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올 2월 27일(현지시간) 키이우 시청에서 민방위 수뇌부와 회의를 마치고 함께한 모습. [뉴시스]
우크라이나 5대 대통령(2014~2019년)이었던 포로셴코는 2019년 대선에서 부정부패와 방산 비리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지난해 말 반역 혐의로 기소됐는데, 혐의는 대통령 재임 시절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에서 분리주의자 자금 조달을 돕는 5500만 달러 규모의 불법 석탄 판매에 관여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재산이 동결됐고 폴란드로 망명했다. 당시 포로셴코는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방역 실패를 모면하려는 젤렌스키 정권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로 자진 귀국해 방탄조끼를 입고 최전선에서 사비를 들여 싸우는 모습에 국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애국노’로 불린다.
포로셴코는 1965년에 태어나 키이우 국립대학 국제관계·법학부를 졸업했다. 대학교를 마치자마자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열매 판매로 사업을 시작했고, 1990년대 제과회사 여러 곳을 인수해 1996년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로셴’을 세웠다. 이후 로셴을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로 키웠고,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포로셴코는 로셴 성공을 발판 삼아 사업 영역을 자동차·버스 공장, 조선소, 미디어 등으로 넓히며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2014년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당시 그의 자산은 13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로 우크라이나에서 7번째 부자였다.
트럼프 설득해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들여와
포로셴코는 1998년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9년 말부터 2010년까지 외무장관, 2012년 경제개발·통상장관을 지냈다. 외무장관 시절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적극 추진한 걸로도 유명하다. 정치적 중립 성향을 보이던 그는 2013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압박하며 로셴 초콜릿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자 친서방쪽으로 기울었다. 2013년 말부터 시작된 야권의 반정부 시위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2014년 3월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서방과 맺자”며 친서방 노선을 천명했다. 2014년 5월 25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에서 55%에 달하는 표를 획득하며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임기 기간 내내 친서방, 반러시아 정책을 고수했다. 2017년 6월에는 EU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시행했고, 2018년 11월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함을 나포하자 계엄령을 선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특히 러시아 침공 이후에는 포로셴코가 대통령 재임 기간에 벌인 국방정책들이 자국 방어에 효과를 발휘하면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돈바스 내전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그는 국방비를 크게 늘렸다. 또한 전임 대통령이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재임 기간 동안 하지 않던 열병식을 재개했다. 2014년부터는 유럽에 주둔한 미군, 나토군과 지속적으로 군사훈련을 가졌다. 영국 신문 ‘더타임스’는 “포로셴코 재임 기간 2만2000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영국군과 함께 나토 수준의 훈련을 받았다”고 전했다. 2018년에는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 대전차 미사일 FGM-148 재블린을 사들이고 사용법을 훈련시켰는데, 이번 러시아 침공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 사수에 핵심 역할을 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사흘 만에 재블린 공격으로 100대 이상의 전차를 잃었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 수원서 헌당식 “이웃과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 전할 것”
내년 핵심 소비 트렌드는 ‘옴니보어’… 고정관념 깨고 자신만의 스타일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