛을 보지 못했던 해치백과 왜건형 승용차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날렵한 스타일의 해치백 모델과 실용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왜건 모델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고, 판매도 늘고 있다.

    해치백은 승용차의 트렁크 부분을 짧게 하고 실내와 연결되는 뒷문을 달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승용차 모양에서 벗어나 가벼워 보이고 트렁크 공간이 작다는 게 소비자들에게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디자인이 스포티하고 핸들링(운전대 조작에 차가 반응하는 정도) 등 운동성능도 일반 승용형 모델보다 좋다는 점이 부각돼 젊은 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트렁크 부분이 없고 차체가 세단형보다 가볍기 때문에 커브길에서도 몸놀림이 가볍다.

    볼보 ‘C30’, 벤츠 ‘마이비’도 판매 호성적

    수입차의 해치백 모델 중 베스트셀러는 폴크스바겐 ‘골프’다. 특히 골프는 스포츠카처럼 동력 성능과 핸들링이 뛰어난 ‘GTI’ 모델에서부터 가솔린과 디젤 모델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춰 국내에도 적잖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볼보 ‘C30’은 소형 해치백 스타일로 디자인이 독특하고 귀여워 특히 여성 운전자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벤츠 역시 한국의 시장변화에 힘입어 ‘마이비’라는 해치백을 5월부터 판매해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국산차로는 기아자동차 ‘프라이드’와 ‘세라토’, GM대우자동차 ‘라세티’와 ‘칼로스’ 등이 있다. 프라이드와 라세티 해치백 모델은 날렵한 디자인으로 세단형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지금까지 나온 국산 해치백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i30’을 7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형 해치백인 ‘i30’은 디자인뿐 아니라 핸들링, 실용성도 뛰어나 한국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왜건 모델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디자인이 투박한 데다, 확장된 트렁크 공간 때문에 ‘짐차’로 인식되기 쉬워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내놓는 모델마다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에 왜건인 현대차 ‘아반떼 투어링’과 기아차 ‘크레도스2 파크타운’, 대우자동차 시절의 ‘누비라 스패건’이 나왔지만 판매량은 저조했다. 2~3년 판매되다 금세 단종(斷種)되는 비운을 반복했다. 그러나 2007년 GM대우자동차가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라세티 왜건’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

    라세티 왜건에는 디젤엔진을 장착해 실용성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실내공간은 의자를 접을 경우 중형 냉장고를 실을 수 있을 만큼 넓다. 디자인도 라세티 세단의 디자인을 유지해 예쁘장하다.

    해치백과 왜건, 드디어 “으랏車車!”

    1_ 현대 i30의 ‘트렁크 도어’모습<br>2_ 현대 i30의 쌍둥이 모델인 기아차 ‘씨드’.<br>3_ 벤츠의 해치백 모델인 ‘마이비(My B)’.

    국내 시장에는 아예 왜건형을 내놓지 않았던 수입차 회사들도 조금씩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화물차 분위기를 풍겼던 과거의 디자인에서 탈피해 세련된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왜건 모델을 많이 생산한 볼보는 국내 시장에 ‘V50’ ‘V70’ ‘XC70’ 등 3종류의 모델을 선보여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사브의 왜건 모델인 ‘9-3 스포츠콤비’는 사브 특유의 고성능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것이 매력 포인트. 폴크스바겐 ‘파사트 바리안트’ 역시 예쁜 디자인과 여유로운 내부 공간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기아 ‘씨드’ 핸들링과 차체 강성 뛰어나

    기아차 ‘씨드’는 ‘i30’과 차체, 동력 계통을 함께 쓰고 있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성능은 비슷한 형제 자동차로 볼 수 있다. 다만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씨드는 유럽 시장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최근 유럽 언론의 테스트에서 골프 등 유명 해치백 모델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해치백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i30’의 성능은 형제차인 기아 ‘씨드’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총주행 거리가 40km에 불과한 슬로바키아산 씨드 1600cc 자동변속기 모델을 1000km에 걸쳐 테스트했다.

    동력 성능은 특출한 점이 없었다. 직접 측정한 테스트 모델의 시속 0→100km 가속시간은 11.2초, 최고속도는 시속 185km였다. 2000cc 모델은 제법 스포티했는데 0→100km 가속시간이 9.5초였다. 인상적인 점은 핸들링과 차체 강성이다. 다소 과감한 운전을 좋아하는 유럽의 젊은이들 입맛에 꼭 맞을 것 같은 ‘탱탱’하면서도 숙성된 서스펜션(현가장치)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유럽의 자동차 전문잡지들도 씨드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시속 150km에서 연속으로 급히 차로 변경해도 씨드는 불안감을 주지 않고 여유를 부렸다. 시속 180km까지 올려도 다른 소형차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 거의 없고 직진성도 뛰어났다.

    서스펜션의 설계뿐만 아니라 단단한 차체 강성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속도무제한인 아우토반을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다만 부드러운 승차감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i30은 한국 실정에 맞게 서스펜션을 조금 부드럽게 바꿨다고 한다.

    간결하면서 세련된 외부 디자인, 깔끔한 인테리어, 업그레이드된 내장재, 꼼꼼한 조립품질도 좋았다. 다만 실내 문열림 손잡이의 거친 마감상태 등 몇 가지 사소한 부분이 잘 만든 차의 품격을 떨어뜨렸다. 현대·기아차가 일류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려면 품질을 놓고 한 차례 더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i30과 씨드가 비집고 들어가고자 하는 영역은 골프와 푸조 307, 포드 포커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유럽 시장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망에서 열세인 현대·기아차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액면 가치를 인정받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공개된 i30의 디자인은 젊은 층이라면 대부분 ‘갖고 싶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다듬어져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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