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농구(NCAA) 경기 장면.
스포츠 올인한 수많은 흑인 선수들 가난 대물림
실제로 미국인들은 스포츠야말로 가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단숨에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로또’로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여러 사례를 통해 ‘믿음’으로 발전한다. 빈민가에서 자란 유망주가 하루아침에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진출하는 성공 스토리는 사람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1997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농구스타 트레이시 맥그래디(휴스턴 로키츠)는 당시 아디다스와 6년간 무려 1200만 달러에 계약을 해 화제를 뿌렸다. 이듬해 타이거 우즈는 데뷔 첫해 골프 투어 상금으로만 682만 달러를 획득했고 각종 스폰서십 계약으로 952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뿐인가. 코비 브라이언트, 알렉스 로드리게스, 샤킬 오닐, 르브론 제임스까지 스포츠 스타들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계약금과 연봉, 그리고 스폰서 계약은 일반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나도 커서 마이클 조던 같은 훌륭한 선수가 돼야지.” “내 자식도 타이거 우즈처럼 키워야지.” 조던이나 우즈처럼 되지 못하더라도 NBA(미국프로농구)에서는 연봉 30걸에만 들어도 연봉이 100억원대이고 NFL(북아메리카프로미식축구리그) 평균 연봉도 20억원이 넘으니 그 누가 스포츠 스타로 성공할 꿈을 꾸지 않겠는가.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열심히 하면 다들 그렇게 성공할까. 너나없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스포츠를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척 힘들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클 조던 같은 슈퍼스타는 고사하고 오히려 스포츠를 시작했다가 이도 저도 못하고 중도에 망가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미식축구, 농구, 야구를 하는 선수들은 약 200만명. 이 가운데 잘하고 잘해서 대학에 스카우트돼 가는 선수는 6만8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도 프로선수가 되는 경우는 고작 2500여 명. 즉, 고등학교 운동선수가 프로선수가 될 확률은 겨우 0.13%다.
현실적으로 1%도 안 되는데 운동을 하는 선수나 가족은 자신만큼은, 자기 자식만큼은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삶이 절박한 흑인 빈곤층 가정일수록 ‘믿음’은 더 강하다. 하루 종일 접하는 미디어에서는 스포츠 중계가 끊이질 않고 성공한 흑인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니 이런 신념은 더욱 강해진다.
만약 이들이 일찌감치 스포츠에 뛰어들지 말고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다면 그만큼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수많은 어린 흑인 선수들은 ‘대박’을 꿈꾸며 스포츠에 승부를 건다. 그래서 이 ‘도박’에 실패하는 수많은 흑인 선수들은 여전히 가난을 대물림받은 채 사회의 낙오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들은 결국 사회가 만들어놓은 아메리칸드림이란 허상의 피해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