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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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 조각 모아 만든 가식적 웃음

  • 김준기 미술평론가

    입력2006-08-30 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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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셀 조각 모아 만든 가식적 웃음
    디지털 픽셀 이미지를 입체조각 작품으로 만드는 신치현의 작업은 ‘픽셀 조각’이라 불린다. 전자적으로 부호화한 시각 이미지의 세계를 그리드(grid)의 입체 격인 육면체의 연쇄체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만들고 평면을 입체로 만듦으로써 불투명한 것을 투명하게, 애매한 것을 확연하게 하는 전략이다.

    신치현의 픽셀 조각은 부분의 원소들로는 형상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그 결합체는 훨씬 더 강렬하게 본질을 나타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픽셀 조각은 선적인 요소로만 보자면 이등변삼각형과 수직선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육면체로 읽어내자면 긴 사각기둥의 연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픽셀 조각으로 만들어진 대상은 본래의 지시 기능을 상실하면서 동시에 대상의 본질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신치현의 신작들은 우리를 둘러싼 대중매체가 발산해내는 꽉 찬 듯하면서도 공허한 ‘천국의 미소’들과 현란한 듯하면서도 앙상한 ‘폼’들에 포커스를 맞추어 동시대 문화 현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시도한다. ‘천국의 미소’ 연작은 대중매체에 노출된 그녀들이 특정한 형태로 안면 근육을 고착화하고 있는 현상을 포착한 픽셀부조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 가식적으로 웃고 있는 그녀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미소를 물신화하는 대중문화의 메신저들이다.

    ‘미소 물신’을 포착한 그의 픽셀 조각은 메타 이미지이면서 실재에 대한 이미지다. 신치현의 픽셀 조각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실재의 그녀들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그녀들이 모델로 등장하는 대중매체 속의 이미지를 재현한 것이란 의미다. 따라서 이미지에 대한 이미지, 즉 메타 이미지인 것이다. 한번 더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가 만든 이미지는 대중매체 속의 이미지라는 실재를 끌어들여 자신의 어법으로 형상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인 비평의 지점을 포착하고 있다.

    ‘폼’ 연작은 세 가지 포즈로 물신화한 그녀들을 제시한다. 짝다리를 짚고 서서 한 손은 허리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쓸어 넘기는 그녀는 식상하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각진 덩어리로 관객 앞에 서 있다. 레이싱걸처럼 한쪽 다리를 올린 채 상체를 뒤로 젖히고 구조물 위에 올라탄 그녀도 건조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다리를 벌리고 무릎 꿇어 앉은 채 두 손을 허벅지에 대고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 또한 만만찮다.



    신치현의 근작들은 픽셀 조각이라는 폼으로 읽어낸 그녀들의 폼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그녀들의 폼은 픽셀 조각 특유의 직각 형태들로 인해 앙상한 ‘폼’만을 남긴다. 그의 픽셀 조각은 스킨을 제거해버린 채 뼈대만을 남긴 앙상한 구조체 그 자체다. 신치현의 신작 픽셀 조각들이 더욱 각별하게 의미 작용을 강화하는 것은 본질적인 구조를 드러내는 조형방법의 특성 그 자체와 더불어 동시대의 문화지표를 끌어들이려는 예술가의 성찰적 자세 덕분이다. 8월30일까지, 갤러리 우덕, 02-3449-6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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