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딸 주애(왼쪽)와 함께 4월 13일 ‘화성-18형’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뉴시스]
화성-18형, 러시아 ‘토폴-M’과 유사
북한은 4월 13일 고체연료 방식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뉴시스]
화성-18형의 1단 추진체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지상 연소 실험을 했던 140tf(톤포스)급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모터)’다. 북한이 개발한 고체연료 1단 추진체의 추력이 정말 140tf라면, 미국의 현용 주력 ICBM ‘미니트맨 III’ 추진체보다 1.7배 이상 강한 것이다. 40~45t급 미사일을 1만㎞ 이상 날려 보낼 수 있는 수준이다. 화성-18형의 형상은 러시아 RT-2PM2 토폴-M과 매우 흡사하다. 1단 추진체가 2·3단 추진체보다 두껍고, 발사 캐니스터의 크기나 형상, 발사 방식이 토폴-M과 판박이다. 토폴-M의 사거리는 1만1000㎞, 탄두 중량은 1t에 달한다. 북한이 토폴-M을 모방했다면 제원도 유사할 개연성이 있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는 “북한이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하고 있거나 자료를 받아 역설계하는 등 토폴-M 모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 원점은 평양 강동군의 대동강 인근 평지다. 발사 좌표로 특정된 지점의 인근에는 지하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낮은 산이 하나 있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 발사 전 미사일이 은폐한 지하 갱도는 바로 이 산에 있는 지하시설로 추정된다. 갱도에서 나와 발사진지로 이동한 화성-18형은 과거 액체연료 방식의 ICBM과 달리 연료·산화제 주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립 후 곧바로 발사됐다.
北 고체연료 미사일, 아직 효율성 낮지만…
북한이 모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토폴-M’ 미사일.[뉴시스]
화성-18형의 사거리는 구체적인 비행 제원이 공개돼야 추산할 수 있다. 지금보다 정점 고도를 더 높이고, 발사체에서 분리된 탄두부의 안정적인 재진입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화성-18형은 아직 미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미사일 기술 발전에서 이전 수십 년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냈다. 이런 추세라면 북한은 수년 내로 미국 본토를 기습 타격할 고체연료 ICBM을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미국도 북한의 직접적인 미사일 위협에 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번 화성-18형 발사 성공으로 100㎞급 단거리부터 5000㎞ 이상 ICBM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 방식으로 교체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이번 발사 성공을 계기로 고체연료 ICBM의 경우 비추력을 더 높여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발전을 노릴 것이다. 고성능 로켓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중·단거리 미사일의 비행 성능과 탑재량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이제 북한은 미 본토에 대한 기습 타격 능력은 물론, 유사시 한국과 일본에 중·단거리 다탄두 핵미사일을 대량으로 투발할 수 있는 잠재 능력도 갖추게 됐다는 얘기다.
북한은 자기네 ‘헌법’보다 상위 규범인 조선노동당 규약에 한반도 무력 통일을 명문화했다. 명백한 대한민국의 적이다. 더 나아가 한국은 물론, 일본을 상대로 유사시 대량의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는 능력도 거의 완성한 상태다. 우리를 말살하겠다는 의지와 수단이 충만한 적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은 그에 대항할 통일된 의지도, 적절한 수단도 없는 상태다.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개입 차단 의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내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정부가 한반도 군비 증강을 부채질한다”며 반대해왔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고자 공동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하면 난데없이 친일 프레임을 걸며 비난했다. 결국 한국은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제라는 것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KAMD체제로는 실제 요격 자산이 배치된 공군기지와 도시에 떨어지는 탄도탄 몇 발을 겨우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시 도시 한 곳에 대구경 방사포와 뒤섞여 수십 발씩 떨어질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한국군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다며 이지스 구축함을 6척이나 도입하고 있다. 이 중 3척은 탄도탄 요격이 불가능한 사실상 ‘깡통’이고, 앞으로 도입할 3척도 구형 SM-6 미사일을 탑재할 예정이라 미사일 방어 임무 수행이 어렵다. 북한이 화성-18형을 발사한 후 4월 17일 동해상에서 한미일 미사일 대응 훈련을 실시했을 때 한국 해군 이지스함은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벤폴드(USS Benfold)’와 일본 ‘아타고(JS Atago)’는 성능 개량을 거쳐 이지스 베이스라인 9 전투 체계,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체제 BMD 5.0을 탑재했다. 공중 표적 대응과 탄도미사일 요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통합공중미사일방어(IAMD) 능력을 갖춘 것이다. 반면 한국 해군의 율곡이이함은 적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만 있고, 그마저도 탄도탄 탐지·추적 모드에선 항공기 대응 능력을 상실하는 사실상 깡통 이지스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