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컨설턴트가 ‘세련된 옷차림’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경북의 유명 사찰 주지스님 심모(47) 씨도 비슷한 고민 끝에 이미지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그는 “내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나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우울 증세가 느껴질 정도로 심 씨의 고민은 깊어 보였다.
김 씨와 심 씨를 각각 2~3시간씩 컨설팅한 컨설턴트 이영미(29) 씨가 두 사람에게 내린 처방은 “스타일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이 씨가 보기에 두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신앙심도, 신자들과의 신뢰관계도 아니었다.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주범이었다. 먼저 이 씨의 눈에 보인 김 씨의 헤어스타일은 40대 초반 이미지가 아니었다. 머리카락이 머리에 ‘빈대떡’처럼 들러붙어 있어 무척 이상하고 어색해 보였다. 우울한 이미지를 자아내는 회색빛 일색의 옷차림도 문제였다. 이 씨는 컨설팅이 끝난 뒤 김 씨를 데리고 ‘미용실’로 향했고, 3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그의 스타일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외모, 옷차림, 표정, 제스처 등 교육
심 씨에게는 웃는 연습을 시켰다. 50을 내다보는 나이, 출가한 지 30년이 되어가는 심 씨는 20대 컨설턴트 앞에서 2시간이 넘게 ‘치즈~’ ‘위스키~’를 외쳐야 했다.
‘미용실’과 ‘치즈~’. 물론 두 성직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컨설팅의 효과는 단박에 나타났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회색톤의 칙칙한 와이셔츠 대신 과감하게 핑크빛이 감도는 와이셔츠를 입기 시작한 김 씨 주변에는 다시 신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어색하다고 말하는 신자는 없었고, 대신 “누가 조언을 했냐, 어디에 가서 컨설팅을 한 거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심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치인이나 기업 CEO들의 전유물로만 생각되던 ‘이미지컨설팅’에 목사, 스님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신앙으로 신자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일에 일생을 바치는 목사와 스님들이 ‘외모 치장’을 위해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그만큼 이미지컨설팅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의 정연아 대표는 “표현을 못해 손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컨설팅의 기본 정신”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이미지컨설팅은 정치인이나 성공한 기업인에게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죠. 자신만의 매력을 최대한 강조하고 어필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바로 이미지컨설팅의 핵심입니다.”
주로 설교 등을 통해 신자들과 접촉하는 성직자들에게는 외모, 옷차림과 함께 표정, 제스처에 대한 교육이 주로 이뤄진다.
“목사들도 신자들에게 자신의 신앙과 생활을 보여주는 것을 직업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업인이나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만큼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표정, 옷차림, 매너를 갖출 필요가 있죠. 신자들에게 믿음과 호감을 줄 수 있을 때 신앙심도 더 커지는 게 아닐까요?” 정 대표의 설명이다.
성직자들의 수요가 늘다 보니 최근 들어 성직자들을 위한 각종 연수에도 이미지컨설팅 강의는 빠지지 않는다. 이미지컨설팅 강의는 그 어떤 과목보다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1년에 한 번꼴로 목회자에게 이미지컨설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목회자들로부터 ‘이미지’와 관련된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반응도 매우 좋아서 앞으로도 이런 교육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