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힐츠버거 등 여름에 마시기 좋은 오스트리아 화이트 와인.
바하우 길가에는 체리나무가 많다. 새빨갛게 익은 놈을 골라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니 나무마다 열매 익는 정도가 다르다. 체리를 보면 포도 익는 속도가 왜 다른지 금방 이해된다. 체리는 이 지역 음식을 이해하는 데 발판이 되기도 한다. 사면이 막힌 오스트리아의 음식은 주로 사냥고기와 민물고기다.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 이탈리아와는 다르다. 사슴고기로 만든 베니즌은 우리에게는 낯설어도 이곳에서는 필수 영양식이다.
명산지 바하우 언덕마다 포도밭 장관
“체리를 넣고 졸인 육수에 간결하게 썰어놓은 베니즌을 한 점 찍어 피노누아와 함께 드셔보세요. 그 맛이 참 깔끔하고 좋습니다.”
지역에서 최고로 꼽히는 레스토랑 겸 호텔인 란트하우스 바허의 오너이자 주방장 리즐 바그너바허의 말이다. 이곳은 미슐랭 가이드 별 2개짜리 고급 레스토랑이며, 그녀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셰프다.
바하우에는 이름난 양조자가 즐비하다.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또는 프리미어 크뤼급 와인을 만드는 단일 포도밭도 많다. 포도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곳들이다. 예컨대 에메리히 놀이 로이벤버그에서 재배한 그뤼너 벨트리너는 미네랄, 흙, 돌, 성냥, 후추 같은 향이 예리하게 퍼지며 시종일관 혀를 잡아맨다.
프란츠 힐츠버거가 징거르리델에서 얻은 리즐링은 화려한 리즐링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풍부한 아로마가 단번에 코를 제압한다. 복합적이고 신선하며, 입 안에 확 퍼지는 강렬함과 농밀함은 최고의 화이트 와인이라 할 만하다. 1971년부터 포도재배를 비오디나미로 개선한 바인구트 니콜라이호프는 살아 있는 교과서 같은 곳이다. 일찍이 1924년 오스트리아 과학자 슈타인이 주창해 유럽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수용하고 있는 비오디나미를 맨 처음 성공시킨 주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와인 애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비오디나미라면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니콜라 졸리가 원조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원조는 니콜라이호프가 맞다. 졸리는 그로부터 10년이 휠씬 지난 다음에야 그 농법을 깨달았을 뿐이다. 유럽에 가면 이처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일들을 가끔 만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오스트리아 와인은 독일 와인처럼 낯설다. 그것은 바로 라벨 읽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조금씩 와인의 다양성에 눈뜨고 싶다면 다른 나라 와인의 라벨 읽기도 시도해보라. 뜨거운 여름 친구와 부담 없이 즐길 와인을 추천해달라면 오스트리아 와인을 권한다. 다뉴브의 잔물결이 흘러넘치며, 모차르트와 클림트의 재치가 스며든 오스트리아 와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