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영(여·가명) 씨는 두 달 전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완준(가명)이를 데리고 소아정신과를 찾아갔다가 ‘소아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듣고 까무러칠 뻔했다. 1학기 초부터 완준이는 자주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짜증을 부렸다. 배가 아파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기도 했고, 다리가 쑤셔서 학원에 갈 수 없는 날도 여러 번 있었다. 심지어는 “엄마, 눈앞이 깜깜해”라며 자지러지게 울기도 했다. 조 씨는 완준이를 데리고 내과, 정형외과, 안과 등을 찾아다녔지만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소아정신과에서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소아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성인과 달리 어린이들은 몸이 아프다고 자주 호소하는 것으로 우울 증세를 드러낸다).
고3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마음의 병’
조 씨는 자신이 ‘열성 엄마’임을 인정한다. 완준이 가족은 1년 전 서울 강북에서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외동아들인 완준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강남 학원을 다니고 강남 아이들과 경쟁해야 일류대에 갈 수 있다는 조 씨의 믿음 때문이었다. 완준이는 영어, 수학, 독서학원에 다니며 학습지까지 하고 있다.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며 공부시키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다른 엄마들도 그렇게 하던데….” 조 씨의 하소연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예영(가명)이는 요즘 자주 울적한 기분을 느낀다. 심지어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유는 수학 점수가 너무 안 나오기 때문. “저는요, 영어는 잘하거든요. 학원에서 시험 보면 항상 100점 맞아요. 근데 수학은 꼭 한 개나 두 개 틀려요. 정말 속이 상해요.” 예영이는 아파트 12층에 산다.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뛰어내리는 게) 무섭기도 했고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정신과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입시(入試)를 코앞에 둔 고3 수험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경우처럼 심지어는 초등학생들도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마음의 병’을 얻는다. 불안장애, 우울장애, 행동장애, 틱 등을 앓는 아이 중에는 그 원인이 학업 스트레스에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김모 교사는 중학교 2학년인 J 군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산층 가정의 J 군은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혼자서는 가방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부주의하다. 친구들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초조하고 불안한 듯한 모습도 자주 보인다. 김 교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는 열성 엄마를 둔 탓에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자 불안해하는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J 군은 항상 엄마와 ‘동행’한다. 엄마가 학교가방, 학원가방, 준비물 등을 챙겨 직접 차를 몰고 학교와 학원에 데리고 다닌다.
자녀와 정신적 교감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
“J 군은 전교에서 20~30등을 하는데, 엄마가 벌써부터 ‘우리 아들이 특목고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학교를 찾아오곤 합니다. 그런 엄마의 조급한 태도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심상치료연구소 최범식 소장은 “부모 주도로 억지로 공부한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에 좌절감을 느끼고 반항적인 성격이 되기도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학업 스트레스로 마음의 병에 걸린 아이들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만 조정해주면 금세 정신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1년 가까이 틱 증세로 고생한 태호(가명)가 그런 경우다.
초등학교 4학년인 태호는 1년 전부터 ‘흠흠’ 하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어 이비인후과 등을 찾아갔지만 별다른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게 됐고, 몇 차례 면담 끝에 태호는 “아빠에게 성적 때문에 꾸중 들을 때가 가장 괴롭다”고 털어놓았다. 태호 아버지는 외동아들인 태호의 성적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며 학원 성적을 일일이 체크했고, 시험성적이 떨어지면 크게 혼을 내왔다. 그러나 태호 아버지가 성적에 관한 일로 잔소리하지 않고 태호를 다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자 태호의 틱 증세는 거의 사라졌다.
소아정신과 손성은 전문의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아이들의 정서 안정을 해쳐 여러 가지 문제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부모가 간섭을 줄이고 자녀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면 약물치료 없이도 증세가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3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마음의 병’
조 씨는 자신이 ‘열성 엄마’임을 인정한다. 완준이 가족은 1년 전 서울 강북에서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외동아들인 완준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강남 학원을 다니고 강남 아이들과 경쟁해야 일류대에 갈 수 있다는 조 씨의 믿음 때문이었다. 완준이는 영어, 수학, 독서학원에 다니며 학습지까지 하고 있다.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며 공부시키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다른 엄마들도 그렇게 하던데….” 조 씨의 하소연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예영(가명)이는 요즘 자주 울적한 기분을 느낀다. 심지어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유는 수학 점수가 너무 안 나오기 때문. “저는요, 영어는 잘하거든요. 학원에서 시험 보면 항상 100점 맞아요. 근데 수학은 꼭 한 개나 두 개 틀려요. 정말 속이 상해요.” 예영이는 아파트 12층에 산다.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뛰어내리는 게) 무섭기도 했고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정신과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입시(入試)를 코앞에 둔 고3 수험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경우처럼 심지어는 초등학생들도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마음의 병’을 얻는다. 불안장애, 우울장애, 행동장애, 틱 등을 앓는 아이 중에는 그 원인이 학업 스트레스에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김모 교사는 중학교 2학년인 J 군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산층 가정의 J 군은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혼자서는 가방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부주의하다. 친구들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초조하고 불안한 듯한 모습도 자주 보인다. 김 교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는 열성 엄마를 둔 탓에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자 불안해하는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J 군은 항상 엄마와 ‘동행’한다. 엄마가 학교가방, 학원가방, 준비물 등을 챙겨 직접 차를 몰고 학교와 학원에 데리고 다닌다.
자녀와 정신적 교감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
“J 군은 전교에서 20~30등을 하는데, 엄마가 벌써부터 ‘우리 아들이 특목고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학교를 찾아오곤 합니다. 그런 엄마의 조급한 태도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심상치료연구소 최범식 소장은 “부모 주도로 억지로 공부한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에 좌절감을 느끼고 반항적인 성격이 되기도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학업 스트레스로 마음의 병에 걸린 아이들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만 조정해주면 금세 정신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1년 가까이 틱 증세로 고생한 태호(가명)가 그런 경우다.
초등학교 4학년인 태호는 1년 전부터 ‘흠흠’ 하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어 이비인후과 등을 찾아갔지만 별다른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게 됐고, 몇 차례 면담 끝에 태호는 “아빠에게 성적 때문에 꾸중 들을 때가 가장 괴롭다”고 털어놓았다. 태호 아버지는 외동아들인 태호의 성적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며 학원 성적을 일일이 체크했고, 시험성적이 떨어지면 크게 혼을 내왔다. 그러나 태호 아버지가 성적에 관한 일로 잔소리하지 않고 태호를 다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자 태호의 틱 증세는 거의 사라졌다.
소아정신과 손성은 전문의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아이들의 정서 안정을 해쳐 여러 가지 문제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부모가 간섭을 줄이고 자녀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면 약물치료 없이도 증세가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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