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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병대’는 ‘영국 정규군’을 어떻게 이겼나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미국 민병대’는 ‘영국 정규군’을 어떻게 이겼나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인 이야기 1·2·3
로버트 미들코프 지음/ 이종인 옮김/ 사회평론/ 1권 468쪽, 2권 520쪽, 3권 476쪽/ 각 권 2만4000원

1776년 9월 미국 독립민병대 총사령관이던 조지 워싱턴은 씁쓸함을 느꼈다. 맨해튼 그의 부대에서 사병들이 하나 둘 집으로 달아났기 때문이다. 미국군이 각지에서 영국군에 패배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이탈 행렬이 이어진 탓에 부대는 붕괴 직전이었다. 미국 독립선언서가 발표되고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워싱턴은 미국군이 급속도로 와해된 원인 중 하나로 ‘자유로운 성향’을 꼽았다. 미국 사학자 로버트 미들코프는 ‘미국인 이야기’에서 “미국인은 자유인이었기에 제약이나 기강을 답답하게 여겼다. 그런데 기강은 군대 핵심이었고 오랜 훈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자유를 얻고자 총을 들었지만, 정작 자유 때문에 전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전쟁의 끝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미국군은 1781년 버지니아 요크타운에서 벌인 영국군과 대규모 전투에서 승리했고, 지난했던 싸움도 막을 내린다. 급조된 미국 민병대는 조직된 영국 정규군을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책 원제가 ‘위대한 대의’(The Glorious Cause: The American Revolution 1763∼1789)라는 사실이 힌트가 될 수 있다. 오합지졸이 될 뻔한 미국 민병대는 ‘공화주의적 자유’라는 대의를 위해 하나가 된 것이다.



저자는 “미국인에게 전쟁은 왕을 위한 전쟁, 즉 앙시앵 레짐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왕을 위해 싸우는 군대는 ‘우리’를 위해 싸우는 군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공동체에 뿌리내린 대의를 자각할 때 개인이 진정한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국인은 일부 전투에서 패배할 수는 있지만 결코 전쟁에서 지지 않는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덧붙인다.

‘미국인 이야기’는 미국 독립혁명사를 마냥 미화하지는 않는다. 훌륭한 리더가 없으면 자유는 방종 혹은 이기주의로 변질되기 쉽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의 원서는 1983년 퓰리처상 역사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는데, 이 같은 냉철한 분석이 담겼기 때문이다. ‘자유’는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지만 동시에 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미국인 이야기’를 통해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는 “한국인과 유사한 체험을 한 미국인의 역사가 한국 독자들에게 흥미롭고 가치 있는 사례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332호 (p72~72)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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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0호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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