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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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 신곡 ‘고(GO)’로 컴백한 블랙핑크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6-03-0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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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앨범 ‘데드라인(DEADLINE)’을 발표한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새 앨범 ‘데드라인(DEADLINE)’을 발표한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가 새 앨범 ‘데드라인(DEADLINE)’으로 돌아왔다. 3년 반 만의 신작이다. 블랙핑크야 원래부터 K팝 절대 강자였지만, 로제의 ‘아파트(APT.)’를 비롯해 멤버 개개인의 솔로 작업이 대단한 성과를 거두면서 더욱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게 됐다. 

    새로 선보인 미니 앨범 ‘데드라인’은 도전적이다. 조금 격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비속어 표현이 포함된 ‘19세 이상 청취가’ 트랙들이 있다. 전작도 그랬는데 국내에서는 19세 미만 청취불가곡이 포함된 상태로 유통됐다. 해외 플랫폼은 대부분 ‘클린 버전’을 별도 판매한 바 있다. 신작은 19세 이상 버전 앨범 표지를 검은색, 클린 버전은 핑크색으로 구분해 발매했다.

    앨범 첫 트랙은 지난해 7월 발매돼 큰 호응을 얻었던 ‘점프(JUMP)’다. 예열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빠르게 본론으로 치고 들어가는 기세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어 타이틀곡 ‘고(GO)’를 배치했다. 역시나 물렁물렁한 구석이라고는 허용치 않겠다는 듯 날카로운 외침과 거대한 공간감, 공격적인 사운드가 선동적으로 몰아친다. 좀처럼 앨범을 듣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이 두 곡을 연달아 듣는 즐거움은 꼭 느껴보길 권한다.

    웅장하고 아찔한 시청각적 쾌감

    ‘고’의 도전적 기세에는 한껏 미래적으로 느껴지는 뮤직비디오도 한몫한다. 성난 파도와 우주적 공간, 거대한 지형물, 자이로스코프와 입자가속기를 연상케 하는 기계장치 등 신화와 SF가 뒤엉켜 있다. 네 멤버가 젓는 노가 시곗바늘로 변해 우주를 움직이고, 세계는 무수한 인간이 노를 젓는 수없이 많은 보트에 둘러싸여 돌아간다. 암석지대에 인간이 놓은 도로는 힘없이 출렁인다. 또 생체 이미지도 과감하게 조합된다. 굳은 가면이 탈피하듯 벗겨지거나, 인체가 변형 혹은 융해되기도 한다. 인공지능(AI) 영상 시대에 초현실적 미학을 과감하고도 근사하게 뽑아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무한한 순환과 숨겨진 에너지의 근원 같은, 동양철학적 상징들을 구현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창백함과 검은 머리칼의 대비, 한국 전통 문양 등 한국적 미감을 덧대기도 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멤버 한 명, 한 명이 등장할 때마다 가슴 철렁한 느낌을 준다. K팝 세계가 그동안 이룩해온 서사적·캐릭터적 장치를 굳이 더하지 않아도 블랙핑크 멤버들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강렬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그런 네 멤버가 하나의 신화적 기계가 돼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미래적 초현실로 제시되는 동양적 세계는, 세계를 향하는 K팝 브랜딩에서 대담하고 야심 찬 행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그것이 ‘고’가 펼쳐내는 웅장하고 아찔한 시청각적 쾌감을 넘어서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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