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화섬을 첫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이 회사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장 교수는 “대한화섬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 3500억원이 넘는 우량기업이지만 다른 계열사 사업을 지원하는 데 회사 자산이 쓰여서 대한화섬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지난해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KCGF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동안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활동을 통해 주장해오던 것을 실제 펀드 운용을 통해서도 입증해 보이겠다는 결심을 자주 피력했던 것. 그의 이런 태도에서 경영학 이론을 시장에서 검증해보겠다는 학자적 열정이 느껴진다.
그러나 재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외국인과 손잡고 한국 기업을 공격한단 말이냐”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란 말이냐”며 반박한다. SK㈜를 공격해 수천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소버린을 비난하기에 앞서 SK㈜ 지분을 보유한 SK 계열사들이 소버린보다 더 많은 평가차익을 올린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시장에선 금세 ‘장하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한화섬과 태광산업 주가가 8월23, 24일 이틀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시장의 힘이 재벌보다 더 강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