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은행(IB) 베테랑 트레이더 출신인 김준송 ‘김준송TV’ 대표. 이상윤
30년 경력의 글로벌 투자은행(IB) 트레이더 출신인 김준송 ‘김준송TV’ 대표가 내놓은 내년 환율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환율(12월 19일 기준)은 1421.16원으로 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1394.97원)을 넘어섰다(그래프 참조).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12월 23일 환율이 종가 기준 1483.6원을 기록해 연고점(4월 9일 1484.1원)에 다가서자, 시장에선 연평균 환율이 1420원대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국내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졌고 투자 전망도 시계 제로(0) 상황이다. 12월 22일 김 대표를 만나 고환율 원인과 전망, 개인투자자의 대응 방안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AI 중심지 미국으로 자본 쏠림 심화”
김 대표는 체이스맨해튼은행 외환딜러로 금융투자업계에 입문한 후 글로벌 IB 7곳에서 일하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서울 대표이사까지 지낸 베테랑 트레이더다. 퇴직 후에는 유튜브 채널 ‘김준송TV’와 최근 개정판이 나온 저서 ‘투자의 기술’ 등을 통해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올해 환율 급등의 핵심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글로벌 달러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 자본시장 분위기가 좋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리스크 온’, 즉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져 미국보다 이머징 마켓이 각광받는다. 자연스레 달러는 다소 약세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 시장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 세계 투자가 인공지능(AI) 산업에 집중되면서 그 중심지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이 강해진 것이다. 또한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도 크지 않았다. 미국이 단기금리를 많이 인하하고 있지만 장기금리는 거의 내려오지 않았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3.75%인데, 1년 후에는 3.2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4.15∼4.20% 정도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1%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 정도 금리인하 전망은 시장에 반영됐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말 잡힌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심각한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금리인상 전망이 더해진 상황이다.”
원화가 유독 약세인 이유는.
“한 가지 이유만 꼽자면 ‘자본 유출’이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노동 비용을 우려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던 기업들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으로 가속화됐다. 다른 나라보다 낮던 한국 개인의 해외 자산 비중도 커졌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대목이 국내 고액 자산가의 해외 러시다. 올 한 해 한국 고액 자산가 2400명(100만 달러 이상 유동자산 보유)이 순유출할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6월 글로벌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 보고서). 영국, 중국, 인도에 이은 세계 4위로, 인구를 감안하면 유출 규모가 더 크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부유층 이탈로 경제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제 남 일이 아니다. 고환율에 결정타는 대미 무역협상이었다. 원/달러 환율 측면에서만 보면 최고 악재다. 대미 투자 펀드로 2000억 달러(약 292조7000억 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협력으로 1500억 달러(약 219조5000억 원)가 나갈 예정이다. 한국 외환보유고가 약 4200억 달러(약 614조6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너무나 막대한 규모다.”
최근 외환당국이 수출 기업의 외화 환전 유도, 국민연금의 환헤지 등 조치를 내놨는데.
“단기적 조치로, 실효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당장 외환보유고는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금은 수출 실적이 좋고 달러 공급 흐름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 1∼2년 동안 이어질 달러 수급 불균형이다. 지금이야 1480원대에서 막고 있지만 내년에도 지금처럼 환율 상승을 억지로 막기는 힘들 것이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금융위기 가능성은 없나.
“IMF 구제금융 때와 달리 지금은 국내 경제 주체들이 달러를 해외 자산 형태로 보유한 상태다. 환율이 오른다고 한국이 망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와 관련해 좋은 예가 일본이다. 일본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확장적 경제정책)를 도입한 2013년 80엔이던 엔/달러 환율이 지금은 160엔에 육박해 2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시기 8000∼1만 정도였던 닛케이지수는 최근 5만을 넘어섰다. 엔화 약세가 수출 기업에 보탬이 됐고 결과적으로 주식도 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 환율이 1600원을 넘기고 코스피가 5000을 찍을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일반 가계의 삶은 훨씬 힘들어질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 결국 물가도 오른다. 수출 기업이야 좋지만 개인으로선 죽을 맛이다. 따라서 고환율이 계속되면 결국 경제 양극화, 자산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개인투자자, 90번 벌고 10번에 다 잃어”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몰빵’하지 말고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증권사 사장을 지낼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좋은 종목을 찍어달라’는 것이었다. 내 답은 ‘그건 알 수 없다’였다. 한국 개인투자자는 지나치게 국내 소형주를 중심으로 ‘좋은 종목’에 매몰돼 있다. 국내 주식에서 해외 주식으로, 주식뿐 아니라 외환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으로, 현물 외에 선물 등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손실을 거듭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조언하자면.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왜 자꾸 손해를 보는지 살펴봤다. 적잖은 개인이 1년에 주식 거래를 100번 한다 치면 그중 90번에서 벌지만 나머지 10번에서 다 잃는 식이더라. 기관에서 30년 동안 트레이딩을 했고 퇴직 후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투자를 이어온 내 목표는 ‘51%만 맞히자’는 것이다. 한 번의 몰빵 투자로 파산에 가까운 타격을 입어선 안 된다. 실천하기 쉽지 않겠지만 ‘절제’가 핵심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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