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공격보다 내부 봉기가 더 두려운 이란… 미국은 시가전 특화부대 중동 배치

美 탄약·물자 수송도 본격화… 시위대 지원 및 지도부 소탕 목적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5-01 15:45:1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국 육군 제82공수사단 예하 제1여단전투팀 장병들이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서 종합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국방시각정보배포서비스(DVIDS) 제공

    미국 육군 제82공수사단 예하 제1여단전투팀 장병들이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서 종합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국방시각정보배포서비스(DVIDS) 제공

    미국-이란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이란 지도부에게 무엇이 가장 두려운지 묻는다면 그들 입에서 나올 대답은 미국의 항공모함도, 스텔스 폭격기도 아닐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아무리 치명적이라고 한들 그것이 이란 지도부 전체를 제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지도부는 반세기 이상 전쟁에 대비해왔고, 국토 전역 지하 깊숙한 곳에 개미굴 같은 벙커를 건설해 놓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항공기기 이란 상공에 영원히 떠 있을 수는 없다. 이들 나라의 폭탄 재고도 무한하지 않다. 이란 지도부 입장에선 공습이 끝날 때까지 지하 벙커에서 버티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란 당국, 대규모 시위 대비 회의

    1월 8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1월 8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이란 지도부 입장에서 ‘승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자기네가 공습에서 살아남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에 이란 지도부를 완전히 제거하고 정권을 바꾸는 데 실패한다면 전쟁은 이란의 승리로 끝나는 셈이다. 군사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란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의 연속이며, 폭력을 통해 적의 의지를 파괴함으로써 나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공식적인 이유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보유에 대한 이란의 의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란 지도부가 지속적으로 천명한 것처럼 핵과 탄도미사일은 그들 체제 유지를 위한 필수재이자 국가 주권의 상징이다. 타협 대상이 아니란 말이다. 국제사회는 수십 년간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막으려 했지만 끝내 그들의 의지를 제거하지 못했다. 필자가 협상을 통한 이란 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막대한 양의 폭탄을 퍼붓는다면 수많은 이란 군인과 민간인이 죽거나 다칠 것이다. 하지만 이란 지도부는 크게 개의치 않을 듯하다. 그들이 국민의 생명을 중시했다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빵과 자유를 외치며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대량 학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군인들을 ‘성전에서 순교한 지하디스트’라고 선전하며 이들의 희생을 항전 의지를 북돋우는 수단으로 썼다. 사망한 민간인들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성토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이란에 아무리 폭격을 퍼부어 봤자 지도부보다는 일반 국민과 하급 군인의 피해가 더 클 것이다. 다시 말해 폭격은 이란의 핵무기와 전쟁 수행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제거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이란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국 국민으로 보인다. 이란의 반정부 성향 언론 ‘이란 인터내셔널’은 4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당국이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군부 핵심 인사인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이 직접 주재한 이 회의의 안건은 곧 이란 전역에서 재개될 수 있는 시위에 대한 대책 마련이었다고 한다. 이란 당국은 이번 회의에서 ‘대규모 시위 발생을 피할 수 없으며, 유일한 변수는 발생 시점’이라는 결론 하에 이를 어떻게 막을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중동에 시가전·산악전 부대 배치

    페르시아만을 초계 비행 중인 미군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미국 중부사령부 제공

    페르시아만을 초계 비행 중인 미군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미국 중부사령부 제공

    이란 당국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미국의 해상 봉쇄가 시작된 뒤 이란에선 환율이 폭등하고 물가가 요동치며 지난해 말 시위가 시작될 무렵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이란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는 5000명 정도다. 하지만 이란 국내외 인권 단체는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비무장 민간인들에게 발포해 3만∼7만 명의 사망자와 33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추산한다. 지금 이란 정부는 다음에 벌어질 시위는 무장 봉기 형태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이란 정권을 향한 무장 시민들의 공격이 증가 추세이기 때문이다.

    3월 들어 이란 각지에서 혁명수비대 검문소나 경찰서를 겨냥한 총격 및 폭발물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 시민들은 혁명수비대원들의 위치를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미국·이스라엘 측에 공유하며 폭격을 유도했다. 4월 15일에는 테헤란 한복판에서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가 원격 조종된 급조 폭발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란 시위 지도자 중 한 명인 라얀 아미리는 4월 30일 이스라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번에는 수백만 명의 시민이 무장하지 않은 채 거리로 나왔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동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위 지도자가 무장봉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란 내부에서 무장한 시위대의 봉기가 발생하고 이란 당국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면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미국이 이를 명분으로 이란에 지상군을 밀어 넣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군사적 대비 태세 차원에선 이 같은 준비가 거의 끝난 상태로 보인다.

    미국이 휴전 후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이란 주변에 전진 배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재 미국의 중동 파병 규모는 호르무즈해협 인근 섬 몇 개를 점령하거나, 고작 20㎢ 면적에 불과한 하르그섬을 점령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애초에 그런 섬 몇 개를 점령한다고 해서 이란 지도부의 핵무기 보유와 항전 의지를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군 지상군이 폭격으로 지하에 묻힌 이란 고농축 우라늄 회수에 투입될 것이라는 주장도 현실성이 낮다. 공수사단과 같은 경보병이 크고 무거운 전용 차폐 용기에 보관해야 하는 방사선 물질을 회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중동으로 보낸 전력은 대부분 시가전이나 산악전을 수행하는 보병부대다. 미군 지상군 여단전투팀은 보병·스트라이커·기동·기갑 4종으로 분류된다. 이중에서 지금 이란 인근에 투입되는 부대는 보병·기동여단전투팀뿐이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배치된 제82공수사단 예하 제1여단전투팀 3000명, 이라크 아르빌에 배치된 제10산악사단 예하 제2여단전투힘 3000명은 보병여단이다. M1A2 전차와 M2A3 보병전투장갑차로 무장한 제278기갑기병연대, M142 하이마스 다연장 로켓으로 무장한 제142야전포병여단, AH-64E 아파치 가디언과 UH-60M 블랙호크를 갖춘 제101전투항공여단 예하 제17기병연대, 제4전투항공여단은 이들 보병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전력이다. 여기에 제75레인저연대와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 등의 특수부대 전력도 투입됐다. 해당 부대는 4월 초 이란 중부 내륙에서 격추된 F-15E 전투기 조종사 구출 작전 당시 중동에 투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처럼 현재 중동에 배치된 미군 전력이 주로 시가전, 산악전을 수행하는 부대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미국이 이란 시위대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이란 정권 잔존 세력을 소탕하는 안정화 작전에 대비하고자 그에 특화된 전력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전 베테랑 해병부대도 투입

    미 해군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복서가 4월 30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모습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확인됐다. Marinevesseltraffic 홈페이지 캡처

    미 해군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복서가 4월 30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모습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확인됐다. Marinevesseltraffic 홈페이지 캡처

    중동에 모습을 드러낸 미국 지상군에 육군만 있는 게 아니다. 3월 말부터 중부사령부에 배속돼 작전 중인 제31해병원정대 병력 2200여 명도 있다. 강습상륙함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원정타격전단으로서 움직이는 이들 전력은 자체적인 기동·항공·군수 능력을 갖췄다. 독자적인 원정 작전이 가능한 부대라는 의미다.

    3월 18일 샌디에이고를 출항해 4월 내내 괌과 필리핀 인근에서 대기하던 복서 전단도 4월 하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서 전단에는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복서, 위드비아일랜드급 상륙함 콤스탁에 승선한 제11해병원정대 병력 2200여 명이 승선해 있다. 이들 모두 이라크에서 숱한 시가전을 수행하며 중동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복서 전단은 4월 28일 오전 팔라완제도 남부 발라박섬 해안을 지나는 것이 식별됐다. 그런데 이들은 4월 29일 오후에 말라카해협 동쪽 진입로에서 포착됐다. 복서 전단의 정상 순항속도는 33㎞/h, 최대속도는 41㎞/h다. 이들이 순항속도로 하루 동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792㎞다. 그런데 이번에 복서 전단은 하루하고도 반나절 만에 1500㎞나 되는 거리를 내달렸다. 41㎞/h의 전속력으로 달렸다는 이야기다. 복서 전단은 4월 30일 오후 4시경 말레이시아 바투파핫 앞바다를 통과했다. 현재 속도라면 5월 1일 야간까지는 말라카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해협 서쪽 진입로에서 이란 인근 수역까지는 4500㎞를 더 가야 하는데 이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은 무리일 테다. 그런 점에서 복서 전단이 이란 인근에 도착하는 것은 5월 7일에서 9일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가 되면 중부사령부에는 해병대 4400여 명, 지상군 7000여 명 등 1만1400명이 넘는 지상군 부대가 집결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동 배치 항공 전력도 지상전 수행을 위한 전력으로 재편했다. 이스라엘 오브다 공군기지에 배치한 제공 전투기 F-22A가 빠지고, 지상 공격에 특화된 A-10C 24대가 추가 배치돼 36대의 A-10C가 중부사에 배치된 상태다. 하늘에서 곡사포를 쏴대는 AC-130J ‘고스트라이더’도 6대나 배치됐다. 근접항공지원 전문 전력인 해병대 F/A-18C 12대도 요르단에 추가 배치됐다. 지상군 머리 위에서 강력한 화력을 퍼붓는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를 운용하는 제17기병연대와 제4전투항공여단도 중동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된다.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을 할 경우 격추될 가능성이 일반 폭격 임무보다 훨씬 높다. 당연히 적진에 고립된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한 탐색구조 전력과 특수부대 지원 전력도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4월 29일 HC-130J 탐색구조기와 MC-130J 특수전기가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항공기가 중동에 왔다는 것은 여기에 탑승해 조종사 구출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도 함께 왔다는 뜻이다.

    이렇게 전진 배치된 전력들이 제대로 운용되려면 막대한 물자가 필요하다. 항공기 지상 정비·무장 요원, 항공기 수리 부속과 탄약, 연료, 장병들을 위한 각종 생필품까지 다종다양하다. 이 때문에 4월부터 미국 본토와 유럽에서 중동으로 들어가는 수송기·화물기 수가 크게 늘었다.  항공기 위치시스템(ADS-B) 신호를 추적해 보면 하루에 적게는 10대, 많게는 17대의 C-17A 수송기가 미국·유럽에서 중동으로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아틀라스’나 ‘웨스턴 글로벌 에어라인스’ 같이 미군과 수송 용역 계약을 맺은 항공 운송사들의 747-400 계열 대형 화물기도 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C-17A 1대에는 70t 안팎의 화물이 실리고 747-400 계열 화물기는 대당 110t이 넘는 화물이 들어간다.

    하루 미군 수송기 10대 이상 중동으로

    중동에 많은 양의 미국 수송기와 화물기가 날아드는 현상은 1월 15일부터 2월 28일 사이에도 벌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장대한 분노 작전’이었다. 항공모함이나 폭격기 같은 전략 자산만 적국 근처에 들이미는 것은 협상을 위한 군사적 압박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러한 전략 자산이 실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량의 탄약과 물자까지 전진 배치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걸프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 역사를 살펴보면 대량의 탄약·물자 전진 배치가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는 아직 없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국이 전쟁 2라운드를 시작할지,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