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이 질병 진단에 널리 사용되면서 관련 제도 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국내에서도 AI가 질병 조기 진단을 도운 사례가 적잖다. 특히 영상의학과에서 AI 기반 판독 보조 프로그램이 미세한 암 병변을 사람보다 먼저 찾아낸 경우가 다수 보고됐다.
하지만 AI 활용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항문 주변 병변 사진을 찍어 AI 서비스에 업로드한 뒤 “치핵이니 직접 묶으라”는 조언을 받은 남성이 그대로 실행했다가 조직 괴사로 응급실에 실려 간 일이 있었다. AI가 사마귀를 치핵으로 ‘오진’해 발생한 일이다.
부산의 한 30대 남성도 AI를 믿었다가 병을 키웠다. 그는 몇 주에 걸쳐 두통과 시야 흐림을 겪으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AI가 “편두통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의사를 만나고서야 그는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신경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료 AI의 명과 암
AI는 정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류가 많다. 편향성도 크다. 문제는 의료용 AI 관련법과 제도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AI 오류로 환자 피해가 발생해도 AI 개발사나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 제도적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 AI에 국가 인증과 등급제를 도입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오류 발생 시 개발사·플랫폼·의료기관 간 책임 배분 기준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 및 데이터 편향성 등을 공개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 기술의 신뢰성과 산업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을 대상으로 AI 건강 정보 활용법에 대한 ‘디지털 건강 리터러시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판단을 확장하는 ‘디지털 청진기’일 뿐이다. 그 청진기가 생명을 살릴지 위협할지는 제도와 사용자 태도에 달려 있다. AX 시대 의료 혁신은 AI를 다루는 우리의 성숙도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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