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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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석양’의 유혹 코타키나발루

[재이의 여행블루스] 에메랄드빛 해변에서 휴식과 수상스포츠 만끽하는 자연 속 휴양지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5-01-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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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한 석양의 섬’으로 불리는 코타키나발루. [GettyImages]

    ‘황홀한 석양의 섬’으로 불리는 코타키나발루. [GettyImages]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반도 동쪽 보르네오섬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코타키나발루는 ‘황홀한 석양의 섬’이라는 별칭만큼이나 압도적인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바다가 마치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다. 하얀 구름이 가득한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은 크고 작은 섬들의 풍광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은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석양으로 불리는데, 사랑의 파동처럼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호젓한 해변을 끼고 들어선 최고급 리조트에는 수영장과 골프장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다.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어로 ‘바람 아래 땅’이라는 뜻으로, 지리적으로 태풍이 생성되는 필리핀보다 아래쪽에 위치해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기온은 최저 22~23도, 최고 30~32도로 연중 쾌적한 아열대기후다. 해변의 파도가 적당해 수상스포츠를 즐기기에 좋고 아이들과 함께 스노클링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백색 모래가 드넓게 펼쳐진 해변을 달리거나 한가로이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해양스포츠 천국

    코타키나발루는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진정한 휴식처다. 특히 마무틱, 마누칸, 사피, 가야, 수룩섬 등 5개의 크고 작은 아름다운 산호섬으로 이뤄진 ‘툰쿠압둘라만 해양공원’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5개 섬 모두 수테라항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 15분 거리에 모여 있다. 어느 섬에 가더라도 청정해역에 드넓게 펼쳐진 금빛 백사장과 코발트빛 바다가 주는 보석 같은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사피섬과 마누칸섬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스노클링을 하기에 제격이다. 물이 맑아 가시거리가 생각보다 길어서 이름 모를 열대어의 군무, 산호초들의 현란한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거나 만져볼 수 있다. 또한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희귀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 [GettyImages]

    희귀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 [GettyImages]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아시아의 지붕’으로 불리는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이다. 키나발루산은 코타키나발루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2시간가량 달리면 도착한다. 2000년 유네스코가 28번째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해 말레이시아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계곡과 밀림을 지나 가파른 등산길을 오르다 보면 열대에서 온대를 거쳐 한대까지 이르는 생태학의 보고가 펼쳐진다. 세계 동식물의 30%가량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고도에 따라 수목이 다르고, 희귀식물도 지천이다. 곤충을 잡아먹는 ‘낭상엽’과 꽃잎 한 장 폭이 2~3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 ‘라플레시아’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키나발루산은 독특하게 화강암과 바위들로 이뤄져 있어 장엄하고 신비한 풍광을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정상 등반은 해발 3353m에 위치한 산장에서 하룻밤을 잔 뒤 이른 새벽 등산을 시작해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1박 2일 코스로 진행된다. 산행 코스는 잘 정돈되고 편리하게 닦여 있어 등반에 큰 어려움은 없다. 고지대 산행에 필요한 체력과 장비만 잘 갖췄다면 정상에 도전해볼 만하다. 다만 일반 여행자에게는 무리일 수 있으니 해발 1563m에 위치한 관리사무소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키나발루 공원을 둘러보는 트레킹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3시간 산속을 천천히 거니는 것만으로도 열대우림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남중국해로 떨어지면서 환상적인 색감을 연출하는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황홀한 경험이 될 테다.

    세계 3대 이슬람 사원, 리카스 모스크

    코타키나발루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 식민 지배 시절 이곳에서 수탈한 천연자원들을 영국 본토로 옮기려고 놓았던 철도의 흔적 ‘제셀턴 포인트’, 말레이시아 국교인 이슬람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도 꼭 방문해야 할 장소다. 특히 푸른색 돔 때문에 시티 모스크 혹은 블루 모스크로 불리는 ‘리카스 모스크’는 세계 3대 이슬람 사원으로 꼽힌다. 황금색 코끼리 눈이 조각된 거대한 돔,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 등 현대 건축과 고대 이슬람 전통미를 융합한 아름다운 건축양식을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인도 타지마할의 현대판 건물로 불리는 ‘시바주 청사’ 건물도 놓쳐서는 안 된다. 72개 면의 유리로 장식된 총 30층 규모 건물로, 빛의 세기와 석양 빛깔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여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건축물이다.
    현지인 음식들을 맛보고 싶다면 ‘필리피노 마켓’과 ‘어시장’ ‘중앙시장’을 찾는 게 좋다. 그림 같은 주홍빛 석양이 내려앉은 해변에서 따뜻한 바람과 함께 즐기는 맛있는 요리는 코타키나발루 여행에 잊을 수 없는 감미로운 추억을 더해줄 것이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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