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과 연료탱크가 화염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공항을 포착한 월드뷰-2 위성 이미지. [맥사테크놀로지스]
전쟁 참상 생생한 고정밀 위성 이미지
3월 11일 우크라이나를 포격하는 러시아 포병대대. [맥사테크놀로지스]
인공위성. [NASA 홈페이지]
우크라 위성사진 공유 촉구
카펠라스페이스가 2월 24일 공개한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의 합성 조리개 레이더(SAR) 이미지. [카펠라 스페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페도로프 부총리가 실시간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요청한 업체 가운데 미국과 유럽 기업 총 5곳이 위성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카펠라스페이스와 한국 업체 SI이미징서비스 등 일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SI이미징서비스는 우주개발기업 쎄트렉아이의 자회사로 아리랑 2호와 3호, 3A호, 5호의 해외 영상 판매권을 갖고 있다. SI이미징서비스 측은 ‘스페이스뉴스’를 통해 “당분간 우크라이나와 공유할 정보가 없다”면서 “위성 자체 소유권은 정부에 있으며 이번 전쟁으로 정부의 사용이 늘어난 데다, 우크라이나 지역 촬영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미지를 촬영하는 위성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합성 조리개 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SAR) 위성은 물리적 특성을 감지하기 위해 지구 표면에 마이크로파 레이더 신호를 보낸다. 마치 박쥐가 어둠 속에서 탐색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고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통해 지구 표면의 소규모 움직임을 포착하고 매핑(mapping)하는 기술이다. 광 데이터로는 불가능한 야간은 물론, 구름과 연기도 꿰뚫고 촬영할 수 있어 구름이 자주 끼는 우크라이나 기상 조건에서 특히 요긴하다. 군사적 이동이나 장비 활동, 연료 보급 작업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카펠라스페이스, 아이스아이, 에어버스SAS 등이 SAR 위성을 사용하고 있다.
맥사테크놀로지스의 월드뷰 위성. [맥사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
상업용 위성 표적 될 가능성 높아
서방 정부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정교한 위성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밀이라 이미지를 공유할 수 없다. 또한 이라크전쟁 이후 대중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민간업체를 포함한 제3자의 이미지가 신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사이버 보안 연구 업체 세크데브그룹(SecDev Group)의 로버트 머가 대표는 영국 BBC를 통해 “21세기 현대전은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위성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고정밀 위성사진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전쟁 책임을 묻는 국제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상업 기업이 분쟁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상업용 위성이 합법적으로 군사 표적이 될 확률도 커진다. 구글은 최근 사용자가 생성한 핀이 미사일 공격과 연결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에서 사용자들이 제출한 모든 위치를 지도에서 제거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허위 정보가 유통될 가능성이 있고, 정보 조작도 잠재적인 위험이 되기도 한다. 딥페이크로 위조하거나 단순한 포토샵 사용만으로도 인공위성이 찍은 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을 통해 지구 전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스페이스X 홈페이지]
위성 안테나 접시, 스탠드, 전원 공급 장치, 와이파이 라우터로 구성된 스타링크 키트. [스페이스X 홈페이지]
일론 머스크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지원
현재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가 지원되고 있으나, 기술적 문제나 사이버 공격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100%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위성 통신 서비스는 단순히 인공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연결하기 위한 광섬유 케이블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고, 수천 개 이상 위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지상에 탄탄하고 안전한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한편 위성 통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스타링크 외에도 아마존, 텔레셋(Telesat), 원웹(OneWeb) 등은 지구 저궤도 위성을 통해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9년부터 위성 인터넷 서비스 카이퍼(Kuiper)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590~630㎞ 궤도를 도는 3236개 위성군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주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비즈니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 원웹은 스타링크와 달리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1200㎞ 궤도에 648개 위성을 발사해 원격 제조나 백업 등 기업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제공할 방침이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원웹의 위성·안테나 개발과 제작, 위성 간 통신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텔레셋은 설립된 지 50년 넘은 캐나다 회사로, 현재 15개 정지궤도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향후 300개에 가까운 위성을 구성해 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라이트스피드(Lightspeed)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스페이스X나 아마존에 비해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다.
마크 부엘 인터넷소사이어티 북미 부사장은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를 통해 “통신 독점 역사를 고려할 때 더 많은 회사가 위성 인터넷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향후 몇 년 동안 경쟁이 심화되면 서비스 품질은 향상되고 가격은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