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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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검찰개혁” 외치는 與, 목표는 권력형 비리 수사 저지?

[이종훈의 政說] 尹, 정치인 출신 장관 배제… “법무부 문민화 정신 부합”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2-03-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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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다시 검찰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첫 검찰 출신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검찰개혁이 좌초되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의 우려가 높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해 검경유착, 검정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다.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었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도 있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부족해 다시 검찰개혁을 소환했을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사법개혁 과제로 세 가지를 공약했다. △공수처 정상화와 불가 시 폐지 △검경 수사권 재조정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다. 공수처 정상화의 핵심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재조정의 골자는 절차 단순화다. 경찰이 사건 송치 전 자율적으로 수사하고,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하는 방안이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의 핵심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사지휘권 남용을 방지하는 데 있다.

    ‘尹 사법개혁 공약’ 文 취지에도 부합

    윤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 검찰개혁을 좌초할 것이라고 본다. 과연 그럴까. 설립 이후 수사 역량 부족과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던 공수처는 설립 1년 2개월 만에, 그것도 윤 당선인이 당선된 직후인 3월 11일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했다. 검경 수사권은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변호사 67%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검찰개혁 취지에 맞을까. 법무부 문민화는 검찰개혁 초기부터 진보 진영에서 강조했던 핵심 과제다. 검사 출신이 아닌 행정 전문가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다. 당연히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갖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가 오히려 검찰개혁 본래 취지에 맞다.

    검찰개혁 완성도를 더 높이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공약 내용이다. 이를 검찰개혁 좌초라고 규정짓는다면 진짜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고 봐야 한다. 검찰개혁은 명분일 뿐, 실제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하려고 했던 것이 ‘권력형 비리 수사’ 무산은 아닐까 의심된다. 권력형 비리 수사 무산이 진짜 목적이라면 민주당은 향후 어디에 집중할까. 바로 검찰 인사다. 문재인 정권 청와대는 검찰개혁 마지막 단계에서 인적 쇄신을 강조한 바 있다. 검찰 수사라인을 친여 성향 인사들로 교체해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대부분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후 검찰 인사를 단행해 문재인 정권에서 좌천된 인사들을 중용할 수 있다. 그들이 미완으로 끝난 권력형 비리 수사를 재개한다면 문 대통령조차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더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할 테다. 더욱이 그들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다. 이를 지렛대 삼아 ‘검찰개혁 몰이’를 하면 윤 당선인의 공약쯤은 간단히 무산시킬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잃을 것이 적기에 국민 여론도 우려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검찰개혁에 실패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개악을 하고 말았다는 의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3월 14일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수사지휘권은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과거 역사에서 검찰에 의해 인권이 보호되지 못하거나 검찰권 남용, 공정하지 않은 검찰권 행사 같은 것들이 있었다”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민주적 통제라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민주적 통제라는 설명이다.

    文, 법무부 문민화 스스로 훼손

    윤 당선인은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 배제 방침도 밝혔다. 정치적 중립성 위배 우려와 부작용을 당선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박범계라는 두 법무부 장관을 거치며 그들의 수사지휘권 남용과 인사배제를 모두 경험한 결과라는 뜻이다.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 배제는 법무부 문민화 정신에도 부합한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당연히 지켰어야 할 철칙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검사 출신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법무부 문민화를 오도했다. 중도 낙마했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던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역시 학자 출신이다. 그는 첫 과제로 ‘법무부 탈검사화 실현’을 제시하기도 했다. 법무부 주요 간부를 비검사 출신으로 구성해 법무부 문민화의 꿈을 달성하려 했던 것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법무부 탈정치인화’를 무시한 문 대통령의 법무부 장관 인선은 결과적으로 법무부 문민화의 꿈을 스스로 훼손한 격이 됐다. 윤 당선인이 이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그것을 저지하려는 역설적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권력형 비리 수사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포스트 문재인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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