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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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쉐보레 말리부 2024년 끝으로 단종

[조진혁의 Car Talk] 환경 규제 강화가 큰 영향 미쳐… 아우디 A4·닛산 GT-R도 단종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01-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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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물결은 익숙했던 것과의 작별을 뜻하기도 한다. 정든 차가 도로 위 유물이 되는 모습을 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쓸쓸함은 새로운 것으로 채워야 하는 법.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차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4년을 마지막으로 단종이 예상되는 모델들과 부활을 알리는 모델들을 살펴보면서 자동차 산업의 현재, 미래를 조망해본다.

    전동화 바람이 불러온 단종 러시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랑받아온 준중형 세단인 기아 K3가 2024년 단종됐다. [기아 제공]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랑받아온 준중형 세단인 기아 K3가 2024년 단종됐다. [기아 제공]

    먼저 국내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기아 K3는 2024년 단종됐다. 2012년 출시 이후 준중형 세단으로서 많은 사회 초년생에게 사랑받아온 K3는 아반떼 경쟁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가격 면에서는 K3가 아반떼보다 조금 저렴하다. 가성비는 좋지만 세련된 볼거리, 즉 상품성은 아반떼보다 아쉬웠다. 또한 사회 초년생이 준중형 세단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이미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나 크로스오버 등 대안은 많고, 대안 모델들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K3는 판매 부진과 전동화 바람에 휩쓸려 7월 생산이 중단됐다. K3의 퇴장으로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국산 준중형 세단은 아반떼만 남았다.

    전동화 바람에 밀려 단종이 불가피해진 기아 차량은 더 있다. 기아의 대형 SUV인 모하비가 2024년을 마지막으로 단종된다. 2008년 첫 출시 이후 국산 정통 SUV의 대표 주자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모하비 역시 판매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단종의 주요 이유는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유로7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모하비는 후속 모델 없이 생산이 중단되며, 모하비가 생산되던 자리는 쏘렌토·타스만 생산라인으로 전환된다. 기아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쏘렌토의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쏘렌토 생산을 최대한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타스만을 통해 픽업트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기대해볼 수 있다.

    1964년 1세대를 시작으로 9세대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 대 이상 판매된 쉐보레 말리부가 2024년 단종이 결정됐다. [쉐보레 제공]

    1964년 1세대를 시작으로 9세대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 대 이상 판매된 쉐보레 말리부가 2024년 단종이 결정됐다. [쉐보레 제공]

    ‌수입차시장에서도 여러 모델이 단종의 길을 걷고 있다. 쉐보레 말리부와 카마로는 오랜 역사와 팬층을 보유했지만 전동화 트렌드, 판매량 감소로 단종이 결정됐다. 특히 말리부는 1964년 1세대를 시작으로 9세대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 대 이상 판매됐으나 근래 들어 SUV에 밀려 세단 입지가 좁아지고 판매량까지 저조했다. GM은 미국 캔자스시티 공장에서 차세대 전기차 볼트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머슬카를 대표하는 카마로도 6세대를 끝으로 단종됐다. 미국에서 머슬카는 가성비 스포츠카로 통했다. 비교적 낮은 가격에 강한 출력을 발휘해 인기를 끌었지만, 점점 높아지는 가격에 유지비도 만만치 않아 판매가 둔화됐다. 하지만 마크 로이스 GM 사장에 의하면 카마로의 역사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의 말처럼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력적인 모델을 쉽게 저버릴 것 같진 않다. 많은 스포츠카가 EV컨버전으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면 7세대 카마로는 전기차로 돌아올 가능성을 점쳐도 되겠다.

    국내시장에 아우디의 존재감을 알린 A4도 단종된다. 하지만 아쉬움은 잠시 참아도 되겠다. A4를 계승한 신형 A5가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A5는 실용적 측면이 강화됐으며,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전동화도 이뤘다.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한 포르쉐의 718 박스터도 단종된다는 소식이다. EU의 일반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원인인데, 갈수록 엄격해지는 EU 규제에 따라 사라지는 차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포르쉐는 타이칸 등 포르쉐 특유의 모터스포츠 DNA가 강조된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어 718 박스터의 단종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줄 후속 전기차의 등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구축 노력

    닛산 GT-R도 EU의 새로운 소음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17년 만에 단종을 맞았다. GT-R은 북미와 EU에서 단종되고, 이후 전동화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닛산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2025년에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BMW 6시리즈 GT도 단종을 알린 모델이다. 패스트백 형태의 6시리즈 GT는 2017년 첫 출시 이후 실용성과 스포티함을 겸비한 모델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글로벌 판매량 감소로 2024년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다. 미니 클럽맨도 2024년까지 파이널 에디션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단종된다. 미니는 전동화 브랜드로의 전환을 위해 클럽맨을 단종하고, 2025년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 소형 SUV 에이스맨에 자리를 물려줄 예정이다.

    마세라티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 모델 기블리의 단종을 알렸다. 3세대 기블리는 2013년 공개 이후 국내에서 제법 많이 판매되며 마세라티 브랜드의 초석을 닦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2017년에는 한 차례 부분변경이 이뤄졌고, 브랜드 최초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탑재하며 전동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2020년에 접어들면서 판매량이 줄어 단종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마세라티는 전동화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기존 모델들을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대체하고 있어 마세라티의 다음 행보는 주시할 가치가 있다.

    차량들의 단종 배경에는 몇 가지 공통된 원인이 있는데, 그중 환경 규제 강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유로7은 제조사들에는 도전 과제였다. 내연기관 모델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모델은 단종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제조사의 전동화 전환은 기존 모델을 전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동화 브랜드로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기 위해서는 쓸 만한 패는 챙기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패는 두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차종 축소는 경쟁력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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