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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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기획’ 의혹까지 불거진 노상원… 동네 주민들 “점잖은 사람으로 보여”

‘안산시 모범 무속인’ 출입문 굳게 닫혀… 북한 도발 유도 의혹 집중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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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5-01-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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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유명한 점집이에요. 용하다고 소문나서 가게 개업한 사람이 많이 찾아요. 대기 줄이 있을 정도예요. 인터넷에 ‘안산 아기보살’이라고 쳐보세요.”

    2024년 12월 20일 경기 안산 본오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 1층. 담뱃갑 수십여 개를 창틀에 촘촘히 쌓아 실내를 가린 한 점집을 가리키며 이웃 주민 A 씨가 말했다. 이곳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아기보살’로 불리는 여성 무속인과 동업했다고 알려진 점집이다. 이른바 ‘햄버거 회동’을 가진 롯데리아 한 지점과 1.4㎞ 떨어져 있다. 최근 경찰이 이 점집에서 비상계엄 관련 내용이 담긴 수첩을 확보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4년 12월 20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여성 무속인과 동업한 것으로 알려진 점집 주변에 북어와 향초 등이 놓여 있다. [지호영 기자]

    2024년 12월 20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여성 무속인과 동업한 것으로 알려진 점집 주변에 북어와 향초 등이 놓여 있다. [지호영 기자]

    “아기보살 운전사 아니었나”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사태의 키맨으로 꼽힌다. 2018년 국군의날에 여군 교육생을 강제 추행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불명예 제대한 그는 어느 날부터 이곳에 나타났다고 한다. 동네 주민 중 누구도 그를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입학한 전직 장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아기보살을 돕는 이로 여겼을 뿐이다. 개중에는 “깔끔하게 생겼다”며 그의 외모에 호감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이웃 주민들은 “아기보살을 모시는 운전사로 알고 있다” “부부처럼 친밀해 보였다” “비즈니스 파트너로 보였다”고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했다. 노 전 사령관이 내란 실행 혐의로 구속됐다는 얘기에 “점잖은 사람으로 보였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며 깜짝 놀란 이도 적잖았다. 길 건너편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무속인 B 씨 역시 “아기보살의 동업자가 여럿이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며 노 전 사령관의 정체를 신기해했다.

    이 점집은 현재 현수막을 내린 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기자가 찾은 12월 20일 역시 ‘안산시 모범 무속인’이라고 적힌 문을 두드리거나 전화를 걸어도 응답이 없었다. 북어와 복분자주, 잡채,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국 등 무속과 관련 있어 보이는 물품들만이 냉기가 가득 찬 복도에서 언제 올지 모를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보살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초코과자와 노란 장난감 자동차도 보였다. 점집 옆 작은 창고에는 빈 막걸리병과 향초 상자 등이 무더기로 쌓여 있어 이곳이 유명 점집임을 짐작게 했다. 무엇 하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는 거리가 먼 물품들이다.

    하지만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국수본)이 이곳에서 노 전 사령관의 자필 수첩을 확보하면서 ‘지역 유명 점집’은 ‘비상계엄의 중심’으로 지목됐다. 해당 수첩에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군부대 배치 및 이동 계획이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에 투입될 병력 운영 계획이 담겨 있어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더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뉴시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뉴시스]

    “노태악 선관위원장 체포 지시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2월 26일 내란 실행, 직권남용 혐의로 노 전 사령관을 피의자 조사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고 이들을 서해 5도 인근 해상에서 사살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해당 수첩에서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도 발견됐다. 북한과의 충돌 국면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오물 풍선” 등 대북(對北) 긴장감을 고조할 수 있는 단어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북풍몰이’ 의혹도 커지는 상황이다. 특수본은 “국회 봉쇄” 등의 단어가 수첩에 적혀 있는 만큼 국회와 선관위를 겨냥한 체포조 운영 의혹 역시 집중 조사할 전망이다.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 문상호 정보사령관, 국군 정보사령부 김모·정모 대령 등 군 관계자와 점집 인근 롯데리아에서 회동한 바 있다. 경찰은 이날 자리한 정 대령을 조사하면서 “노 전 사령관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에도 이곳에서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 등을 만났다. 제2기갑여단은 경기 파주에 위치한 부대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기갑부대다. 비상계엄 사태가 확산될 경우 자칫 서울에 기갑전력이 투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노 전 사령관은 정상적인 지휘 계통에 속하지 않는 퇴임한 장성으로 국방부 장관 등 일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과의 사적 인연을 통해 중요 임무를 맡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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