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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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양자컴퓨팅’ 상용화 앞당기는 구글 ‘윌로’

슈퍼컴퓨터로 풀기 어려운 난제들 해결 가능성 높여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5-01-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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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기술’ 양자컴퓨터가 실용화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는 양자컴퓨터는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으나, 외부 간섭에 민감한 양자 상태와 높은 오류율로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구글이 발표한 새로운 양자컴퓨터 칩 ‘윌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며 양자컴퓨팅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앞당겼다. 인공지능(AI)과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양자컴퓨터의 혁신적 변화가 기대된다.

    구글 콴툼 AI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추구해온 목표였다”며 “이번 성과로 10년 뒤 양자컴퓨터가 지금까지 어떤 슈퍼컴퓨터로도 접근하기 어려웠던 과학적 난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윌로는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가 약 10²⁵년이 걸릴 계산을 단 5분 만에 해결하는 성능을 지녔다. 이는 알려진 우주 나이를 훌쩍 넘어서는 시간으로,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압도적인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지닌다는 점을 재차 입증한 셈이다. 또 다른 성과는 양자컴퓨팅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오류 수정 기술을 개선했다는 점이다. 2024년 12월 9일자 ‘네이처’에 발표된 구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윌로는 임곗값 이하 오류로 양자 계산을 구현할 수 있으며, 양자컴퓨터 규모가 커질수록 적절한 오류 수정 기법을 적용한 계산의 정확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시스템 냉각 장치(왼쪽)와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칩 ‘윌로’. [구글 제공]

    구글의 양자컴퓨터 시스템 냉각 장치(왼쪽)와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칩 ‘윌로’. [구글 제공]

    구글 양자 우월성 재입증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컴퓨터는 데이터를 1과 0의 이진법으로 처리하지만,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로 불리는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1과 0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양자 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통해 다수의 0과 1 조합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양자컴퓨터는 병렬적으로 계산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일반 컴퓨터가 미로를 풀기 위해 경로를 하나씩 탐색해야 한다면 양자컴퓨터는 모든 경로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특성 덕분에 복잡한 계산 문제를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해결한다. 다만 양자 정보 상태가 외부 간섭에 민감해 ‘노이즈’로 불리는 오류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큐비트 수가 많을수록 오류 가능성이 올라가며,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용성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고자 1995년에는 여러 물리적 큐비트를 사용해 하나의 논리적 큐비트를 구성하는 양자 오류 수정 기술이 등장했다.

    구글은 2023년 시커모어(Sycamore) 양자 칩을 활용해 초전도 회로로 물리적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인코딩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2019년 개발된 시커모어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로 약 1만 년이 걸릴 특정 난수 생성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해결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윌로 칩은 105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갖췄고, 논리적 큐비트 규모가 커질수록 오류율이 절반씩 감소하는 특징을 보인다. 구글은 향후 양자 칩이 1000만 번의 계산 중 단 1번만 오류가 발생할 정도의 정확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논리적 큐비트를 구현하려면 물리적 큐비트가 약 1000개나 필요하지만, 구글은 이를 크게 줄여 200개 정도만으로도 논리적 큐비트를 구성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 경쟁 가속화

    양자컴퓨터 상용화 연구의 최전선에는 구글과 함께 IBM이 있다. IBM은 2016년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플랫폼 ‘IBM Q Experience’를 선보였고, 2022년에는 433개 큐비트의 오스프리(Osprey)와 1121개 큐비트의 콘도르(Condor)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게이트 기반 양자컴퓨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큐비트 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오류 문제 해결에도 주력해 5000개의 2큐비트 게이트 연산을 높은 정확도로 실행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복잡한 알고리즘 처리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외에도 엔비디아는 AI와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술을 결합해 양자컴퓨팅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21년에는 ‘cuQuantum’이라는 개발 도구를 발표해 연구자들이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대규모 회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와 함께 양자 시뮬레이션과 하드웨어 가속 기술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상 큐비트(Topological Qubits)를 활용한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집중해 2023년에는 위상 큐비트를 구현하는 핵심 입자인 마요라나 페르미온(Majorana Fermion)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통해 양자컴퓨팅과 고전 컴퓨팅이 결합된 통합 환경을 제공하고 양자 기술의 실질적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론물리학자이자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인 존 프레스킬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큐비트 정보를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오류 없이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 양자컴퓨터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라며 “비록 수십 년이 걸릴지라도 양자컴퓨팅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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