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롱도르(Ballon d’Or·황금공) 수상 가능성이 큰 선수는 강팀을 만났을 때 더 강해지는 하피냐(바르셀로나), 최고 득점 효율을 자랑하는 우스만 뎀벨레(파리 생제르맹·PSG), 젊은 시절 리오넬 메시를 방불케 하는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이라고 본다. 그 외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도 당장 발롱도르 포디움(podium·3위권)에는 못 들지만 향후 챔피언스리그(챔스)나 자국 리그에서 폭발적 활약을 보인다면 수상을 노려볼 만하다.”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이상윤
“레반도프스키, 음바페, 살라도 수상 노려볼 만”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은 올해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한 베스트3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발롱도르는 한 시즌 세계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축구계 최대 영예다. 1956년 프랑스 축구 전문매체 ‘프랑스 풋볼’이 수여하기 시작한 발롱도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상위 100개국 축구 기자단의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2022년부터는 평가 대상 기간을 기존 연간에서 시즌으로 변경했다. 총 8회 수상에 빛나는 메시를 비롯해 숱한 레전드 선수가 시상대에 올랐다. 올해 10월에도 2024∼2025시즌 최고 선수에게 영예의 ‘황금공’이 주어질 예정이다. 4월 15일 임 위원을 만나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이 큰 선수들의 면면과 향후 변수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최근 발롱도르 수상자 선정 트렌드는 어떤가.
“발롱도르는 선수 개인에게 주는 상이지만 생각보다 소속 팀 성과가 크게 반영된다. 가령 눈부시게 활약한 선수도 자기 팀이 그해 챔스나 자국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수상권에서 멀어진다. 발롱도르 수상 후보군이 압축되고 나서도 소속 팀 성적이 좋은 선수가 많은 표를 얻는 경향이 있다. FIFA 월드컵이나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코파아메리카 등 큰 규모의 국가 대항전이 열리는 해에는 국가대표팀 성과가 반영되는 측면도 있다. 또한 포지션별로 보면 공격수가 미드필더나 수비수보다 수상에 유리하다. 아무래도 공격수는 스탯이라는 통계 수치로 활약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맨체스터 시티)가 지난해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유로2024 우승에 기여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현시점이 발롱도르 수상자 선정에서 중요한 이유는.
“지금이 챔스 준결승 진출 팀의 윤곽이 잡히는 시기다. 적어도 챔스 4강에는 오른 팀 소속이어야 발롱도르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가령 이번 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모하메드 살라의 경우 소속 팀 리버풀이 챔스에서 탈락하자 축구계에선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이 확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현시점까지 선수 개인의 활약을 바탕으로 발롱도르 수상 후보군을 추측한 것에 더해서 챔스 4강 결과를 통해 유력 주자를 압축할 수 있는 것이다.”
임 위원과 인터뷰를 한 후인 4월 16∼17일 경기에서 바르셀로나와 PSG, 아스널,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의 챔스 4강 진출이 확정됐다. 이들 팀은 각각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애스턴 빌라,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챔스 트로피에 도전하게 됐다.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의 하피냐와 라민 야말,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의 우스만 뎀벨레(왼쪽부터). GETTYIMAGES
“바르셀로나 표 분산에 다른 선수 ‘어부지리’ 가능성”
올해 발롱도르 수상을 노리는 하피냐와 뎀벨레, 야말은 이번 시즌 그야말로 폭발적인 스탯을 쌓고 있다. 각자 소속 리그뿐 아니라 챔스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중이다. 이들 세 선수의 활약과 앞으로 발롱도르 트로피를 거머쥐기까지 필요한 과제에 대해 임 위원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하피냐는 현재 챔스에서 그야말로 압도적 활약을 하는 선수다. 스탯을 보면 화려한 실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피냐는 현재까지 전체 46경기에서 28골·22도움을 기록했다(이하 4월 14일 기준). 그중 챔스에서만 11경기에서 12골·7도움을 거뒀다. 앞서 언급했듯이 챔스에서 활약은 발롱도르 수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챔스에서 이 정도 스탯을 쌓았다는 것은 하피냐가 강팀을 상대할 때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발롱도르 수상을 위해 하피냐에게 남은 과제는 소속 팀 바르셀로나의 챔스 우승이다.
하피냐 다음으로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이 커 보이는 뎀벨레는 리그앙 26경기에서 21골·7도움을 기록하며 PSG의 조기 우승 확정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번 시즌 뎀벨레는 유럽축구에서 한 골을 넣는 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이 가장 적은 선수다. 출장 시간과 골 기록을 계산하면 73분당 한 골을 기록했다. 이는 리그앙뿐 아니라 유럽 5대 리그 전체에서도 최고 득점 효율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향후 PSG가 챔스 준결승에 올라 강팀을 만났을 때도 맹활약하는 게 관건이다.
끝으로 올해 18세인 야말의 최근 폼은 발롱도르 포디움에 충분히 들 만하다. 이미 그는 발롱도르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트로페 코파’를 받은 주인공이다. 트로페 코파는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21세 이하 선수, 즉 세계 최고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야말은 전체 44경기에서 14골·21도움을 기록했다. 하피냐 못지않게 도움 기록이 많은 게 특징이다. 같은 팀 경쟁자인 하피냐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발롱도르 수상자 선정에 남은 변수는 무엇인가.
“각국 리그와 챔스 경기 결과, 막판 압도적 성과를 거두는 팀의 등장 여부, 바르셀로나 선수 간 표 분산 가능성 등이다. 각 선수가 챔스 준결승과 결승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가 발롱도르 수상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아직 리그마다 경기 일정이 남았다는 점에서 스탯을 추가로 쌓아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발롱도르 선정 경향을 봤을 때 특정 팀이 압도적 실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면 수상자 윤곽도 선명해질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라리가와 챔스 우승을 독식할 경우 소속 선수 여럿이 후보에 올라 발롱도르 선정 과정에서 표가 분산될 수 있다. 다른 팀 선수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