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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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 킹메이커 가세?

대선주자들 정상회담 득실 계산 분주 … 이해찬 최대 수혜자 부상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7-08-13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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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위원장 킹메이커 가세?

    2000년 6월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제3의 킹메이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8월8일,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 고위관계자의 ‘촌평’이다. 한나라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제3의 킹메이커’로 분류한다. 올 초 노동신문 신년사가 그 실마리다. 노동신문은 신년사에서 반(反)보수대연합을 주장하며 연말 대선에 주목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반보수대연합’은 ‘반한나라연대’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북풍(北風) 매뉴얼’을 작성해놓고 있다. 정형근 의원 등이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한 이 매뉴얼이 예상한 정상회담 D-데이는 광복절 전후. 얼추 시점을 맞춘 셈이다.

    예상된 정상회담이라 대응책도 어렵지 않게 내놓을 수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당 주변에는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 대표실 한 관계자는 “어쨌든 호재는 아니지 않느냐”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정상들의 회동은 현존하는 정치권의 어떤 가치와 명분보다 앞선다. 이를 막아서면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한층 유연해진 새 대북정책인 ‘한반도평화비전’을 마련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에 반대하면 다시 ‘수구꼴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김 위원장 등 연말 대선정국을 쥐고 흔들 수 있는 3명의 킹메이커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동선과 공간, 명분을 확보한 점에 주목한다. 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일 경우 파급효과는 커질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경우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당내 경선 국면에서 다소의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는 경선전에서 다소간 이득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정상회담 이슈가 한나라당 경선장을 휘젓고 있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압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않은 어부지리인 셈이다.

    정상회담 이슈는 갈수록 세를 더할 것이다. 그 경우 경선은 ‘바람’이 아닌 ‘조직력’으로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조직력은 박 후보보다 이 후보가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이 후보 측의 바람이다.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는 2002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난 적이 있다. ‘킹메이커’ 김 위원장과는 구면인 셈이다. 박 후보 측이 긴장 속에 희망과 기대감을 표하는 배경이다.

    박 후보 측은 당심(黨心)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주목한다. 대북문제에 관한 한 당심은 지금까지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 발표를 계기로 ‘역풍’이 불면서 당내 보수적 표심이 뭉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한나라당 후보들은 3명의 킹메이커에게 협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정상회담은 호재보다 악재일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과 박근혜 기대반 우려반 ‘동상이몽’

    반면 여권으로선 이번 정상회담이 가뭄 끝의 단비다. 특히 노 대통령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먼저 정치적으로 권위와 힘을 회복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정국 주도권을 노 대통령이 다시 거머쥘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노 대통령은 대선구도를 민주평화개혁세력 대 보수세력으로 끌고 가려 한다.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의 이런 의중을 실현할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많다. 여권 내부에서는 정상회담을 통해 진보성향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종한 대선 예비후보들의 경우 호재를 만난 셈이다.

    그 가운데 가장 유리한 처지에 선 사람은 이해찬 전 총리다. 그는 3월 이화영 정의용 의원, 조영택 전 대통령 정무특보 등과 개인 자격으로 방북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났다. 측근들은 그때 정상회담의 길을 닦았다고 주장한다.

    김정일 위원장 킹메이커 가세?
    이 총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을 해왔다.

    북풍 정국의 최대 수혜 주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는 그의 활동과 역할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권 내 그의 입지가 탄탄하다. 정치공학적으로 그는 노 대통령과 DJ 등 3명의 킹메이커와 가장 잘 통하는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생색을 낼 수 있는 처지다. 대북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정상회담을 위한 멍석을 깔았다는 게 그의 자평이다. 그러나 그는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한때 개혁동지였지만 지금은 적대관계로 대화가 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대선후보 선정 과정에서 ‘노심(盧心)’의 영향력이 커지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앉아서’ 손해 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를 ‘체질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도 그를 범여권 후보로 보지 않는다.

    여야 대선주자들, 특히 여권 주자들은 새로 형성된 정치지형 속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저마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민은 3명의 킹메이커를 향한 구애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이런 행태를 비난하는 여론도 감지된다. 정상회담의 절차와 방법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대선후보들은 이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김 국방위원장은 1차 회담에서 ‘답방’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2차 회담도 평양에서 열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남측이 정상회담을 구걸했다는 방증으로 이 점을 거론한다. 하지만 대선주자들 가운데 정색하고 이 문제를 짚은 사람은 없다. 마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는 동교동을 경쟁적으로 방문해 눈도장을 찍듯, 이번에도 대선주자들은 김 위원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만 보일 것인가. 그런 대선주자들의 모습에 국민은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바야흐로 북한 변수와 대선정국을 엮는 고차원 방정식은 갈수록 복잡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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