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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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전쟁’ 분통 터진다 터져!

이스라엘, 레바논 침공 얻은 것 하나 없어 … 총리, 국방장관, 참모총장 사퇴 요구 대규모 시위

  •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입력2006-08-30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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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기운을 감지한 군 최고사령관이 취해야 할 긴급조치는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주가폭락을 우려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는 것’? 적어도 이스라엘의 군 최고사령관은 그랬다. 7월12일 헤즈볼라에 의해 IDF(이스라엘 방위군) 병사 8명이 사망, 2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3시간 뒤 단 할루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거래은행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보유한 2만7000달러(약 26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처분했다.

    4000여 기의 로켓이 자국 영토에 떨어지는 33일간의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에 사익을 먼저 챙긴 군 최고사령관의 행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당연지사. 할루츠 참모총장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사퇴 압력은 연일 거세지고 있다. 물론 이를 음모론적 시각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참모총장의 행동이 공인으로서 적절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거래 같은 개인의 사생활이 언론에 흘러나온 배경에는 군 수뇌부를 음해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사건은 이번 전쟁 내내 참아온 정부와 군 지휘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한, 휴전 뒤의 이스라엘 사회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쟁 직전 주식 팔아 이익 챙긴 군 최고사령관

    헤즈볼라의 IDF 병사 납치로 촉발된 이번 전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결의안 제1701호의 발동으로 33일 만인 8월14일에 휴전됐다. 안보리 결의안 제1701호는 레바논 남부에 레바논 정부군 1만5000명을 배치함으로써 그동안 헤즈볼라가 가지고 있던 통제권을 레바논 정부가 회수하고, 이의 실행을 돕기 위해 현재 레바논에 주둔 중인 유엔군(UNIFIL)의 수를 1만5000명으로 증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또한 2004년 발효된 안보리 결의안 제1559호의 이행, 즉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명하고 있다. 총



    3만 명의 군대로 레바논 남부를 완전히 통제하고 헤즈볼라를 무장해제함으로써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분란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것이 안보리 결의안 제1701호의 의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레바논 군대는 상처 입은 레바논 영토에 저항군들과 함께 배치될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 제1701호의 일환으로 8월17일 선발대 2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레바논 남부에 주둔한 레바논 제10여단 사령관의 취임 일성이다. 레바논 정부군의 레바논 남부 배치는 30년 만에 처음 이루어진 일로,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사령관의 발언 중 ‘저항군’은 헤즈볼라를 의미한다. 즉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는 고사하고, 남부에서 몰아낼 의도조차 없는 것이다. 사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레바논 정부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주간동아’ 549호 참조). 유엔 안보리의 UNIFIL 1만5000명 증강 결정은 이 같은 레바논 정부의 현실을 간파하고 이를 돕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유엔의 권고에 따라 병력을 차출해야 하는 유럽 각국의 태도가 미온적이다. 이탈리아만이 3000명의 병력을 약속했을 뿐, 이번 휴전협정에 주도적인 구실을 한 프랑스는 고작 200명의 병력만 차출하겠다고 하는 등 1만5000명의 병력을 모으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유럽 각국이 병력 차출에 미온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헤즈볼라가 지난 24년간 구축한 자신들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를 순순히 떠날 리도 만무하거니와 무장해제에 동의할 리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안보리 결의안 제1701호를 실행하려면 UNIFIL과 헤즈볼라가 대치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헤즈볼라의 공격력은 이미 이번 전쟁에서 입증됐다. 남의 나라 분쟁에 자국 병사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의 처지에서는 이번 전쟁을 통해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 전쟁 초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지지하는 국민이 80%가 넘었다. 이 수치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결과였다. 하루 평균 100기 이상의 로켓이 떨어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일시적 안정보다는 궁극적인 위협의 뿌리를 뽑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스라엘 정부는 지상군 투입을 감행하고 작전 지역을 레바논 내 30km까지 확대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지만 결국 빈손으로 물러났다. 납치된 2명의 병사를 구출하지도, 헤즈볼라 세력을 와해시키지도 못했다. 휴전 전날까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향해 로켓 공격을 감행했는데, 이로 인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력 저지에도 실패했음이 드러났으며 헤즈볼라는 여전히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이다. 이에 이스라엘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휴전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전쟁을 패배한 전쟁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부실한 전쟁 준비 참전 예비군들 분노

    이런 상황에서 군 참모총장의 ‘주식 스캔들’이 터져나왔으니 벌집을 쑤셔놓은 꼴이 되었다. 더욱이 전쟁에 소집된 예비군들이 속속 사회로 복귀하면서 부실한 전쟁 준비의 진상이 드러났고,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예비군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투에 필요한 방탄모와 방탄복 따위의 기본물자가 턱없이 부족했고, 물과 식량 등의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적절하지 못한 지휘관들의 작전지시로 불필요한 인명 피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장교들은 부족한 물자를 개인자금으로 구입해 예비군 징집에 응했고, 작전 중 통신장비가 작동하지 않아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들 예비군은 아예 총리 집무실이 바라다보이는 공원에 천막을 치고 시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수십 명의 예비군으로 시작된 시위에 뒤늦게 징집 해제된 예비군들과 이번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분노한 국민이 가세하면서 그 수가 수천 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전쟁진상조사위원회 구성뿐 아니라 이른바 ‘트로이카’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트로이카란 이번 전쟁의 핵심 지휘부인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 단 할루츠 참모총장을 가리킨다. 전쟁 실패의 책임 소재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들 트로이카는 1위부터 4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2위에 집합체로서의 ‘정부’가 들어갔을 뿐이다.

    유엔군 투입 늦어지면 전쟁 재개 가능성

    성공한 전쟁이든 실패한 전쟁이든 전쟁이 끝난 뒤에는 평가를 위한 조사가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페레츠 국방장관은 국방부 산하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이틀 만에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전쟁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국방장관이 구성한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국민의 불신 때문이었다. 이에 올메르트 총리가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 구성을 약속했지만 국민은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역시 전쟁 책임 당사자인 총리가 구성한 위원회를 신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나 정부가 구성한 위원회와 국가위원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지의 여부다. 국가위원회는 조사 결과 전쟁지휘부의 중대한 실책 혹은 직무유기 등이 밝혀지면 이들을 사퇴, 구속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시위대는 국가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트로이카’가 사퇴하기 전에는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를 관철하기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며 대규모 시가 행진도 펼칠 계획이다.

    휴전은 종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 실제로 8월14일 휴전이 성립되면서 IAF(이스라엘 공군)의 공중 폭격과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은 중단되었지만, IDF의 지상군은 여전히 레바논 영토에 남아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고 있다. 레바논 군과 UNIFIL이 레바논 남부를 완벽하게 장악하기 전에는 병력을 철수시킬 수 없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입장이다. 유엔의 중재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어서 언제 다시 큰불로 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 제1701호가 약속한 유엔군 투입과 레바논 정부군에 대한 물자공급이 늦어질수록 전쟁 재개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채 끝나지 않았는데 그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피해는

    양국 사망자만 1276명 … 난민은 140여 만명 발생


    8월14일 휴전이 성립되자 각종 언론은 양국 정부, 군, 경찰, 연구기관 등이 발표한 통계를 바탕으로 전쟁의 피해 규모를 보도했다. 영국 BBC,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아랍계 방송사 알자지라의 보도를 참고해 피해 규모 추정치를 정리했다.

    3790기의 로켓이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졌다. 군인 116명, 민간인 42명이 사망했다. 주택과 공장을 포함해 300동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고 경제 피해는 관광수입 피해액 2억3000만 달러, 전쟁비용 48억 달러, 직·간접 피해액 11억 달러로 집계됐다.

    IAF(이스라엘 공군)에 의해 7000여 건의 표적 포격, 2000여 건의 함포사격을 당했다. 1109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헤즈볼라 무장요원이 53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6900채의 주거지와 900채의 상업시설(공장, 시장, 농장 등)이 파괴됐다. 또한 공항· 항만·상하수도 시설·발전소 등이 29개, 주유소 23개, 교량·육교·고가도로 등 145개, 도로 약 600km가 파괴됐다. 복구 비용으로 4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관광수입 피해액은 25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밖에 이스라엘 북부 지역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50여 만명이 난민 생활을 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건물 지하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생활했다. 레바논에서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91만여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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