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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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바나나’를 보고 싶다

변(便)은 건강상태 알려주는 신호등… 과일·채소 등 식이섬유 섭취해야 ‘쾌변’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7-08-14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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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색 바나나’를 보고 싶다
    “오늘도 실패야.” 화장실에서 막 나온 동료가 한숨과 함께 내뱉는 한마디다. 최고의 변(便)이라는, 황금색에 바나나 모양으로 뒷느낌도 시원하게 변을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그는 요즘 변비 아니면 설사로 고생한다.

    스트레스 많은 환경과 불규칙한 식습관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건강한 변을 누는 것은 점점 어려워져만 간다. ‘아이가 건강한지 알려면 대변 색을 보고 냄새를 맡아라‘는 말도 있듯,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주요 척도가 변인 만큼 최고의 변을 위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다.

    냄새 고약하면 장 건강 점검 필요

    우리가 섭취한 음식과 몸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변은 식사와 마음, 생활리듬에 따라 모양과 색, 냄새가 달라진다. 생활리듬이 무너져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그 결과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면 변은 딱딱해지거나 물렁해지고, 색과 냄새도 달라진다. 특히 변 냄새는 대장에 있는 세균 때문에 나는 것으로, 장이 건강하면 냄새가 심하지 않다. 즉, 변 냄새가 고약한 사람은 장에 유익균이 아닌 유해균이 득실거리는 것이다. 이때는 장의 건강상태를 점검해봐야 한다.

    변을 만드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곳이 대장이다. 여러 장기 중에서도 대장은 특히 많은 종류의 세균이 있는 곳으로, 그곳에서 만들어진 변은 말 그대로 세균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변 1g당 1조 마리에 가까운 균이 사는데, 종류는 무려 500~1000가지에 이른다.



    이 균들은 크게 유익균과 유해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익균이 늘어나면 장 활동이 좋아지고, 유해균이 늘면 장 상태가 나빠진다. 그러나 유해균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균으로부터 장을 지키는 구실도 해 유해균과 유익균의 균형이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균형 상태는 유해균 대비 유익균이 3대 7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유익균은 프로바이오틱이다. 유산균 중 건강에 유익한 균을 일컫는 프로바이오틱은 매우 평화적인 균으로, 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변이 쉽게 나올 수 있도록 소화 흡수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또한 장내 유해세균의 억제,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항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최근엔 프로바이오틱이 설사, 변비 예방 같은 장 건강은 물론 위와 간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위 건강과 관련해 위궤양을 일으키는 주범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다

    프로바이오틱에는 막대기 모양을 한 ‘락토바실러스’와 둥근 모양을 한 ‘락토코커스’ ‘비피더스’ 등이 있다. 이들은 인간 소화장기의 여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비피더스는 장에서 비타민을 합성하거나 유해물질을 줄이는 작용을 해 미용과 건강에 핵심이 된다.

    ‘황금색 바나나’를 보고 싶다
    프로바이오틱은 유익한 균

    프로바이오틱은 주로 요구르트, 치즈, 김치 등 발효식품에 들어 있으며, 요즘엔 프로바이오틱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프로바이오틱 강화 제품을 이용하면 수십억 마리의 프로바이오틱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 하루 필요 유익균량을 채울 수 있다. 음식과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내 세균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프로바이오틱 유산균이 함유된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건강 유지의 한 방법이다.

    몸속의 프로바이오틱이 왕성한 활동을 하게 하려면 프로바이오틱의 먹이인 식이섬유가 함유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식이섬유는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까지 가서 변의 힘을 키워 건강한 변을 누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가 함유된 식품으로는 아몬드, 캐슈너트 등 견과류와 바나나, 키위, 당근, 무 등의 과일과 채소가 있다.

    Tips

    변에 대한 상식


    · 음식이 몸 안에서 소화돼 변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12시간이다.

    · 우리나라 국민 1명당 하루 평균 변 배설량은 100~200g이다(서유럽인은 보통 하루 100g, 파푸아뉴기니 민족은 1kg).

    · 건강함을 보여주는 최고의 변은 바나나 3개 정도로 뒷느낌이 상쾌하게 끊어지고, 튜브형 치약이나 된장만큼 단단하며, 황갈색에 천천히 물에 가라앉는다.

    · 변비는 의학적으로 배변량이 하루 35g 이하, 일주일에 두 번 이하 화장실에 가는 상태를 말한다.

    · 설사는 배변량이 하루 300g 이상, 하루에 네 번 이상 화장실에 가는 상태를 일컫는다.


    건강한 변을 위한 생활수칙



    1. 윤기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자.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물은 순수한 물로, 커피나 탄산음료처럼 카페인이 든 음료는 오히려 탈수작용을 일으켜 변비를 악화시킨다.

    2. 건강한 변을 위해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자. 신문이나 책을 읽는 등 배변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변의(便意) 없이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심하게는 항문 울혈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한다. 일반적으로 변의 70% 정도는 변의를 느끼고 변기에 앉는 즉시 나온다. 배변 시간은 1분 정도면 충분하다.

    3. 식사 후 2시간 안에는 절대 눕지 말자. 식후 2시간 내 눕거나 수면을 취하는 행동은 변비를 부르는 지름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사 후 곧바로 누우면 음식물의 이동시간이 지연되고, 소화기관의 운동성이 떨어져 변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가슴 통증과 위염 발생률 역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식후 2시간 안에 눕는 것은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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