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주국제관악제
8월 제주의 오름은 온통 음악의 바람으로 뒤덮인다. 바람은 그대로 관악기로 화한다. 1996년부터 시작된 제주국제관악제 때문이다. ‘섬, 그 바람의 울림’이라는 주제 아래 벌써 12회째를 맞는 이 한여름의 음악축제는 입으로 불어서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관악기만의 축제 한마당이다. 한 해는 그야말로 화려한 축제를 지향하는 밴드축제로, 한 해는 관악기의 아카데믹한 면을 최대한 부각할 수 있는 앙상블 축제를 지향해 행사성과 학구적인 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1996년 제주의 관악인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축제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여름 음악축제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국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관악계의 거장이 매년 제주를 방문하고 있다. 그동안 ‘축제’라는 거창한 꼬리표를 달고 알맹이는 없는 ‘그들만의 잔치’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일부 여름축제와 달리 제주국제관악제는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홀수 해인 2007년 제주국제관악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8월12일부터 20일까지 국내외에서 모여든 다채로운 밴드축제로 열린다. 미국 독일 중국 등지에서 참여한 9개 해외팀과 한국을 대표하는 23개 금관합주단이 우렁찬 화음을 제주 전역에 뿌린다. 프로 연주자만 2000명이 넘고, 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동호인관악단 경연대회와 제5회 초등학교 합주경연대회 참가 연주자들까지 합치면 1만명에 이르는 관악인이 제주의 여름을 달군다.
특히 이탈리아의 전문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카니발리가 ‘한라환상곡(Halla Fantasy)’을, 국내 작곡가 안효영 씨가 ‘제주민요환상곡(Fantasy on Folksong of Jeju)’을 제주도에 헌정할 예정이다. 이번 관악제는 제주의 자연과 로맨틱한 음악축제가 함께하는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 금관악기의 왕은 트럼펫이다. 미국의 한 스윙밴드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해 우리 시대 최고의 트럼페터로 자리매김한 독 세베린센. 그가 팝스콘서트의 귀재 에리히 쿤젤과 손잡았다. 1894년 창단해 11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한 지붕 두 가족’ 격인 신시내티 팝스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에리히 쿤젤과 독 세베린센은 1989년 ‘트럼펫 스펙터큘러(Trumpet Spectacular)’ 앨범을 내놓았다.
결과는 점입가경(漸入佳境)! 트럼펫이 표현할 수 있는 초절기교가 도처에 있고 1시간 넘는 연주 내내 듣는 이로 하여금 악흥(樂興)의 순간을 맛보게 한다. 이탈리아 민요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선율을 기초로 한 첫 곡 ‘변주가 있는 나폴리-칸초네 나폴리타나’에서부터 한여름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줄 시원한 나팔 소나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바흐의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에서 잠시 숨을 고를라치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 무한 가속도로 내달린다. 비제와 푸치니, 로시니의 걸작 오페라 아리아를 편곡한 작품은 오페라 애호가라면 꼭 한 번 들어야 할 넘버다. 텔락 레이블의 CD는 음향 면에서도 빼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