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와 카밀러 파커볼스. [뉴시스]
2005년 4월 찰스 3세와 윈저궁에서 결혼식을 올린 카밀라는 결혼 후에도 빈(嬪·The Princess of Wales) 칭호를 받지 못하고,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으로 불렀다. 결혼 전에 찰스 3세가 즉위하더라도 ‘공작부인’으로만 불린다는 조건으로 결혼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해 2월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을 통해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카밀라에게 ‘국왕의 왕비’(The Queen Consort)라는 호칭을 쓰라”고 허락했다. ‘Queen Consort’는 왕비란 의미보다는 ‘왕의 부인’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이번 대관식 초청장을 통해 카밀라는 ‘배우자(Consort)’란 꼬리표까지 떼어내고 ‘진짜’ 왕비가 되었다.
1947년 7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카밀라는 외가가 귀족 혈통이지만 귀족은 아니었다. 남작의 딸인 어머니 로잘린드 큐빗이 작위 없는 브루스 샌드(카밀라 아버지)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카밀라는 유복한 환경에서 승마와 독서, 그림, 원예와 같은 귀족적인 취미를 즐기며 자랐다. 1965년 런던 사교계에 데뷔한 카밀라는 1970년 윈저성의 폴로 경기에서 찰스 3세를 처음 만나 교제했다. 당시 카밀라가 “내 증조모(앨리스 케펠 부인)가 당신의 고조부 에드워드 7세의 정부(情婦)였다는 사실을 아나요?”라고 당돌히 물으며 찰스 3세에게 사귀자고 제안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1973년 찰스가 군대에 입대하면서 두 사람은 멀어졌고, 1973년 카밀라는 8살 연상인 왕실 기병대 소령이었던 앤드루 파커 볼스와 결혼했다. 앤드루는 찰스 왕세자의 여동생인 앤 공주의 첫 남자친구로 찰스 3세는 둘의 결혼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1981년 찰스 3세는 다이애나 비와 결혼했지만, 카밀라와의 불륜 관계는 지속되었다. 다이애나 비는 1992년 낸 자서전에서 왕세자의 불륜을 폭로했고, 1995년 BBC 인터뷰를 통해 “우리 결혼은 복잡했다. 세 사람이 있었으니까”라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1996년 찰스 3세와 다이애나 비는 이혼하기에 이른다. 이후 1997년 다이애나 비가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카밀라는 영국 국민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다. 하지만 카밀라와 찰스 3세는 꿋꿋이 연인관계를 이어가 결혼에 골인했고, 결혼 8년 만에 드디어 왕비가 되었다.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은 70년 전인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과 비교해 소박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에는 내·외빈 8000명이 참석해 3시간에 걸쳐 거행됐지만, 이번 대관식은 고령인 찰스 3세의 건강 문제와 비용 절감을 위해 2000명만 참석해 1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관식의 주요 내·외빈은 스페인 국왕 내외와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다. 카밀라 왕비의 전 남편인 앤드루 파커 볼스도 대관식에 초대받았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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