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혁재 미래에셋증권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조영철 기자]
서울 집값, 변동 크지 않은 회복 진입기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오르던 서울 집값은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이후 상승 추세가 꺾인 모습이다. 허혁재 미래에셋증권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부동산시장 움직임과 관련해 “요즘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수는 대출”이라며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돈을 빌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 전문위원은 2009년부터 미래에셋증권에서 거액 자산가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전문가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23년에는 부동산 입문서 ‘부동산 공화국 생존지식’을 펴냈다.
2024년 서울 집값은 어떤 흐름을 보였나.
“정부가 1월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행하면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사는 사람이 늘자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또 5~6월 들어서는 7월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을 앞두고 거래량이 증가해 집값이 상승했고, 7~8월에는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이 9월로 연기되면서 거래량이 폭증했다. 현재는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대출 규제로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 보니 사람들이 가격이 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지켜보는 상황이다.”
서울 집값이 2025년 말부터 다시 장기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원래 회복 진입기에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집을 잘 안 산다. 그러면서 실거주가 필요한 사람이 전세로 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세가율이 자꾸 올라가 매매가와 차이가 줄어들며 갭투자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된다. 또 미국이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인상이 아닌 인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에 연말로 갈수록 자금 조달도 유리해진다. 마지막으로 2026년과 2027년 연간 입주 물량이 1만 채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좀 불안해할 수 있다. 이런 심리까지 한꺼번에 작용하면 2025년 말 집값이 저점을 찍고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하락을 기다리며 마냥 관망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집값이 안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22년처럼 1년 내내 한 방향으로 쭉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는 6개월 떨어졌다가 3개월 오르고, 그다음 3개월 떨어졌다가 다시 4개월 오르고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일단 현재 시장은 매물이 쌓인 걸로 보면 매수자 우위, 매도 호가로 보면 가격이 별로 내리지 않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 하지만 매물이 엄청나게 쌓여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매수자 우위로 갈 가능성이 크다. 쌓여 있는 매물이 안 팔리면서 급매가 나올 테고, 급매 거래만 이뤄지면 매도 호가 자체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라면 가격이 떨어질 때 자기 자금에 맞춰 매입을 고려해야 한다.”
집 매입 시기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최대한 좁혀지는 시점이 좋은가.
“매입 목적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것 같다. 일단 실거주는 결혼이라든가, 자녀 학군이라든가 필요에 따라 하게 되는데, 만약 집값이 많이 떨어지는 시기라면 일단 2년 전세로 살다가 그 후 집을 사는 선택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급매가 나왔을 때 싸게 사는 것도 좋다. 반면 투자가 목적인 경우에는 집값 상승이 확실해졌을 때 사는 편이 낫다. 그래서 실거주 목적이라면 급매 중심으로 2025년 상반기, 투자 목적이라면 2025년 하반기 연말 이후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지하철 접근성 좋은 아파트 평균 이상 올라
2025년 말 시작될 집값 상승은 얼마나 지속될까.
“우리가 보통 부동산시장이 ‘상승했다’ ‘하락했다’고 표현할 때는 기본적으로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그래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시장을 확실히 하락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상승과 하락이 반복돼 ‘상승기’ ‘하락기’라고 논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제 다시 상승을 시작하면 그때는 꽤 오래 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하게 시기를 골라도 집을 비싸게 살 수 있다. 손실을 만회하려면 어떤 집을 골라야 할까.
“출퇴근하기 좋은 곳, 한강변, 신축 등 3가지 조건을 갖춘 집은 경기와 상관없이 가격이 계속 올랐다. 문제는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 일단 내 가용자산 범위에서 출퇴근하기 편한, 지하철 접근성이 좋은 곳을 골라야 한다. 이때 내 회사와 가까운 곳도 중요하지만, 좋은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울에서는 강남, 여의도, 도심(광화문·종로) 지역이다. 두 번째는 환금성 좋은 아파트를 골라야 한다. 지금 다들 아파트를 팔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말은 빌라는 아예 못 판다는 얘기다. 나 홀로 아파트나 주상복합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하철 접근성과 환금성이 좋은 단지 아파트를 기본으로 가져가면 시기를 잘못 골라 조금 비싸게 사도 이후 상승 흐름을 따라갈 수 있고 가격도 평균보다 더 오른다.”
서울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만도 여러 개다. 특히 “어느 노선이 좋다” 이런 것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강남과 도심을 지나는 2호선, 강남과 여의도를 지나는 9호선이다. 또 10년 정도 지나면 서울에 오피스 지구가 더 생길 예정인데,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스타트업 사옥이 들어서기 시작한 2호선 성수역 인근이다. 향후에도 이들 5개 지역의 가치 우위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지하철 접근성을 강조할 때 서울 지역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 접근성은 서울 핵심 지역으로의 이동이 빠르다는 의미로, 서울은 아니지만 강남 접근성이 좋은 경기 분당과 판교 집값이 높은 이유다. 따라서 지하철 접근성은 서울 안에서보다 경기권에서 더 중요하다. 경기권은 집이 무조건 지하철 역 앞에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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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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