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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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러’ NCT 마크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1-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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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는 NCT 마크가 싱글 ‘프락치’를 내놓았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는 NCT 마크가 싱글 ‘프락치’를 내놓았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락치(Fraktsiya)(Feat. 이영지)’. NCT의 래퍼 마크(MARK)가 내놓은 싱글 제목이다. 요즘 같은 시국에 조금은 흠칫하게 되는 이 제목은 노래에서 마크가 자신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는 여러 개의 팀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K팝과 힙합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중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영지 역시 래퍼이면서 K팝 신에 밀접한 행보를 보이는 인물이다.

    마크는 팬들에게 동경과 걱정이 섞인 응원을 받고 있다. 2016년 NCT U의 ‘일곱 번째 감각’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NCT 127, NCT DREAM, 그리고 소속사 연합팀인 ‘슈퍼엠(SuperM)’에도 멤버로 참여했다. 심지어 NCT DREAM은 한 번 그를 ‘졸업’시켰다가 재영입하기도 해서 마크가 없는 NCT 유닛을 찾는 게 더 쉬울 지경이었다. ‘프로 데뷔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게다가 그가 참여한 팀들은 동시에 활동할 때도 많아, 그에게는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살인적인 스케줄이 주어지게 마련이었다.

    ‘프락치’는 그런 그에 관한 이야기다. 그만큼 바쁘고 복잡한 커리어에는 이유가 있단다. 충분히 해낼 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빼어난 래퍼로 유명한 마크지만, 오랜만에 곡 전체에서 랩을 원 없이 쏟아내는 트랙이다. 복잡하게 쪼개지는 날렵한 비트 위를 노닐더니 그의 목소리 외에는 박자감을 상실한 것 같은 허공에 들어섰다가 직선적인 하우스 비트에서 힘차게 날뛴다. ‘K팝적’이라고 해야 할 만큼 변화도 크고 효과적이다. 퉁명스러운 듯이 중얼거리고 얄밉게 물러섰다가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톤의 변화도 듣는 즐거움을 더한다. 가사도 ‘세 팀 활동하면서 최고의 솔로 앨범까지 만드는 사람 있으면 말해봐’, (너무 바빠서, 소속사인) ‘SM도 나를 기다려야 해’ ‘케이팝은 다 나를 지켜봐라’ 등 귀가 번뜩이게 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자꾸만 튀어나온다. 후반 이영지의 속 시원한 래핑도 반갑기 그지없다.

    바쁨을 즐기는 아티스트

    “왜 다들 내가 쓸어 간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난 느긋하게 즐기러 왔는데(Why all they think I’m a robber / I came to chill)” 같은 구절은 이 곡을 잘 함축한다. 마크의 바쁨은 실력이 있어서고, 해낼 만해서라는 것이다. 곡은 다중 생활을 유지하는 ‘프락치’의 정신없고 기민한 삶에 빗대어 이를 유쾌하게, 그리고 피부에 와 닿게 전달한다. 듣는 즐거움을 빼곡하게 담아둔 덕에 그의 바쁨을 청자로서 즐기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노동권 측면에서 아주 윤리적이지만은 않을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즐긴다는 말을 핑계 삼아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프로 데뷔러’가 정식 솔로 데뷔를 ‘또’ 할 거라는데, 그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곡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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