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우리 음식문화를 전문으로 취재한 지 15년 정도, 맛 칼럼니스트란 이름을 달고 활동한 지 딱 10년 됐다. 맛 칼럼니스트는 10년 전 모 시사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담당기자(지금은 승진해 편집장)가 작명한 것이다.
처음엔 칼럼니스트라는 ‘형이상학적인’ 단어에 ‘맛’이라는 ‘형이하학적인’ 단어가 결합돼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 분야 필자들이 자주 사용해 보통명사처럼 됐다. 이름 덕분인지 당시 식당 소개 정도가 전부였던 인쇄매체 음식 관련 기사들이 요즘엔 칼럼 수준으로 격상된 듯도 하다.
“에이, 정치나 영화 같으면 몰라도 음식에 무슨 칼럼이야. 그 따위 것에 전문적인 식견이라도 필요하단 거야?”
처음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할 때 비웃음치던 아내도 3년 정도 지나자 인정하기 시작했다. 칼럼이 훌륭해서라기보다 평소 온갖 음식 관련 서적들을 읽고 시간만 나면 주방에서 칼질을 해대는 내 모습이 ‘기특해 보여서’였을 것이다. 그러다 한 2년 전부터 “그거 안 하면 안 돼?”라는 말을 자주 한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다 보여주는데 글이 먹히느냐”는 것이다.
사실 10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전문가의 영역이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예전엔 발로 뛰어 현장을 확인하지 않으면 쓸 수 없던 정보들이 인터넷에서 클릭 한 방으로 얻을 수 있다.
전문가 영역의 축소는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음식문화에서 유독 심한 것은 모든 사람이 삼시 세 끼를 먹으니 ‘만만해’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맛 칼럼니스트란 게 뜻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내 심정을 꼭 집어낸 듯한 글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의 어느 소설에 음식 칼럼을 쓰는 자유기고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사진기자와 함께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시식하고 그중 맛있는 집을 골라 기사를 쓰는 일을 한다. 그는 이런 말을 한다.
“이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야. 이 일을 어쩌다 내가 맡아 할 뿐이지. 눈치우기와 같은 거야. 문화적인 눈치우기….”
사실 나의 맛 칼럼도 ‘문화적 눈치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식당 가서 음식 먹어보고 이렇더라 저렇더라 쓸 수 있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어쩌다 내가 이 일을 맡아 할 뿐인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전문가 집단의 견해에 격렬히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에 꽤 놀랐다. 나도 음식에 관련해서는 전문가 집단에 들어가니 누리꾼들에게 ‘저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기도 했다.
때마침 ‘디워’의 마케팅 담당이 대학 후배 녀석이라 전화를 해봤다. 흥행도 좋지만 누리꾼과 전문가 집단의 대결구도에 다소 불만이 있어 한마디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 전문가 집단에 엄숙주의가 만연해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디워’는 그냥 오락영화일 뿐인데, 관객이 보고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요. 예술영화 평가하듯 하면 안 되지요.”
맞는 말이다. 음식도 맛있으면 그만이다.
‘주간동아’에 맛 칼럼을 연재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그간 썼던 칼럼들을 일별해보니 딴에는 음식문화를 조금 안답시고 ‘후까시’가 잔뜩 들어간 글이 수두룩하다.
독자들이 답답해했을 것 같아 미안함이 앞선다. 다음에는 가볍게 눈 치우는 마음으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비우기’에 열중할 생각이다.
- ‘그래, 이 맛이야!’는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처음엔 칼럼니스트라는 ‘형이상학적인’ 단어에 ‘맛’이라는 ‘형이하학적인’ 단어가 결합돼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 분야 필자들이 자주 사용해 보통명사처럼 됐다. 이름 덕분인지 당시 식당 소개 정도가 전부였던 인쇄매체 음식 관련 기사들이 요즘엔 칼럼 수준으로 격상된 듯도 하다.
“에이, 정치나 영화 같으면 몰라도 음식에 무슨 칼럼이야. 그 따위 것에 전문적인 식견이라도 필요하단 거야?”
처음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할 때 비웃음치던 아내도 3년 정도 지나자 인정하기 시작했다. 칼럼이 훌륭해서라기보다 평소 온갖 음식 관련 서적들을 읽고 시간만 나면 주방에서 칼질을 해대는 내 모습이 ‘기특해 보여서’였을 것이다. 그러다 한 2년 전부터 “그거 안 하면 안 돼?”라는 말을 자주 한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다 보여주는데 글이 먹히느냐”는 것이다.
사실 10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전문가의 영역이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예전엔 발로 뛰어 현장을 확인하지 않으면 쓸 수 없던 정보들이 인터넷에서 클릭 한 방으로 얻을 수 있다.
전문가 영역의 축소는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음식문화에서 유독 심한 것은 모든 사람이 삼시 세 끼를 먹으니 ‘만만해’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맛 칼럼니스트란 게 뜻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내 심정을 꼭 집어낸 듯한 글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의 어느 소설에 음식 칼럼을 쓰는 자유기고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사진기자와 함께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시식하고 그중 맛있는 집을 골라 기사를 쓰는 일을 한다. 그는 이런 말을 한다.
“이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야. 이 일을 어쩌다 내가 맡아 할 뿐이지. 눈치우기와 같은 거야. 문화적인 눈치우기….”
사실 나의 맛 칼럼도 ‘문화적 눈치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식당 가서 음식 먹어보고 이렇더라 저렇더라 쓸 수 있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어쩌다 내가 이 일을 맡아 할 뿐인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전문가 집단의 견해에 격렬히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에 꽤 놀랐다. 나도 음식에 관련해서는 전문가 집단에 들어가니 누리꾼들에게 ‘저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기도 했다.
때마침 ‘디워’의 마케팅 담당이 대학 후배 녀석이라 전화를 해봤다. 흥행도 좋지만 누리꾼과 전문가 집단의 대결구도에 다소 불만이 있어 한마디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 전문가 집단에 엄숙주의가 만연해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디워’는 그냥 오락영화일 뿐인데, 관객이 보고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요. 예술영화 평가하듯 하면 안 되지요.”
맞는 말이다. 음식도 맛있으면 그만이다.
‘주간동아’에 맛 칼럼을 연재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그간 썼던 칼럼들을 일별해보니 딴에는 음식문화를 조금 안답시고 ‘후까시’가 잔뜩 들어간 글이 수두룩하다.
독자들이 답답해했을 것 같아 미안함이 앞선다. 다음에는 가볍게 눈 치우는 마음으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비우기’에 열중할 생각이다.
- ‘그래, 이 맛이야!’는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