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12월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미국 바이오텍 79%, 중국 기업과 협업 경험”
CDMO는 최근 급성장 중인 산업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4년 173억4000만 달러(약 25조7000억 원)였던 시장 규모가 2029년 438억5000만 달러(약 64조9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부가가치 연구에 집중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자체 생산시설이 없는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CDMO 업체와 협업을 늘려가서다. 특히 미국에서는 중국 바이오 기업이 파트너로 선호돼왔다. 미국 바이오무역협회 ‘바이오’(BIO·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가 지난해 자국 기업 12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9%가 중국 기업과 최소 1회 이상 CDMO 계약을 맺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생물보안법은 이러한 미·중 바이오 협력에 제동 장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을 위시로 한 서구 기업들은 대체재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수혜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축소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중국 CDMO 업체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팜테코, 에스티팜, 바이넥스 등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 세계 4위 CDMO 업체다(표 참조). 5위에 해당하는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와 북미시장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여왔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탈중국’을 선택한 기업들의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릴랜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 존스홉킨스대병원 등이 있는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다. 이곳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것은 관세 위험 해소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생산시설 인수로) 현지 생산을 선호하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신규 수주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수주 경쟁력 강화 등에서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9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제약기업 일라이릴리 공장을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해 가동 중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팜테코 역시 2023년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 CBM을 인수하며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글로벌 경쟁 더욱 치열해질 수도”
생물보안법 발효의 반사이익이 국내 중소업체에 먼저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서 중국 CDMO와 계약을 맺은 업체는 대부분 중소형 바이오 기업이라는 게 한 근거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올리고핵산(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API) CDMO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에스티팜을 주목했다. “중국 업체가 갖고 있던 올리고뉴클리오타이드 관련 생산 물량이 에스티팜으로 옮겨가 중장기 수주 증가가 전망된다”는 분석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FDA와 유럽의약품청(EMA) 모두에서 제조 인증(CGMP)을 받은 바이넥스를 수혜 대상으로 꼽았다.단,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격변기에 국가 및 기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12월 19일 발간한 이슈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의약품 관세 부과와 약가 인하 정책에 생물보안법 이슈가 더해지면서 내년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과 기업 간 시장 경쟁구도에 큰 파장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중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미국 내 시장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한국, 인도, 일본, 유럽 기업들의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제네릭(복제약)과 API 생산력 세계 1위인 인도는 저비용·대량생산을 앞세운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힌다.
의약품 품질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일본 기업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그간 약점으로 꼽히던 높은 가격을 현실화하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 최근 CDMO 시장의 큰 계약들을 휩쓸어가고 있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후지필름)가 4월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과 30억 달러(약 4조4400억 원) 규모 계약을 맺은 게 한 사례다. 후지필름은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2곳,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각각 1곳씩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한편 정지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생물보안법 수혜를 받으려면 이 법안의 제정 배경을 유념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미국인의 건강·유전체 정보를 ‘우려 대상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목적인 만큼 국내 기업도 데이터 관리 역량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특허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IP) 관련 계약 조건을 명확히 해 법적 분쟁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송화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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