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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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비티, ‘어웨이크’로 청춘의 꿈 노래하다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6-05-1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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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림의 끝에서 더욱 선명한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신곡 ‘어웨이크(AWAKE)’를 발표한 그룹 크래비티.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흔들림의 끝에서 더욱 선명한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신곡 ‘어웨이크(AWAKE)’를 발표한 그룹 크래비티.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랑 타령밖에 없다”는 건 K팝에 관한 흔한 비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K팝에는 연애 감정과 무관한 노래도 많은데, 그중 한 갈래가 청춘서사다. 청춘의 방황, 성장의 아픔, 그럼에도 갖게 되는 희망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같은 주제의 노래는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역시 BTS(방탄소년단)다. BTS의 ‘화양연화’ 시리즈는 혈기 외엔 가진 게 없는 청춘에 대한 찬가였다. 이 노래가 깊은 공감을 얻으면서 BTS는 청춘을 대변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이후 유수의 K팝 아티스트가 저마다 청춘에 관한 노래를 쏟아냈고, K팝은 이상화된 청춘을 보여주는 장르에서 청춘을 이야기하는 장르로 진화했다.

    최근 크래비티(CRAVITY)가 발표한 ‘어웨이크(AWAKE)’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가톨릭 사제가 되려고 수련 중인 신학생들을 연기한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을 연상케 하는 설정이다. ‘검은 사제들’은 가톨릭과 엑소시즘이라는 매우 서구적인 소재를 한국이라는 공간에, 한국인의 얼굴로 옮겨놓은 작품이었다. ‘어웨이크’도 주인공 신학생들을 매우 평범한 한국 청년으로 묘사한다. 

    청춘서사를 공유하는 팬과 아이돌

    이들이 사제가 아니라 신학생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 목표를 갖고 노력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건 오늘날 대중이 K팝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과 겹친다. 요즘 아이돌은 서바이벌 오디션 출연자나 연습생으로 처음 대중과 만난다. 그들은 숭배의 대상이기보다 데뷔라는 간절한 꿈을 지닌 존재다. 팬은 이들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힘을 가졌거나 최소한 그렇다고 여겨진다. 데뷔하고 나서도 아이돌에겐 음악방송 출연, 음악방송 1위, 음원차트 석권, 대형 투어, 해외 차트인, 시상식 참가 등 끝없는 목표가 주어진다. 그걸 이뤄줄 수 있는 존재 역시 팬이다.

    그러나 팬이 아이돌을 응원하는 건 단지 그들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돌에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춘을 송두리째 희생 혹은 ‘투자’해 아이돌이 된 사람들, 그들처럼 노력하면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빛날 수 있으리라는 꿈, 이런 것들이 아이돌을 응원하는 마음에 깃든다. K팝이 그것에 화답하는 방법이 청춘서사다. 고통받는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하나이며,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감각. 그것이 이 시대 K팝이 제공하는 가장 큰 환상이다.

    K팝은 자본이 만들어낸 상품이지만, 그렇다고 시대의 거울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오늘의 청춘이 덜 고통받았다면 지금 K팝은 달랐을지도, 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산업은 시대를 읽고 있다. 애초에 K팝이 진정성 있게 청춘을 대변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그 영악한 상품의 세계는 팬과 아이돌이 서로를 발견하고 공명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태초의 설계자들이 그것까지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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