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규원 스태커스 대표. 홍태식
금은 투자 전문가인 조규원 스태커스 대표는 12월 22일 인터뷰에서 ‘은 공급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전했다. 최근 은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은 가격과 연동된 금값이 올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은 공급량이 산업용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사실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내년 금은 투자시장은 올해보다 더 뜨거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불씨 속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고(실질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 미국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금은 가격에 최적인 호재가 내년에 많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은비 40분의 1만 돼도
2월과 10월 금이 두 차례 급등할 때 은은 비교적 상승폭이 작았다. 왜 갑자기 이렇게 오르나.“은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금부터 설명하겠다. 기본적으로 은은 금을 따라간다. 올해 금값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질 때마다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리고 과거 금리인하기에 비해 무서울 정도로 상승폭이 컸다. 이유는 금리인하만으로 미국 통화정책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은 주로 금리 조절이었다. 그런데 2008년에는 금리를 제로(0)로 낮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고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양적완화(QE)라는 비전통적 정책을 도입해 현금 살포 수준으로 돈을 풀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풀기도 했다. 이러면 시간차를 두고 화폐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지면서 실물자산인 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런데 이번에도 연준이 단순히 금리만 내리는 게 아니라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은 미국에 중간선거가 있고 연준 의장도 바뀌는 해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금리인하라는 요인이 전보다 더 폭발적으로 금 가격을 밀어 올렸고 금 변동성의 1.5~2배인 은은 더 많이 상승했다.
여기에 은은 공급 대란이라는 자체 호재도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귀금속 조사 기관인 실버 인스티튜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은은 2023년부터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은은 구리보다 전기 전도율이 높아 산업적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방산, 우주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은 수요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최근 상하이 금거래소의 은 재고가 10년 내 최저치를 찍었고 영국 런던 금시장의 은 대여 금리는 기존 0.25%에서 200%로 800배 치솟았다. 은 실물이 부족해 각국에서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진짜 쇼티지 나겠는데’ 하는 불안감이 커져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인터뷰 때 은 가격이 금의 90분의 1로 저평가돼 있다고 했다. 이제 금은비가 많이 좁혀진 것 같은데, 지금 진입해도 괜찮나.
“이제는 (금의) 60~70분의 1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약 10년 주기(2019년부터 2029~2032년까지)인 금은 상승 사이클 관점에서 보면 아직 절반밖에 안 온 것이다. 금은 가격은 사이클 중후반부로 갈수록 상승폭이 더 커지고 막판에는 1년에 2~3배씩 오르기도 한다. 이제 막 사이클이 중반부를 지나 가파른 상승 구간이 시작된 거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최종적으로 금은비가 얼마까지 좁혀질 것이냐, 5000년 역사적 평균 수준인 10분의 1에 도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 과거에는 은을 은화, 즉 화폐로도 사용했지만 이제는 금조차도 그렇게 안 쓰니 옛날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들은 불환 화폐 시스템이 도입된 최근 50~60년 평균치인 40분의 1 정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10분의 1로 다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40분의 1이든, 10분의 1이든 매력적인 상승 포텐셜(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은 자명하다.”
ETF보다 실물 투자 추천
지금은 가격에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지 않나. 이를 고려해 현시점에 가장 좋은 투자법을 추천한다면.“국내에는 은 현물시장이 없다 보니 금거래소 실물(실버바 등) 시세표로 현물 가격을 봐야 한다. 한국 금거래소 기준으로 국제 선물 가격 대비 40~50%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인데, 통상 실물에는 가공·유통·보관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현물 프리미엄은 20~30%라고 보면 된다. 다만 이는 전 세계적 공급 부족에 따른 프리미엄이지, 김치 프리미엄은 아니다. 오히려 김치 프리미엄은 별로 없는 상태다. 그래서 나라면 이럴 때 실물을 살 것 같다. 은 재고가 급속도로 줄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구할 수는 있고, 나중에 투자자 관심이 더 커져 김치 프리미엄이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하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값이 두 차례 크게 오를 때도 확인하지 않았나. 그때는 우리 금거래소도 아침에 출근하면 이미 사람들이 줄을 쭉 늘어서 있고 1시간 만에 모든 골드바가 완판됐다. 나머지 시간은 하루 종일 ‘죄송합니다, 금 없습니다’ 하면서 보냈다.”
실물 투자 방법으로 은화나 은 그래뉼은 어떤가.
“국내에서는 실버바를 선호하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건 실버 코인, 은화다. 미국 아메리칸 이글 실버 코인, 캐나다 메이플 실버 코인처럼 각국 조폐국이 직접 액면가를 정해 발행하는 상품이다 보니 순도·중량 등 전체적인 보증에서 가장 확실하다. 내가 억 단위로 크게 투자한다고 하면 은 그래뉼도 괜찮다. 그래뉼은 실버 코인이나 실버바 같은 제품이 되기 전 원재료 상태다. 알갱이처럼 생겼는데, 일반인은 투자를 잘 안 하는 편이지만 큰손들은 가공비를 아낄 수 있어 많이들 산다. 결론은 실버바, 실버 코인, 그래뉼 다 좋다는 것이다.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는 일단 국내에 현물 상품이 없고 15.4%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해외 ETF도 22%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더욱이 이게 수익에 대한 세금이지 않나. 사고팔 때 10%가량 부가세를 내더라도 수익을 모두 챙기는 편이 훨씬 낫다.”
은 채굴 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은광주의 장점은 금은 가격이 오를 때 수익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또 재정이 건전한 기업일 경우 꾸준히 배당도 준다. 그러나 반대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경영난이나 오너 리스크가 터지면 금은 가격이 날아가는 데도 ‘내 주식은 왜 이러지’ 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물과 병행해서 투자하는 편이 더 나을 듯하고, 기업 분석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금은 7 대 3 배분 투자해야
은 가격에 가장 큰 위협은 경기침체인가.“그렇다. 경기침체가 오면 은값이 정말 많이 하락한다.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이 산업재라서 그렇다. 선물 같은 경우 마진콜이 나오면서 50%가량 하락하기도 한다. 그래서 금은을 7 대 3, 아니면 반반이라도 배분해 살 것을 권한다. 너무 은에만 투자하면 경기침체 리스크로 자산이 갑자기 크게 주저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배분 투자를 해야 경기침체가 현실화했을 때 비싸진 금을 팔아 가격이 떨어진 은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뜨거운 한 해가 된다면 금과 은 모두에서 성과가 나니 만족스럽지 않겠나.”
은은 상승 사이클이 금보다 일찍 끝난다던데.
“금은 추세가 길고 분명해서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도 단순하다. 추세 추종 투자법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쉽게 말해 1년 6개월 전 가격과 현재 가격을 비교해 현재 가격이 더 높으면 아직 상승 추세에 있는 것이고, 반대로 1년 6개월 전 가격이 더 높으면 매도하고 정리할 타이밍인 것이다. 이렇게 하면 머리 꼭대기는 아니더라도 어깨 부근에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은은 고점에 머무는 기간이 상당히 짧고, 고점 기록 후 급락하는 일도 잦다. 추세적으로도 금보다 1년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가 매도 타이밍을 잡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은에 투자한 경우 어느 정도 가격이 올랐다, 재미를 좀 봤다고 하면 한 번쯤 정리하고 금으로 넘어가 남아 있는 상승분을 먹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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