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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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탄도미사일 잘 막은 중동 국가들, 저가 드론엔 속수무책

저고도·저속 비행체인 자폭 드론, 기존 방공망 레이더로 탐지 어려워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3-0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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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일(현지 시간)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 정유시설. 뉴시스

    3월 2일(현지 시간)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 정유시설. 뉴시스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세와 이에 대한 이란의 반격으로 중동 전역이 전쟁터가 됐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와 군사 기지에 탄도미사일·드론을 날리는 동시에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을 겨냥한 공습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군사력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설 수 없음을 잘 아는 이란이 에너지 공급망을 흔들어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대미 압박 전략을 취한 것이다. 현재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된 중동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바레인, 이라크 등이다. 미국에 군사 기지나 군수물자를 제공하거나 자국 영토·영공·영해를 열어준 나라들이다.

    트럼프 1기 때 시작된 ‘중동 군비 증강’

    이란의 타깃이 된 중동 국가는 요르단을 제외하고 모두 산유국이다. 원유 매장량이나 생산량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특히 카타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대신해 유럽의 핵심 에너지 공급국으로서 중요성이 커졌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중동의 가장 강력한 반미 국가가 됐다. 이른바 ‘저항의 축’을 만들어 미국·이스라엘과 대립해 왔다. 2010년대 들어선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에 발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일명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됐지만 이란이 합의를 위반하고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진행하면서 협상은 난항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였던 2018년 미국은 JCPOA에서 탈퇴했다. 이때부터 미국은 중동 동맹국들과 함께 이란을 무력 제압할 채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샤헤드 자폭 드론. 뉴시스

    이란 샤헤드 자폭 드론. 뉴시스

    미국이 이번 이란 공습을 준비하며 가장 많은 전투기를 배치한 곳이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다. 미국이 2018년 JCPOA 탈퇴 직후 대규모 증축 및 현대화 공사를 시작한 곳이다. 3년에 걸친 활주로, 격납고, 정비시설 업그레이드를 거쳐 미국의 이란 공습 기지로 탈바꿈했다. 중동에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인 요르단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동맹국이다. 게다가 테헤란에서 가까워 미국의 전진 기지로서 입지 조건이 좋다.

    미국은 다른 중동 동맹국들의 군비 증강도 지원하고 나섰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사우디, 카타르, UAE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과 레이저 유도폭탄인 페이브웨이 시리즈를 대량 판매했다. 이스라엘의 반대로 다운그레이드된 F-15를 쓰던 사우디에는 미 공군 사양보다 우수한 F-15SA와 F-15SR 판매 및 업그레이드가 승인됐다. 카타르에도 F-15QA 판매가 이뤄졌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번복됐지만, UAE에 대한 F-35A 스텔스 전투기 판매도 승인된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뤄진 중동 동맹국 무장 강화의 핵심은 장거리 타격에 특화된 스트라이크 이글 계열 전투기와 대량의 정밀유도폭탄이다. 다름 아닌 이란을 겨냥한 조치다.



    같은 시기 사우디, 카타르, UAE는 공군력도 크게 강화했다. 강력한 타격 전력이자 방공 자산인 신형 전투기를 대거 도입한 것이다. 사우디는 기존의 최신 사양 F-15SA 84대를 구매했고, 기존 F-15S 68대를 F-15SA와 같은 사양의 F-15SR로 현대화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도 72대나 구매해 단숨에 4.5세대 전투기 전력을 220여 대로 늘렸다. 카타르는 미국제 F-15QA 36대, 프랑스제 라팔 36대, 유럽제 유로파이터 36대를 도입해 공군력을 완전히 재편했다. UAE는 F-35A 50대 도입 계획이 틀어지자 프랑스제 라팔 80대를 구매했다.

    경기도 면적 카타르, 패트리엇 포대 11개 배치

    이때 중동 국가들에 지대공 미사일이 크게 확충된 것도 주목된다. 우선 사우디와 UAE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공급됐다. 당시 사드는 미 육군에 막 배치되기 시작한 최신 무기였다. 미 육군도 7개 포대를 발주한 고가 장비 THAAD를 사우디가 7개, UAE는 2개를 구입했다. 이들 국가는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했다. 사우디는 패트리엇 PAC-2를 최신 사양인 PAC-3로 업그레이드하고 보유량도 25개 포대로 늘렸다. 패트리엇은 UAE에 12개 포대, 카타르에 11개 포대, 쿠웨이트에 8개 포대가 각각 공급됐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패트리엇이 6개 포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동에 얼마나 많은 패트리엇이 깔렸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사드를 구입해 배치했지만 소형 드론 대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육군 제공]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사드를 구입해 배치했지만 소형 드론 대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육군 제공]

    사우디에는 공군 말고도 방공군이라는 별도 조직이 있다. 사우디 방공군은 패트리엇을 중심으로 호크·크로탈·미스트랄·스팅어 등 미사일과 대공포로 구성된 중·저고도 중첩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방공무기는 사우디의 대도시와 군사 기지, 에너지 인프라 주변에 집중 배치돼 있다. UAE는 국토가 한국보다 약간 작은 나라인데 패트리엇 9개 포대, 개량형 호크 5개 포대, 천궁-II 2개 포대(8개 포대 추가 공급 예정), 러시아제 판치르-S1 50대를 보유 중이다. 경기도보다 약간 넓은 카타르는 패트리엇 11개 포대, NASAMS-II 10개 포대로 구성된 방공망을 운용 중이다.

    사우디와 UAE, 카타르는 신형 전투기와 조기경보기를 다수 보유한 데다 방공무기 배치 밀도가 높아 어지간한 공습으로는 뚫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들 국가에는 이번 이란 공습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에서 차출된 미군 방공 전력과 전투기가 대거 전개됐다. 페르시아만에 2척, 오만만에 5척 이상의 이지스 구축함까지 배치돼 방공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당초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이 큰 성과를 못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실제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국한하면 이들 나라는 지금까지 꽤 성공적인 방어 전과를 올리고 있다. 반면 이란 드론의 경우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3월 4일까지 UAE는 이란이 쏜 탄도미사일 186발 중 174발을 요격했고 순항미사일 8발은 모두 막아냈다. 장거리 자폭 드론은 812대 중 755대를 격추했다. UAE가 요격하지 못한 드론 일부가 두바이 공항과 미국 영사관 등에 떨어졌다.

    카타르는 탄도미사일 101발 중 98발, 드론 49대 중 30대, 순항미사일 5발은 모두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방공망을 피한 드론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와 도하, 움 다할 등 도시에 떨어졌다. 이로 인해 카타르가 입은 피해는 대단히 심각하다. 우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인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LNG 생산이 중단됐다. 세계 LNG 공급량의 20%를 책임지는 이곳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LNG 가격이 크게 올랐다. 카타르 북부에 있는 움 다할에선 레이더 가격만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미군의 AN/FPS-132 조기경보레이더가 드론에 맞았다.

    이란, 미사일급 드론 대량 공격

    사우디는 요격 전과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이란의 드론 공격에 따른 피해가 꽤 심각해 보인다. 우선 페르시아만에 있는 라스 타누라 정유소가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수도 리야드의 미국 대사관에 드론 2대가 떨어졌다. 리야드 인근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도 지속적인 드론 공격을 받고 있다.

    현재 이란이 중동 국가들을 향해 날리는 장거리 자폭 드론은 다종다양하다. 흔히 쓰이는 드론은 샤히드-131과 샤히드-136, 샤히드-238, 아라쉬-1, 아라쉬-2, 하디드-110이다. 샤히드 시리즈는 이란이 러시아에 대량 판매한 데 이어 생산 라이센스까지 넘겨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폭 드론이다. 샤히드 131은 사거리 900㎞, 탄두 중량 15㎏의 소형 자폭드론이다. 샤히드 136은 사거리 2000㎞, 탄두 중량 50㎏의 중형 모델이다. 둘 다 프로펠러 추진 방식이라서 시속 130~160㎞ 정도로 매우 느리다. 샤히드-238은 제트엔진을 장착해 시속 600㎞까지 빨라졌고, 사거리 2500㎞로 선전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 사거리는 800㎞ 이내라고 한다. 아라쉬 시리즈는 사거리 2000㎞에 탄두 150㎏으로 미사일에 가까운 스펙을 가진 드론이다. 가장 상대하기 골치 아픈 드론은 하디드-110이다. 이란이 가장 최근 배치한 신형 모델로서 스텔스 설계까지 도입됐다. 제트엔진 덕에 시속 510㎞로 비행할 수 있고 30㎏의 탄두를 싣고 있다. 이 드론은 현재 카타르와 UAE 공격에 집중 투입되고 있는데 탐지와 대응이 상당히 어렵다.

    값비싼 지대공 미사일과 첨단 전투기가 즐비한 ‘석유 부자’ 국가들이 수만 달러어치 드론에 애를 먹는 형국이다. 정작 수백만 달러어치 탄도미사일은 효과적으로 격추했음에도 말이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이들 국가의 방공망이 드론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형태로 구축됐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은 높이 상승했다가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포물선 탄도를 취하며 날아온다. 방어하는 입장에서 일찌감치 탐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 사드와 패트리엇 같은 요격 미사일이 이런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장비다. 순항미사일도 조기경보기만 잘 갖췄다면 페르시아만을 넘어오기 전 전투기나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두바이의 제벨알리 항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이란의 공격을 받은 두바이의 제벨알리 항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그러나 드론 요격은 탄도미사일 요격과 성격이 다르다. 탄도미사일은 고고도·고속 공중 비행체인 반면 장거리 자폭 드론은 저고도·저속 비행체다. 덩치 자체가 작은 데다 비행고도도 낮아 지상 레이더로 잡아내기 매우 어렵다. 속도가 느린 자폭 드론은 레이더상에서 새 떼로 오인되기도 한다. 특히 해수면에 붙어 비행하는 드론은 파도가 만들어내는 잡음에 파묻혀 레이더로 식별하기가 힘들다.

    기존 방공망 레이더는 대부분 장거리 탐지에 특화된 S/L/C 밴드를 쓴다. 한국 공군이 쓰는 장거리 대공 레이더 FPS-117K나 러시아 S-400 방공시스템의 표적 획득 레이더인 96L6가 L밴드다. 이지스함에 사용되는 SPY-1 레이더가 S밴드를 쓴다. 이런 레이더는 출력 대비 탐지거리가 길지만 소형 표적을 효과적으로 탐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각국은 드론 대응을 위해 탐지거리는 짧아도 분해능(미세한 차이를 분별하는 기계 능력)이 높은 X밴드나 Ka밴드 레이더를 도입하고 있다. 드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이런 레이더를 빼곡하게 깔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운용해야 한다. 여기에 전자광학·적외선 센서를 결합한 복합 센서로 식별·추적 능력도 극대화해야 한다. 미국과 동맹인 중동 국가들은 아직 이런 센서를 갖추지 못했다.

    저가 드론 잡는 데 수십억짜리 미사일을?

    드론 요격 수단의 효율성도 문제다. 앞서 나열한 이란의 장거리 자폭 드론은 대당 3000만 원에서 1억 원 수준이다. 반면 이에 대응하는 중동 국가들의 방공 요격 미사일은 대당 수십억 원에 이른다. 패트리엇 GEM-T의 경우 약 60억 원, MSE는 약 90억 원이고 NASAMS-II가에 쓰이는 암람이나 한국산 천궁-II도 15억~20억 원에 달한다. 중동 산유국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물량전으로 가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이 가격을 1억5000만 원 밑으로 낮춘 코요테 시리즈나 로드러너-M 같은 저가형 요격 드론을 배치하고 우크라이나 스팅 요격 드론(약 2000만 원) 구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가 드론에 대도시와 기반 시설이 무차별 공격당하는 중동 국가들의 모습은 남 일이 아니다. 북한도 유사시 이란처럼 탄도·순항미사일과 방사포, 드론을 대량으로 섞어 쏘는 하이브리드 화력전을 구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란이 현실로 소환한 하이브리드 화력전의 위협에 대비한 통합방공망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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