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좋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사랑하는 데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면 볼수록 예쁘고 궁금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그랬다.
“저희 집엔 동물이 많았어요. 개, 금붕어, 열대어, 개구리, 거북이 등등. 어머니가 키우셨죠. 그래서인지 동물들이 무섭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는데,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건 개뿐이었죠. 그때 개가 뭔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동물 칼럼니스트 김소희(31) 씨와 동물들의 인연은 그렇게 ‘부지불식’중에 시작됐다.
김 씨가 처음부터 모든 동물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개와 고양이처럼 털이 있는 동물만 좋아했다. 새는 왠지 꺼려졌다. 부리에 쪼일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두려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언젠가 앵무새가 자판기 커피를 한쪽 발가락으로 잡고 마시는 것을 봤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새가 주인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마구 지저귀다가 다시 나타나면 머리를 주인의 몸에 비벼대며 애정을 표현하는 거였죠. 그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이 다 존재할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의 목표 가져다준 홈페이지 ‘애니멀파크’
김 씨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한 동물 칼럼니스트다. 동물학자나 관련 분야 교수들이 칼럼을 쓰기도 하지만, 김 씨처럼 동물에 대한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소한 직업인 만큼 처음부터 김 씨가 꿈꾸던 길은 아니었다.
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과(구 가정관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김 씨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구상을 했다. 그때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정한 것이 바로 동물이었다. 그동안 혼자 궁금해서 찾고 알게 된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홈페이지의 주소는 ‘애니멀파크(animalpark.pe.kr)’. 김 씨는 그것이 미래의 목표를 결정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 씨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 홈페이지(웹사이트)에 정성을 쏟았다. 각종 동물 사진과 동물 관련 영화 및 책, 재미있는 동물점 등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가득 담았다.
“사람들은 동물들을 따뜻한 피가 흐르는 생명체라기보다 단순한 동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이 참 안타까워요. 동물들 사이에도 사랑이 있고, 우정이 있어요. 고래가 새끼를 낳을 때 산고로 힘들어하면 동료 고래들이 몸을 옆에서 받쳐서 수면 위로 올려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답니다. 사람들이 배울 점도 많아요.”
독립적인 웹사이트가 거의 없던 시기에 김 씨의 사이트는 곧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야후꾸러기 추천사이트, 라이코스 쿨사이트, 엠파스 어린이 추천사이트 등 각종 포털의 추천사이트는 물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에듀넷 테마사이트,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사이트 등으로 선정됐다. 언론 매체들도 앞다퉈 소개했다.
결국 2003년 김 씨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과학콘텐츠대상’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는 사이 김 씨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이트 회원만 6만명 … 자연을 담는 동화작가가 꿈
반려동물(애완동물) 전문지인 ‘페티앙’의 편집기획실장을 1년 정도 맡은 이후 각종 매체에 연재물을 기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스포츠서울 ‘타잔소녀의 애니멀파크’, 일간스포츠 ‘타잔소녀의 별별 애니멀’, KTF 드라마클럽 ‘타잔소녀의 동물본색’ 등이 대표적인 연재물이다. 김 씨가 동물 칼럼니스트로 인정받은 것도 이런 연재물 덕분이다.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CBS 라디오 김종휘의 문화공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소희의 동물은 말한다’는 코너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에서는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다.
사이트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사이트가 널리 알려지면서 방문자 수가 급증했고, 각종 사진과 글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루에 평균 2500여 명, 많을 때는 5000~6000명이 다녀갔다. 혼자서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한 달에 10만원 가까이 하는 서버 사용료도 김 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고민하던 김 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든 것은 지난해 초. 한 웹사이트 제작 전문업체에서 서버 무료 제공과 함께 사이트를 새롭게 만들어주겠다는 제의가 온 것. 덕분에 김 씨의 웹사이트는 말끔하게 개편됐다.
현재 이 사이트의 회원 수는 6만명에 이른다. 회원들 중에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동물의 신비로운 세계를 알려주려는 학부모들도 많다. 김 씨에게 ‘타잔소녀’라는 별칭을 붙여준 것은 초창기 회원들이다.
“제가 동물을 좋아하니까 타잔 이미지가 떠올랐던 것 같고, 동물을 성인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소녀처럼 생각됐던 모양이에요. 소녀는 아니지만.”(웃음)
사이트를 연 지 올해로 만 6년째.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도 많았다. “아이들처럼 세상 물정을 몰라서 동물들만 쫓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사회의 낙오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순간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자신감도 사라지더라구요.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김 씨는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로부터 ‘앞으로는 동물을 다르게 대해야겠다’거나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등의 응원 메일을 받을 때 큰 행복감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이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이죠. 마음을 움직이는 글과 사진을 담아서 한 사람이라도 더 동물들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 씨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매주 한 차례 ‘글쓰기 문화강의’를 듣고, 국내외 동물 관련 서적과 자료를 통해 끊임없이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 또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표정을 담기 위해 매주 한 차례 빠짐없이 카메라를 들고 서울대공원을 찾는다. 서울대공원 신남식 원장(서울대 야생동물의학 교수)은 김 씨의 든든한 후원자다. 지난해 7월 신 원장 취임 이후 변화해가는 서울대공원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김 씨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최근에는 야생동물들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정리한 ‘아주(zoo) 특별한 동물 별 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김 씨에게 동물은 삶이 돼버렸다.
“지금 당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편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동물과 생명, 그리고 자연을 담은 동화를 쓰는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저희 집엔 동물이 많았어요. 개, 금붕어, 열대어, 개구리, 거북이 등등. 어머니가 키우셨죠. 그래서인지 동물들이 무섭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는데,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건 개뿐이었죠. 그때 개가 뭔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동물 칼럼니스트 김소희(31) 씨와 동물들의 인연은 그렇게 ‘부지불식’중에 시작됐다.
김 씨가 처음부터 모든 동물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개와 고양이처럼 털이 있는 동물만 좋아했다. 새는 왠지 꺼려졌다. 부리에 쪼일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두려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언젠가 앵무새가 자판기 커피를 한쪽 발가락으로 잡고 마시는 것을 봤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새가 주인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마구 지저귀다가 다시 나타나면 머리를 주인의 몸에 비벼대며 애정을 표현하는 거였죠. 그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이 다 존재할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의 목표 가져다준 홈페이지 ‘애니멀파크’
김 씨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한 동물 칼럼니스트다. 동물학자나 관련 분야 교수들이 칼럼을 쓰기도 하지만, 김 씨처럼 동물에 대한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소한 직업인 만큼 처음부터 김 씨가 꿈꾸던 길은 아니었다.
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과(구 가정관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김 씨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구상을 했다. 그때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정한 것이 바로 동물이었다. 그동안 혼자 궁금해서 찾고 알게 된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홈페이지의 주소는 ‘애니멀파크(animalpark.pe.kr)’. 김 씨는 그것이 미래의 목표를 결정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 씨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 홈페이지(웹사이트)에 정성을 쏟았다. 각종 동물 사진과 동물 관련 영화 및 책, 재미있는 동물점 등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가득 담았다.
“사람들은 동물들을 따뜻한 피가 흐르는 생명체라기보다 단순한 동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이 참 안타까워요. 동물들 사이에도 사랑이 있고, 우정이 있어요. 고래가 새끼를 낳을 때 산고로 힘들어하면 동료 고래들이 몸을 옆에서 받쳐서 수면 위로 올려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답니다. 사람들이 배울 점도 많아요.”
김소희 씨는 평소 사무실에서 원고를 쓰거나 서울대공원에 들러 동물을 촬영한다. 책상 위의 책은 지난해 발간한 김 씨의 번역서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이다.
결국 2003년 김 씨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과학콘텐츠대상’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는 사이 김 씨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이트 회원만 6만명 … 자연을 담는 동화작가가 꿈
반려동물(애완동물) 전문지인 ‘페티앙’의 편집기획실장을 1년 정도 맡은 이후 각종 매체에 연재물을 기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스포츠서울 ‘타잔소녀의 애니멀파크’, 일간스포츠 ‘타잔소녀의 별별 애니멀’, KTF 드라마클럽 ‘타잔소녀의 동물본색’ 등이 대표적인 연재물이다. 김 씨가 동물 칼럼니스트로 인정받은 것도 이런 연재물 덕분이다.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CBS 라디오 김종휘의 문화공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소희의 동물은 말한다’는 코너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에서는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다.
사이트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사이트가 널리 알려지면서 방문자 수가 급증했고, 각종 사진과 글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루에 평균 2500여 명, 많을 때는 5000~6000명이 다녀갔다. 혼자서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한 달에 10만원 가까이 하는 서버 사용료도 김 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고민하던 김 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든 것은 지난해 초. 한 웹사이트 제작 전문업체에서 서버 무료 제공과 함께 사이트를 새롭게 만들어주겠다는 제의가 온 것. 덕분에 김 씨의 웹사이트는 말끔하게 개편됐다.
현재 이 사이트의 회원 수는 6만명에 이른다. 회원들 중에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동물의 신비로운 세계를 알려주려는 학부모들도 많다. 김 씨에게 ‘타잔소녀’라는 별칭을 붙여준 것은 초창기 회원들이다.
“제가 동물을 좋아하니까 타잔 이미지가 떠올랐던 것 같고, 동물을 성인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소녀처럼 생각됐던 모양이에요. 소녀는 아니지만.”(웃음)
사이트를 연 지 올해로 만 6년째.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도 많았다. “아이들처럼 세상 물정을 몰라서 동물들만 쫓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사회의 낙오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순간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자신감도 사라지더라구요.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김 씨는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로부터 ‘앞으로는 동물을 다르게 대해야겠다’거나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등의 응원 메일을 받을 때 큰 행복감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이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이죠. 마음을 움직이는 글과 사진을 담아서 한 사람이라도 더 동물들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 씨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매주 한 차례 ‘글쓰기 문화강의’를 듣고, 국내외 동물 관련 서적과 자료를 통해 끊임없이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 또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표정을 담기 위해 매주 한 차례 빠짐없이 카메라를 들고 서울대공원을 찾는다. 서울대공원 신남식 원장(서울대 야생동물의학 교수)은 김 씨의 든든한 후원자다. 지난해 7월 신 원장 취임 이후 변화해가는 서울대공원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김 씨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최근에는 야생동물들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정리한 ‘아주(zoo) 특별한 동물 별 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김 씨에게 동물은 삶이 돼버렸다.
“지금 당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편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동물과 생명, 그리고 자연을 담은 동화를 쓰는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