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통령실 제공, 동아DB]
‘1인 4역’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한 헌정 사상 초유의 비상 정국을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정치학 박사)는 이같이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무모한 비상계엄 선포 이후 헌재의 탄핵심판과 수사기관의 소환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막무가내 탄핵으로 정부 흔들기에만 골몰하는 듯한 모습이다.
잇단 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정국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승객 179명이 숨지는 대참사까지 벌어졌다. 최 권한대행은 이번 참사 수습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본부장을 맡았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 권한대행이 직접 중대본을 이끌게 된 것이다. 위급한 재난 상황인데도 주무 장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계엄 여파로 사직해 공석이다. 이에 따라 최 권한대행은 본래 직책인 기재부 장관직은 물론 대통령, 국무총리 역할에 이어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까지 1인 4역을 떠맡게 됐다.
경제사령탑인 기재부 장관이 국정 전반을 책임지면서 안 그래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경제 상황 관리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제주항공 참사에 대응하느라 12월 30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F(finance)4’ 회의로 불리는 이 간담회는 통상 최 권한대행이 이끌지만 이날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했다. 기재부에선 최 권한대행 대신 김범석 제1차관이 참석해 이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경제·금융 현안을 점검했다.
“한국 정치 양극단 세력 정리해야”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한 총리 탄핵안이 가결된 12월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86.7원을 기록하고 1470.5원(야간거래 마감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 후반까지 오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2009년 3월 16일 장중 1488.0원 기록) 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시장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엄습했다. 코스피도 2400 선이 위협받는 불안한 상황이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러시아-북한의 군사협력 강화 등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대외 과제도 산적해 있다. 대내외 위기가 맞물려 정치·경제적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가적 위기를 수습하려면 정치 정상화가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교수는 “헌정 사상 초유의 비상 상황에서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여야가 똑같다”며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최 권한대행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사법부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6·3·3 원칙(공직선거법 사건에서 1심은 공소제기 6개월, 2·3심은 전심 선고 3개월 이내 선고)을 지켜 하루빨리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위기에 빠진 한국 정치가 헌정질서에 따라 정상화돼야 한다. 나아가 이번 위기를 한국 정치에서 양극단 세력을 정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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